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지만 소중했던 내 인생

내 나이 서른하나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11월

내 나이 서른 하나를 훌쩍 넘겼음에도 요즘, 아니 일본의 31살 여인네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낼까? 그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잡은 책이다.

제목에 맞추어 총 31편의 31살이 된 여성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들이 펼쳐진다.생각대로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8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모습, 누구는 쉽게 커리어 우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략 그 나이의 직장 여성들은 독불장군 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 이야기를 필두로 무모하게 자신의 첫 차를 중고이지만 BMW라는 차를 사게 되면서  집에 안주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 여자 등

때로는 사랑때문에, 아니면 자신의 첫사랑이기에 자신에게만 좋아보이는 상대에게 빠지고, 약이나 섹스에 의존해서 사는 삶,

혹은 타인과의 삶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오직 일이나 혼자의 여행에 빠지고 노래방이나 목욕탕,심지어 호스트바를 다니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 여자들,

당연히 결혼해서 주부가된 여자들, 아들에 집착하는 엄마, 바람을 피워 이혼을 감행한 여자, 31살에 갱년기가 올 수 있다는 내용까지 우리가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던 내용들을 딱 서른 하나라는 나이로 국한해서 적은 놓은 책이기에 그 책이 신선하기도 했다.

특히 서른 번째에 나오는 49살에 세번이나 결혼을 하게 된 아버지가 엄마가 다른 두 아들에게 들려주는  결혼 할 때마다 부인들의 나이가 서른 한 살이라는 그 미묘한 숫자의 매력

"난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여자가 좋아.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나름대로 확고한 가치관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도 새로 시작할 수 있고,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잖아."(P280)라는 이 뻔뻔스러운 아버지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살지못한 내 서른한 살이 미웠다.

그리고 <처녀><사축><<편지>등에선 분명히 억압받고 고뇌하는 여성들의 모습에 힘겨움을 느껴야 했음에도 그것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은 뭐라고 해야하나?

사실 책 읽는 내내 분명 인생의 반을 보낸 서른 한 살의 여인이라면 격동의 삶을 산 인생도 있을텐데 왜이렇게 밋밋하지 하고 느낀 부분도 없쟎아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서른 한살의 여인들의 삶을 타인의 시선으로  그렇게 담담하게 적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글솜씨에서 나온 것 아닐까.

끝으로 서른한 번째에 나온 '소설'부분에서 이혼을 하기위해 친정에 온 여자가 소설쓰기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면서 내 뱉는 말.

'인간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지금 눈앞에 있다. ~짝사랑은 괴롭고 안타깝다. 남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소설에게도.그 안타까움이 지금까지 나를 움직이는 소중한 보물이 었다고.'(P290~291)라는 이말에 왜 그렇게 공감을 했는지,

나의 서른 하나는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너무나 우울했었고 좌절해 정말 타임머신이 있으면 다시금 돌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시기였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인간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을 알기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후회없는 삶을 살기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이 책은 지쳐있는 나를 다시금 돌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인생의 갈림길에 선 여성들이 읽으면 참 좋은 지침서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