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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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일본 도자기 여행(규슈의 8대 조선 가마)


일본 도자기 속에 숨 쉬는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 -


조용준 著 / 퍼시픽도도 刊 / 599 page



 






지은이 : 조용준


발행처 : (주)퍼시픽 도도


발행일 : 2023년 4월 28일 개정증보 1쇄


도서가 : 22,000원






도자기는 도기(陶器)와 자기(磁器)를 합쳐 총칭하는 말로 도토나 점토에 장석, 석영을 섞어 성형하고 건조한 후 열을 가하여 경화시킨 제품을 말합니다. 이러한 도자기는 토기가 발전하여 도기와 자기로 발전되었다는데 이중 자기를 만들 수 있는 단계에까지 도달한 나라는 별로 없었으며 일찌기 양질의 자기를 만들어내었던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라 하지요. 일본은 정유재란 당시 조선에서 수많은 도공과 사기장들을 납치해 간 이후에 제대로 된 자기생산이 시작되었다고 하구요.


얼마전 <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란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일본 자기의 원류라 할 아리타를 시작으로 일본의 8대 가마지역을 탐방하면서 일본 자기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측면을 고루 살펴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울분이 치솟게 하더군요. 한반도에 침략한 일제에 의해 끌려 간 수많은 우리 백성들이 귀환하지 못하고 일본에 정착해 살면서 극우 일본인들에게 혐한의 대상으로 핍박받고 살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을 생각나게 하니까 말입니다.


언젠가 일본 자기 도공으로 심수관이란 분이 조명되던 것을 공중파 방송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정유재란 때 끌려간 도공 심당길이란 분의 14대손으로 4백여년 간 사쓰마도기 가업을 계승해오고 있는 분이죠. 책에서도 이 분에 대해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놀랍게도 일본 자기의 시조는 심당길이 아니라 이삼평이란 분이라고 합니다. 이후 후손들이 보여주는 이삼평과 심당길의 도예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구요.


저자는 일간지 기자와 시사잡지 편집장을 지낸 분입니다. 이채로운건 자기 책을 쓰기 위해 45세 되기 전 기자를 그만두었다는 점인데 이후로 유럽과 일본의 도자기 문화사 전반을 조사하여 정리한 책 6권을 출간하였다네요. 이번에 읽은 이 책은 규슈의 7대 조선가마를 개정증보하여 출간한 것으로 일본 왕실에서 사용한 아리타 자기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 책이라 합니다. 이 외에도 한일교류사와 유럽의 독특한 문화사를 정리한 책들도 다수 집필 출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열정적인 분이라 여겨지네요.


책은 <프롤로그>로 시작되어 일본의 조선 8대 가마를 1~8장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 뒤 <에필로그>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차가 빨간색으로 되어 있어 글씨 알아보기가 참 어렵더군요. 이처럼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향후 개정판 출간시 반영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문은 1~8장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이 어떻게 자리잡고 어떻게 자기를 생산하게 되었으며 도예가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타까운건 정유재란 이후 조선의 도예가들 대부분이 일본으로 끌려가 조선의 자기는 거의 명맥이 끊길 정도가 되었다는군요..









책의 앞뒤 표지 뒷면에는 일본여정 지도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조선 8대 가마가 있는 일본의 도시들인 히라도,사세보, 가라쓰, 후쿠오카, 구마모토, 아리타, 이마리, 가고시마를 지도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다도(茶道)가 거의 하나의 예식 수준으로까지 발달되었다지요. 근엄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음미하는 일본의 다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할 정도입니다. 일본에 차가 전래된 시기는 나라시대이지만 차가 본격적으로 음용하게 된 것은 무로마치 시대 선종 승려들이 정신수양과 약용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이라 합니다. 책에 따르면 지금의 일본의 다도는 센노 리큐라는 자가 다구 디자인과 다실 구조를 새로이 꾸미고 화합과 공경, 맑음과 고요의 선정 상태를 이루는 마음을 강조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차 문화에 혁신을 일으키면서 본격화되었다 합니다. 그러한 리큐는 조선의 찻사발을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하였다고 전해진다는데 아쉬운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분노를 사서 그의 명령으로 자결하게 되었다네요. 우리나라 제기용 사발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될 정도라니 일본인들이 다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이 갑니다. 사실 일본이 국보로 지정한 이도다완은 조선에서 만들어진 그릇으로 민가에서 사용하던 제기였는데 일본으로 넘어가서는 최고위 권력층의 다구로 사용되었 매우 귀한 귀중품으로 여겨졌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왜인들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조선을 침략할 당시 조선의 사기장들을 닥치는대로 끌고갔었다죠.


