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윌리엄 케네디 지음, 장영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미국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크게 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상을 받아서라기 보단  장영희 교수님이 번역한 작품이라고 하여 더욱 마음이 쏠렸던 작품이다.

예전 장영희 교수님의 영미산책과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으면서 그분의 따뜻한 감성에 매료되어 자칭 그 분의 팬이라고 말하고 있는 내가 어찌 반갑지 아니하겠는가..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는  윌리엄 케네디라는 작가가 자신의 고향인 미국 뉴욕주 올버니라는 작은도시를 배경으로 적은 '올버니3부작' 중 하나라고 하는데 작가 만큼 올버니라는 도시 또한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58살의 알코올 중독자이며 거리의 부랑자인 주인공 '프랜시스 펠런'이 22년만에 귀향을 하여 루디라는 부랑자와 그의 방랑 생활의 동반자 헬렌과 함께 자신의 고향 거리를 다니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현재의 생활사를 이야기하는데 그의 회상 도중 자신과 가까웠던 인물들의 주검과 대화하는 것이나 자신이 죽였던 주검들과 대면하는 상황은 약간 낯설기도 했지만 작가의 역량인지 번역자의 역량인지 전혀 낯설지 않은 문체들과 문맥으로 인해 오랫만에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읽었다.

평소 주위의 부랑자들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그 역겨운 냄새와 무서움으로 슬슬 피하면서 그들은 처음부터 그랬을 거라고 짐작을 했지만 프랜시스와  헬렌을 만나면서 그들도 예전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유명한 야구선수로,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성장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삶이 이끄는 어떤 힘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어느 순간 그렇게 자신의 몸이 부랑자가 되었다고 한다.

전차 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에 가담해 우연히 던진 돌멩이가 파업 훼방꾼 하나를 죽게 만들고 고향을 떠나 도망을 시작하게 된 프랜시스,

경찰의 눈을 피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야구 선수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해 잠깐의 행복한 시절도 보내지만 자신의 13일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 주려다 실수로 떨어뜨려 죽게 만들고 죄책감으로 인해 가족을 다시금 떠나게 되면서 점점 어쩔 수 없는 폭력과 살인, 도주를 계속하게 된 것이었다.

이 사나이 억세게 재수없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악한 손에 죽어간 자들과 자신의 비참한 나날을 돌아보며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가끔 자살을 생각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 아마도 다음 30분을 어떻게 살까 생각하느라고 너무 바빠서 그런 모양이다.라고 하며(P223)

그가 느낀 죄의식은 죽음으로 값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방법은 단 한 가지, 산다는 것, 개새끼들을 다 쳐부수고, 오합지졸과 운명적인 혼돈을 물리치고,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비뚤어진 삶도 똑바르게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P314)

현재 어떻게 살것인지가 더 걱정인 이 남자, 자신도 부랑자이면서 굶주린 자에게 자신의 빵을, 헐벗은 자에게 자신의 옷을 기꺼이 벗어주며 그 부랑자들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할 줄 아는 남자, 결국엔 부랑자촌을 부수는 경찰들과 대립하다 동료 루디를 죽인 경찰을 가해한 후 루디의 시신과 헬렌의 주검을 처리한 후 다시금 고향 올버니를 떠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참으로 잡초같은 인생, 처음 원제가 '억새풀'이라고 한 것을 보면 그의 밑바닥 인생에서 희망을 끈질기게 말하는 삶을 예견도 했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들의 삶이 내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불안감이 더욱 엄습해오며 나의 가치관이 흔들렸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오직 평화롭게 살기만을 바라는 나지만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힘들게 돌아가는 것을 알기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의 두려움과 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의 미래에 대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했던 책,

만약 내가 그들과 같은 삶을 산다면 무사히 '살아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과 '자신없다 '라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처음엔 너무 잘된 책이라 술술 읽히고 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 전달이 참 좋았는데,

읽는 중에는 이런 운명과 맞닥뜨린 사람의 인생이 그저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했는데,

결국 왜 사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들을 남기며 내게 계속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게 만든 책.

나도 그처럼 우리에게 너무 아름다운 이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달려야 하는데..

자꾸만 멈춰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단지 '올버니3부작'이라는 <레그스>와 <빌리 펠런의 가장 큰 도박>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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