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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강의
이중텐 지음, 강주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2005년 중국 관영방송 CCTV의 '백가강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초한지'를 강의했고 이것이 폭발적 반응을 얻어 책으로 엮어 인세수입으로만 '포브스'지의 중국 갑부순위 47위에 오른 이중톈 교수.
한창 잘사는 경제대국을 꿈꾸며 달리던 중국이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찾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그것에 부합해 고전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라고 한다.
'초한지'는 삼국지,서유기와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이며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한 고전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중국 춘추시대, 낯선 인물들을 중국 본토의 교수가 일반인을 상대로 이해하기 쉽게 강의를 했다고 하니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사람들은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했다 하지만 일단 교수님의 강의로 짜여진 책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처음 그 딱딱함에 먼저 약간 불편했었고 내용은 친절한 경어로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역반응이 일어나는 듯 했었고, 일단 이야기적 소설이 아닌 강의식 책이라 약간의 따분함도 느껴졌었다.
처음 '한신'이 나오는 부분에서 왜 초한지의 가장 중요 인물인 유방을 먼저 설명하지 않나?
의아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유방의 통일에 최고의 지략을 보인 한신을 먼저 끌어내며 그의 활약을 높게 치면서 그 보다 더 나은 '유방'의 인물됨과 성공비결들을 강의할 때는 역시 포인트는 유방이었어.. 라고 절로 감탄하며 그 복잡하고 넓었던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집안에선 망나니로만 불렸던 '유방'이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다양한 이면들을 알려주고 있다.
스스로가 "짐은 전략을 세워 먼곳에 있는 전장을 지휘해 승리를 얻는데는 '장량'만 못하고, 국가를 통치하고 후방으로 물자를 완벽하게 보내는 데는 '소하'만 못하며, 군대를 이끌고 전투를 벌여서 백전백승 하는데는 '한신'만 못하오. 장량,소하,한신 이 세사람은 모두 천하제일의 인재들이지 않소? 이런 인재들을 모두 기용했으니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게요"(P115)라고 말하는 배짱은 두둑하며 학식은 모자랐으나 이해력이 빠르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고칠 줄 알았던 사람. 그리고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쓸 줄 알았던 전형적 제왕지술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힘만 믿고, 도량이 좁고 근시안적 안목을 지닌 '항우'보다 운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유방의 진영에서 한의 통일을 이끈 주역들 소하,장량,조참,진평들을 각각의 성과와 활약에 대해 설명하는데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유방의 곁에 있었구나 생가했으며 특히 오직 한의 통일만 염원한 '장량'은 유방의 스승이면서 통일을 이룬 후 멋지게 물러나 정말 아름답게까지 느껴졌으며, 식견,지혜,도량에서 모든 장점을 지니고 최고의 공신으로 대우받으면서 승상의 최고자리에 까지 오르며 끝까지 자신의 생을 마감할 수 있었던 '소하'의 처세술등은 정말 멋지게 보였다.
이 책은 유방이 진나라에 의한 폭정을 견디지 못한 7대 강국을 초의 항우와 싸우며 흡수, 합병해 한이라는 통일국가를 이루고 그의 자손들인 문제,경제대 까지 그들을 보좌한 신하들을 다루고 있는데 많은 멋진 인물들이 나오지만 안타까운 인물들은 피해갈 수 없었다.
유방의 최고 공신이었던 '한신'은 전장에서 승리를 얻기위한 지략등은 최고였으나 자신의 입지가 높아진 후 제대로 처신을 못해 여후의 계략으로 어이없이 죽게 되고,
문제와 경제에게 큰 신임을 얻고 지혜와 언변을 두루 갖추고 나라에 필요한 법 제정등을 제시하지만 오직 앞만 보며 자신의 목표를 관철해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고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어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 '조조'를 보면서 아무리 훌륭한 신하고 인정받는 신하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왕이나 황제 앞에선 자신을 좀더 낮출줄 알며 처세를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것이 2인자들의 살아남기의 처세라는 것을..
또 한명 지혜로우면서 가장 끔찍했고 중국 최고의 여걸이라 불릴 만한 유방의 아내 '여후'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아무 볼 것도 없던 유방을 황제가 될 것을 끝까지 믿고 지원한 아내, 그러나 야망이 너무 컸고 질투로 인해 '인간 돼지'를 만든 현대에 악녀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여성.
오죽하면 유방이 죽음직전 '유씨'성을 가진 자만 왕으로 봉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지었을까..
처음엔 딱딱하기만 했고 멍한 상태에서 보고 듣는 교수님의 강의라 진도가 잘 안나갔지만
조금씩 복잡했던 춘추시대의 상황을 알아가고, 때로는 처세로, 때로는 지략으로 맞서며 활약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인물 개개인으로 떼어 비교해가며 읽어내려 가는 것, 중국의 복잡한 명호나 가족력,정부제도등을 약간이나 알 수 있었으며 유방 다음대의 상황을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자주 쓰는 고사의 유래를 만나면서 읽는 재미가 더해가는 책이었다.
다시금 '초한지'를 제대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과 이중텐교수의 '삼국지 강의'까지 욕심을 내어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 고전은 현대의 거울이라더니 그 말이 딱인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