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한창 유행인 화려한 표지가 아닌  담백한 하얀색 표지에 검은색 태의 글자 참 신선하다.
하지만 우리 집안에서 너무나 생소한 단어.
아버지가 내 세살에 돌아가셨으니 그 세월이 벌써 34해가 지났다.
하물며 할아버지의 존재 조차 모르니 그 관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록파 시인 중 한분인 박목월씨를 아버지로 둔 박동규 교수가 아버지를 추도하며 그 분의 생전 일기문과 글등을 추려 전반부는 박목월 자신이  5명의 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겪어야 했던 생활고와 그러면서도 서른살이 넘은 장남에게까지 어린 것이라고 칭하며 아이들과 있었던 일상의 에피소드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의 표현과  헌신하는 모습. 30년을 함께 산 아내가 수술을 받으면서 겪는 고통을 자신의 죄인양 느끼는 따뜻한 감성까지 조금은 장난스러운 면도 보여주면서 근검절약하던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써  그 분의 일상적 면면을 적고 있다.
특히 추운 겨울날 태어난 자신의 생일에 감사하며 적은 글"내가 태어난 세상이 아무리 냉혹하다 하더라도 나의 탄생을 나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 산다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즐겁다는 것은 속된 의미의 '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실로 '산다'는 것이 괴롭고, 답답하고, 끝없는 고난의 연속이요, 무거운 짐이랄지라도 그것이 고난의 연속이므로 더욱 즐겁다는 것이다"(P48)라는 말은 그 분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고 사셨나 느낄 수 있었으며 나 또한 그 분처럼 내 힘든 삶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지 다짐도 해 보았다.
후반부는 아들인  박동규교수의 시각으로 자신이 장남이었기에 조금은 엄격하고 불편했을 법한 부자사이를 따뜻함으로 감싸준 아버지에 대한 어린시절의 회상과 시 밖에 몰라 집안 형편은 어려워도 남편을 존경했던 그의 어머니, 그 외 주변 사람들의 입을 빌어 전쟁과 가난을 겪으면서도 가족 서로간에  아껴줄 수 있었던 것, 자신의 집에 든 도둑과 4시간을 이야기 하며 돌려 보낸 후 그 집엔 도둑이 안 들었다는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지... 
역시 감성이 풍부한 시인이 남긴 글과 국문학을 전공한 그의 자제분이 쓴 글이 다 보니 읽는 것에 막힘이 없고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오는 것을 느꼈다.
 
 자식의 문제에 발 동동 굴리는 인간적 시인의 모습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고 그런 부모님들을 존경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 이런 것이 참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배우고 지나가야 겠다.
요즘 돈이나 서로의 갈등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의 칼부림도 서슴치 않고 일어나는 세상인데
"아버지, 너무 힘드시지요"라고 묻는 아들의 말에 "이놈아, 힘이 들 리가 있니. 내가 세상에 나가 힘들게 일하는 게 고통이 되지 않고 기쁨이 되고 보람이 되는 것은 너의 형제들이 사람답게 자라는 것을 보기 때문이지"라고 하셨다."(P238)라는 부분을 읽을 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내 어머니의 모습,
서른에 남편을 여의고 아이들 4명을 혼자 키우셨으니 포장마차에 공장일에 그 어려움을 어찌 말로 다할까? 중요한 건 어렸을 땐 어머니의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버지 없음을 불편해 하지 않았는데 나이 든 지금에야 어머니 몸이 안 좋아지는 걸 곁에서 보면서 아버지 참, 나쁜 사람이다. 어머니는 평생을 아버지 못 잊고 사시는데 그렇게 빨리 가시다니 자꾸만 그런 나쁜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서른이 훨씬 넘었음에도 친구좋아! 술 좋아! 하며 밤새기가 일쑤인 철부지 아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닌, 저런 애가 아직도 좋아요. 물으면 엄마 눈에 자식은 다 예쁘다. 하는데 나로선 도저히 이해 안되는 부분,
작가도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우산 안에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뼛속 깊이 깨닫는다고..
그런것이 부모님의 마음이고 그런 마음 모르는 것이 자식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 분처럼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생각 하다가 그냥 착한 자식이나 되어야지 마음 먹어본다.
가난하지만 남매간에 우애가 있는 것 또한 어머니의 넓으신 우산 속에 우리가 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앞으로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 자주 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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