일본에서 자기, 백자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정유재란(1598) 때 끌려간 이삼평이란 분이 1616년 사라카와에서 덴구타니 가마를 열고 백자를 구워낸 것이 최초라 합니다. 이삼평은 일본에 끌려온 뒤 가라쓰 부근에서 도기를 제작하다가 다쿠로 옮겨가게 되었고 조선의 자기처럼 만들 수 있는 흙을 찾아 찾아다니다가 아리타의 이즈미산에서 백자광을 발견하여 그 변두리에 가마를 열고 자기를 굽기 시작하였다 합니다. 이 덴구타니 가마는 도기가 아닌 자기를 전용으로 굽는 가마로 일본 최초의 자기 가마이기에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네요. 이렇게 이삼평이 가마를 연 뒤 아리타에는 수많은 사기장들이 집결하여 번영을 거듭했답니다. 어찌나 잘나갔는지 1637년에는 이 지역에서 싸구려 도기를 만드는 일본인 도공들을 쫓아내는 추방령이 발동되기까지 했다는군요. 그러나 이삼평 집안은 6대에 이르러 폐업하고 이후에는 농사만 지었답니다. 철도기관사로 40년 일했던 13대가 1975년 정년퇴직후 퇴직금을 털어 가마터를 세우고 가업을 다시 일으키고자 도예를 배우고 가업 계승의 기틀을 다져갔지만 80년대 일본경기의 침체로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현재에 이르렀다 합니다. 책에 나오는 이삼평 후손들 인터뷰 내용을 보면 현재 14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현재의 후손들은 일본속담 '살다 보면 미야코(서울)'처럼 자신들은 조선인의 후예라기 보단 일본에 정착한 일본인이라 생각하는 듯 보이네요.


이삼평의 백자석 도광 발견은 사가현 영주에게 끌려간 김해 출신 조선인 도공 김태도와 그의 부인 백파선을 아리타로 불러들이게 되었답니다. 김태도와 백파선은 사가현 내 우치다산에서 커다란 가마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우치다(구로무타) 가마의 원조가 되었다네요. 하지만 흙이 나빠 청화백자를 제작하는데 실패하게 되었고 김태도 사망후 백파선은 영주의 허가를 받아 아리타 히에코바로 사기장 일족 906명과 함께 옮겨 도자기 생산을 계속하였다 합니다. 13대 후손에 이르러 메이지유신으로 어용가마가 폐요되어 가마의 불을 껐다고 하구요. 이들을 모티브로 일본에서는 소설과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네요. 음..


일본 자기가 유럽에 수출하게 된 것은 1620년대 중반 아리타에서 조선 사기장으로부터 백자 제조 기술을 전수받은 사카이다 가문이 1640년대 이마리 상인에게서 은화 10닢을 주고 여러 색채의 유약을 상회로 칠하는 중국의 에쓰케 기술을 배운 뒤 개량하여 생산한 가키에몬의 이로에 도자기가 시초랍니다. 여기서부터 일본의 자기는 조선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군요. 유럽에 수출된 가키에몬 도자기는 유럽시장을 완전히 장악, 엄청난 수요가 창출되어 아리타 중심의 히젠 도자기 생산 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었고, 도자기 수출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척하게 됩니다. 이후 존왕양이를 주장하는 조슈번과 사쓰마번의 반막부세력들이 축적된 부를 근대무기 구입에 사용하여 전력을 강화하고 구데타를 일으키면서 막부와 쇼군은 천황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되면서 새로운 체제인 메이지 유신이 성공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일본의 무력 중심 정치쳬계가 시작되었고 이는 주변국가 도발과 침략, 세계대전의 발판이 되었답니다.


책은 일본 도자기에 대하여 6백여페이지에 걸쳐 수많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8대 조선가마에 대해서도 최초 시작된 유래와 이후의 연혁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죠. 덤으로 조선의 사기장들로부터 시작되어 발전되어진 일본 자기 사진들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구요. 다만 일본 지역명이 서로 엇갈리는 등 헷갈리게 표현된게 간간히 나오는데 이해가 쉽질 않아 한번에 죽 읽어가는데 지장이 있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일본 도자기 여행>을 읽고 나니 불현듯 저자가 예전에 집필했다는 <유럽 도자기 여행>의 내용도 궁금해지더군요. 언젠가 책 접할 기회가 오면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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