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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평점 :
[도서후기] '시작할 떄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


엮은이 : 현장스님
발행처 : 도서출판 열림원
발행일 : 2017년 1월 3일 초판1쇄
도서가 : 12,800원

세계적으로 종교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사실 종교의 수를 헤아린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유사종교나 사이비종교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통계청에서 인구주택 총조사 하면서 10년마다 종교인구수를 조사한다고 하는데요. 201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신교가 967여만명, 불교가 762여만명, 천주교가 389여만명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종교를 거론할 때 보통 불교, 천주교, 개신교를 많이 들고 있습니다. 이 세 종교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동안 함께 한 종교는 당연 불교이죠. 고구려 소수림왕(372년)때 최초로 불교로 전래된 이래로 불교는 이천여년 동안 민중과 함께 고락을 해온 종교라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이번 읽은 도서는 그러한 불교에 귀의한 스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내용의 책으로 우리나라 불교의 큰 흔적을 남기신 법정(法頂)스님의 이야기입니다. 그 분이 생전에 타 종교와 교류하시며 남기신 말씀, 애송했던 시,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신 법정스님은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출생하여 1956년 전남대학 3년을 수료하고 같은 해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고 합니다. 1975년부터는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사셨다는데요. 1996년 고급요정인 "대원각"을 시주받아 그곳을 "길상사"로 고치신 일화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또 스님은 수필가로서도 유명하신데요. <무소유>라는 수필집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스테디셀러이죠. 이외에도 1994년부터 <맑고 향기롭게>라는 시민운동단체를 이끄시고 천주교와 기독교와 종교 교류활동도 펼치시는 등 사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신 분이었습니다. 2003년 12월 길상사 회주직에서 물러나시고 강원도 산골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시던 중 폐암이 발병하여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78세를 일기로 입적하셨습니다..

책을 엮으신 현장스님은 속가의 인연으로 보자면 법정스님의 조카라 합니다. 불가에서도 비구계를 주신 구산스님이 법정스님의 사제이기에 역시 조카관계와 같다고 하구요. 이 분은 1975년 송광사에서 입산 출가하셨다는데 당시에 법정스님이 송광사에서 불일암을 짓고 수행할 시기였다고 합니다. 불일암을 지을 때 많은 일들을 하셨다고 하네요. 현재는 대원사 회주와 티벳박물관 관장, 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계시다 합니다.

책은 서문에 해당하는 <책을 시작하며>로 시작하여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 :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산이 나를 에워싸고 밭이나 갈면서 살아라 한다 : 법정 스님이 애송한 짧은 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매일 피어나는 꽃처럼 : 법정 스님의 편지>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정 스님이 명동성당에서 축원과 강론을 하셨단 얘긴 뉴스를 통해 들었지만 그 내용이 어떤건지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요. 이 책을 통해 스님의 강론 내용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 강론은 이해인 수녀님이 가지고 계신 녹음 CD를 통해 녹취하여 그 중 일부를 수록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글'이라는 형식과 '책'이라는 공간에 맞게 일부를 다듬어 수록하였다 하구요. 이것이 책의 첫 장, <우리가 선택해야 할 맑은 가난>의 내용입니다.

그 다음 장은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로 법정 스님이 타 종교와의 교류 활동에 대하여 저자(현장스님)가 쓰신 발제문들을 책의 취지에 맞게 일부 손을 보고 수록한 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어지는 장은 <산이 나를 에워싸고 밭이나 갈면서 살아라 한다>라는 제목의 장으로 법정스님이 애송한 시들을 지인이나 도반이 요청하여 글씨로 써준 것을 모아놓은 장입니다. 스님은 붓이나 붓펜으로 글씨를 쓰셨는데 그것을 스스로 '붓장난'이라 부르셨다 하네요..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 삼귀오계 ]
마지막 장으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매일 피어나는 꽃처럼>이라 하여 법정스님이 남기신 편지를 모아놓은 장입니다. 편지 실물 사진들을 같이 수록하고 있어 더 감동으로 다가오게 느껴집니다. 중간 중간 평온한 느낌의 좋은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았어요.



[ 날마다 좋은 날 이루십시오 ]

[ 지혜는 곧 행동입니다 ]


[ 날이 날마다 좋은 날 맞으십시오 ]
대오각성하신 큰스님이라서 그런가요?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글의 느낌이 차분하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읽었던 어떤 스님의 에세이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20세기를 대표하는 선승이신 성철스님과 법정스님과의 선문답에 대한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란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많이 떠올랐습니다. 꼭 구해다 읽어봐야겠어요.
이 책은 법정스님을 추억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장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또한 훌륭하기에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구요. 저 역시 어제 회사에서 안좋은 일로 기분이 엄청나게 상해 있었는데 집에 와 이책을 다시 읽었더니 상했던 기분은 점차 사라지면서 마음이 많이 차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 좋은 책이라 생각되기에 누구에게든 추천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