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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전시회 관람 - 대림 미술관 수석 에듀케이터가 알려주는 미술관 사용
한정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도서후기] "취미는 전시회 관람"
- 미술관 수석 에듀케이터가 알려주는 미술관 사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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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한정희
발행처 : 중앙일보플러스(주)
발행일 : 2016년 5월 17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미술관이라 하면 좀 낯설고 불편한 곳이라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미술작품 감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 하는 사람 역시 많죠. 저 역시 미술관에 가면 아는 작품은 좀 보지만 낯선 작품들은 대충 흝어보고 지나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왠지 감상에 젖은 표정 지으면서 뭔가 아는 듯 바라보고 있어야 될 것 같은게 영 불편하고 뻘줌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대부분 미술관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가면 직원이 따라다니면서 수시로 사진 촬영 금지라 하는게 다반사입니다. 왜 안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작품손상이 우려되어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플래쉬 터뜨리는 것도 아니고 근접촬영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건지 이해는 안되지만 저작권 때문이려니 하고 이해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미술관들에 대해 어떻게 접하고 이용하면 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취미는 전시회 관람>이란 도서인데 "대림미술관 수석 에듀케이터가 알려주는 미술관 사용법"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미술관에 재직중인 분이 소상하게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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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과 디 뮤지엄에서 수석 에듀케이터를 밑고 있는 저자는 어려서부터 그림이 좋아서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답니다. 교생 시절 '나는 미술이 싫어요'라고 절규하는 아이를 만나면서 아티스트가 아닌 작품의 진면목을 알리는 사람, <에듀케이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데요. 큐레이터는 많이 들어봤지만 이건 생소한 단어였죠. 처음엔 해설사 같은거 아닌가 생각했는데요. 그것보다는 더 넓은 영역의 학예사에 가까운 직업이더군요. 저자는 아트 에듀케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배웠다고 합니다. 귀국후에는 교육담당 코디네이터로 시작하여 현재는 '대림미술관'과 '디 뮤지엄'의 수석 에듀케이터를 맡고 있다 합니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예술 교육"을 통해 미술을 즐기는 방법을 전파하려고 무척 애쓰고 있답니다. 대단하신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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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시작하기 전에 ; 에듀케이터를 소개합니다>, <Prologue. 가볍게 미술관에 가자. 영화관에 가듯이>, <Part 1.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미술관에 관한 몇가지>, <Part 2. 미술관으로 가는 길>, <Part 3. 미술작품을 감상하자. 조금 천천히, 그리고 재밌게!>, <Part 4. 전시를 읽으면 더 큰 이야기가 보인다>, <Part 5. 몰랐던 것들의 발견>, <Part 6. 추천, 미술관 열 곳>, <Epilogue. 중요한 건, 마음을 여는 것>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어보니 저 같은 사람들을 감안하여 구성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에듀케이터가 뭔지, 미술관을 왜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관람하고 감상하면 되는지 등 차례차례 그 의문점들을 해소시켜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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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에듀케이터를 "끊임없이 관객과 미술관/작품이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관감객과 만나 작품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큐레이터들이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들을 어떤 형식의 전시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한다면, 에듀케이터들은 어떻게 하면 전시가 관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까, 이떻게 하면 전시가 관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까,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시와 작품을 느끼게 할까를 연구하는 차이가 있답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미술관과 갤러리의 차이점>이 있는데요. 보통 이 두 단어를 구분없이 사용하고 있죠. 그런데 책에 따름 <갤러리>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예전에는 "화랑"이라 많이 불렸던 곳이고, <미술관>은 작품 전시는 하지만 판매는 할 수 없는 곳으로 구분된답니다. 우리나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르면 '미술관은 문화 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하는 비영리 공익기관'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구요. 그리고 미술관이라 해서 '그림'만 있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사진, 디자인, 패션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미술관 가는 것과 영화관 가는 것과 크게 다를게 없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 같네요. 미술작품 보러 가는 것이나 영화작품 보러 가는 것이나 많이 닮아보이습니다. 차이라면 영화는 앉아서 편안한게 보지만 미술작품은 서서 본다는 정도겠죠. 영화를 미학적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자 보러 가지 않듯이 미술작품도 그럴 필요가 없답니다. 미술관에서 멍 때리면 어떻고 미술관을 산보하듯 활보하면 안될게 뭐 있냐는 것이죠. 마음의 부담을 가질 필요 없고, 영화관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가면 된답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 명화 전시회를 가봄 느껴지는 그 주눅들게 하는 분위기는 어떻게 극복하긴 좀 어렵긴 하죠. 저야 사진촬영만 하게 해준다면 아무 상관 없지만요.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사진촬영 금지에 대해서는 <미술관에서는 사진 찍으면 안 되는거 아닌가?>에서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도 사진에 취미를 붙였던 몇년 전만 해도 어디를 가는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고 하는데요. 미술관에 DSLR을 들고 하면 미술관 스테프가 졸졸 따라다닌 경험 역시 있다고 하구요.ㅎㅎ 사진촬영이 허용된 미술관도 촬영한 사진을 개인 소장 용도로만 사용해야지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고자 사진촬영하는 것은 금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전시관들이 전문사진가들이 사용하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하는 걸 금지하는 것이라네요. 에상대로 저작권 문제이긴 한데, DSLR로 촬영하는게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건 좀 억지스럽네요. 의외인 것은 거의 모든 전시관에서 셀카봉 사용하는걸 금지하는 추세라는 건데요. 그 이유는 셀카봉을 사용해 찍다가 작품 훼손시키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랍니다. 여튼, 최근 사진 촬영 가능한 곳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는데 뭘로 찍으라는건지 모르겠네요. 요즘 나오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들도 어두운 곳에서는 초점 잡기 위해 AF보조광(적외선)이 방출되던데.. 두손 모아 핸드폰 들고 얌전하게 찍거나 AF보조광 기능이 없는 보급형 디카를 사용해 찍는 것만 허용되나 봅니다..
책 뒤쪽 갈피에는 본문의 일부를 발췌한 글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내용중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방법과 미술관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더군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책에 수록된 사진들의 출처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보통 사진집 외에는 이런 경우 거의 없는데 말이죠. 미술관에 근무하는 분이라 그런지 저작권에 민감한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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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책은 미술관 가는걸 불편하다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 원인과 해소방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마음가짐이라는거죠. 영화관 가듯 미술관에 가서 자기가 보고 느끼고 즐기다 오면 된답니다. 책에 나오는 "추천 미술관 열곳"의 정보도 참 좋았구요. 저자의 근무지 두군데를 빼면 모두 해외에 소재하고 있기에 가볼순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과 사진으로 접해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미술관 가는 걸 꺼려 하는 분들은 이 책 한번 읽어봄 편견이 깨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