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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 - 나만의 지도를 그리며 걷고 그곳에서 숨 쉬는 도시생활자 여행기
김대욱 글.사진 / 예담 / 2013년 5월
평점 :
[서평] 숨, 쉴 틈
- 도시생활자의 떠나지 않은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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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대욱
출판사 : (주)위즈덤하우스
발행일 : 2013년 5월 10일 초판 1쇄 발행
도서가 : 13,000원
오랫만에 독특한 제목의 서적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숨, 쉴 틈". 처음 책 소개를 봤을때의 느낌은 어두운 다락방에서 저자가 자신의 음울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기술한 고백서 같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음울,몽환 보다는 자신의 주변과 일상, 그리고 경험에 대해 주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서술한 일기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읽을수록 과거로 회귀하는 타임머신을 올라 탄 기분이 들었다. 나도 그런적 있었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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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출판전문기자로 글 쓰는 일을 시작했고 글과 음악으로 벌어먹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으며 취미는 사랑과 동급이라 생각하기에 독서, 음악감상, 영화/애니메이션 보기, CD수집, 프라모델 조립, 기타연주, 사진촬영, 도시탐험과 같은 갖가지 취미를 섭렵하였다고 한다. 보통의 저자 소개는 저자의 경력과 같은 Carrer 위주의 소개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저자의 소망이나 취미같은 것들를 소개하고 있는것이 좀 독특하다.. 그리고 책 구성도 보통 책 구성에 있는 에필로그가 없고 프롤로그, Chapter.1~4장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것 역시 좀 독특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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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방의 묘사에서부터 시작된다. "방은 우주다.." 저자는 그 방에 갇히게 된 계기가 입사한 회사에서 2년차가 된 시기에 해고통지를 받았고 그 이후 서서히 방과 한몸이 되어 갔다고 한다. "방을 여행하는 사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얼마나 방에서만 지내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그러한 상황이었을때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을거라고 공감이 간다. 나 역시 언젠간 직장을 떠나게 될텐데 그 이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면 나 역시 어둠은 나의 양식, 새벽은 나의 친구, 밖으로 나가길 꺼려하는 그런 생활을 당분간 할 듯 하긴 하다...
저자는 항상 여행중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이란다.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이라.. 여행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추억으로의 여행, 소리에 따르는 여행, 익숙한 일상의 공간과 낯선 시간대로의 여행이라는 것도 여행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행이라 하면 모름지기 자신이 잘 모르는 낯선 공간으로 이동을 하여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체험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아뭏튼 서울을 벗어나길 꺼려한다는 저자이기에 자기 방, 그리고 가까운 거리로의 여행이란 것도 저자입장에서는 여행이라 할 수 있을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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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음 단계로 "소리여행"을 얘기하고 있다. 방에 있다 보면 여러가지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다. 그 소리 하나하나가 여러가지의 느낌과 감정을 불어넣어준다고 한다. 글쎄.. 이 부분은 공감이 잘 안되었던 부분인데, 도시에서의 소리는 소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좀 어려웠다. 도시에서 새벽에 들리는 소리는 보통 지나가는 차량 경적음이나 술에 취한 취객의 고성같은것 밖에 기억이 없어서 그런것 같다. 새벽 산속의 새소리나 아침 강가에서 물흐른 소리라면 모를까...
책에 펼쳐진 저자의 경험에 대한 내용중에는 나도 공감 가는 부분들이 꽤 있다. 풍족하진 못하지만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어하던 어린 시절,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많이 바뀌어버린 학교 풍경, 돈가스의 추억 등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내용들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나또한 지나온 세월들의 변화를 아는듯 모르는체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뒤돌아 되새겨보니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또 사라져버렸다.. 예를 들면 내가 어릴적 자랐던 동네골목. 최근에 가보니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한창 재개발 공사중에 있다. 이젠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은 어린시절의 놀이터와 구불구불한 그 골목들.. 아쉽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지나온 과거에 대해 감성적으로 많이 떠오르고 또 생각하게 된다. 읽는 중간중간에 생각지도 않던 어린시절이나 학창시절에의 순간순간들이 스치듯 눈앞을 휘익 지나간다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이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필인지 일기인지 기행문인지 조금은 애매하긴 하지만, "숨,쉴 틈". 참 보면 볼수록 정감 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