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국보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숨은 명작 문화재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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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무관(無冠)의 국보 


-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숨은 명작 문화재 -


배한철 著 / 매경출판(주) 刊 / 385 page










지은이 : 배한철


펴낸곳 : 매경출판(주)


펴낸날 : 2023년 2월 6일 초판1쇄


도서가 : 20,000원





현재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있는 문화재는 얼마나 많을까요? 얼핏 생각해보면 국보와 보물만 하더라도 수천점은 될 듯 한게 유무형문화재 등까지 모두 합한다면 그야말로 수만점은 훌쩍 넘어서지 않을까 싶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의외이더군요. 2023년 2월 23일 기준으로 354점의 국보와 2351점의 보물, 540건의 사적, 131건의 명승, 476건의 천연기념물, 155건의 국가무형문화재, 308건의 국가민속문화재, 951건의 국가등록문화재, 4033건의 시도유형문화재, 603건의 시도무형문화재가 있다고 나온 것이죠. 그러니까 천연기념물, 무형문화재와 같은 것까지 모두 다 더해봐도 1만점이 안되는, 우리나라의 국가지정문화재는 불과 9,902점 밖에 안된다는게 현실이었습니다. 국가지정문화재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더라는 사실에 좀 놀라웠습니다. 왜 그 정도 밖에 없는 것일까요? 이러한 사실, 국가지정문화재가 왜 이 정도 밖에 없는건지를 알게 된 건 며칠 안 되었습니다. 그것은 <무관의 국보>란 제목의 책자를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미지정 문화재 중 많은 것들이 국공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게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죠.



국보나 보물과 같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소유한 국가기관이나 단체, 개인이 문화재 지정을 신청해야 하고, 문화재위원회가 그 신청내용을 심사하여 최종 결정한다고 합니다. 국가가 문화재를 지정하는 목적은 문화재청이 주기적으로 문화재의 보존 현황을 점검하여 훼손되거나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네요. 하지만 국립박물관과 같이 최첨단 보관시설을 갖추고 자체 전문가들이 소장 문화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경우에는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면 문화재청의 통제와 간섭을 받게 되기에 관리 측면에서도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많아지게 되어 기피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소장자가 외국기관이나 외국인인 경우에도 국가지정문화재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겸재화첩이나 외규장각 의궤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문화재이지만 지금은 외국기관이 소장중인 문화재를 영구임대 형식으로 우리에게 보내준 것들 역시 국보나 보물이 될 수 없다고 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술적 가치나 중요성에서 좀 떨어지는 것들도 지정문화재에서 선정되지 못한답니다.



아무튼, 이러한 문화재의 현실을 알게 해 준 <무관의 국보>. 이러한 내용은 '서문'과 본문 내용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었는데 사실 그게 주 내용은 아닙니다. 도서제목처럼 국보나 보물과 같은 문화재로 지정되어야 마땅한 수준의 문화재들을 소개하는게 주 내용이죠. 저자는 35점의 문화재들을 선정하여 연혁은 물론 작품의 예술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문화재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소개하는 무관의 국보 35점은 불상과 회화, 서예작품이 대다수였습니다.









저자는 경영학박사이면서도 문화재와 한국사에 매료되어 역사서와 고문을 탐독하였다 합니다. 현재는 한국사와 고미술, 고전을 주제로 다양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여러 교양서적도 집필하였으며, 2021년부터는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으로도 활동중에 있답니다. 이름이 맥가이버를 더빙한 성우분과 비슷해서 혹시 형제나 친인척 아닐까 싶어 찾아봤는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건 아니었어요.^^



책은 서문과 본문부 총 8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국보와 같은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저자가 문화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비지정인 채로 남아 있는 수많은 명작 유물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구요. 본문부는 <1부. 기적처럼 우리에게 전해진 '숨겨진 국보'>, <2부. 시대의 정점에서 꽃피운 걸작>, <3부. 간절한 염원, 대작으로 거듭나다>, <4부. 시대의 거장, 불세출의 명작을 낳다>, <5부. 지존의 삶, 절대 군주의 자취>, <6부. 왕권강화의 소망을 담다>, <7부. 규방의 여인, 불굴의 예술혼을 꽃피우다>, <8부. 국보로 읽는 그 시절의 현장보고서>로 구성되어 꽤 많은 국보급 문화재들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에는 비지정 문화재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비교 설명을 위해 수많은 지정문화재들이 나오기도 하구요. 그런데 놀라운건 이게 비지정 문화재야? 하고 놀랄만큼 매우 유명한 작품들이 꽤 있더라는 것이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국보 1호는 숭례문(남대문), 보물 1호는 흥인지문(동대문)이라는 사실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보와 보물, 유무형문화재 등 국가지정문화재에 일련번호가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2022년경부터 문화재 지정번호가 없어지고 지금은 국보 숭례문, 보물 흥인지문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답니다. 책을 보니 여기에도 사연이 있어서 그 내용이 서문에서 언급되고 있는데요. 그것은 국보1호 숭례문이 2008년 방화로 전소되고 다시 신축한 일이 그 시작이랍니다. 숭례문을 재건한 후에 역사적 가치가 떨어진 신축 숭계문이 과연 '국보 1호'로서의 자격이 있냐는 논란이 불거져 한동안 시끌시끌했었다죠. 그 결과 관계법령이 개정되면서 국가지정 문화재 선정시 부여되는 일련번호 자체가 폐지되었다 합니다. 흐흠..



본문에 나오는 비지정 문화재들의 면면들을 살펴보니 크게 불교문화재와 왕족(귀족)문화재로 구분되는 듯 보입니다. 유형별로 봄 회화와 서예, 조각과 공예품으로 분류될 듯 보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사찰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아무래도 불교문화재에 눈길이 가고 더 많은 관심이 가는데요. 그런데 일일이 헤아려보니 책에는 불교문화재가 10개 밖에 안되던데 생각보다 적은 비중에 좀 실망스러웠어요.. 그간 많은 사찰들을 순례하고 방문하였지만 책에는 듣도 보도 못한 불상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책에 나오는 문화재들은 대부분 사찰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예술성 뛰어나고 역사적, 학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매우 큰많은 문화재들이 이처럼 국보나 보물에 지정되지 않은 채 수장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네요..










사찰이나 개인이 소장한 문화재들은 舊 보물 제479호였던 낙산사 동종처럼 화재로 소실되거나 불상이나 회화, 공예품들이 도난되는 일이 종종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안전한 보관상의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어 국가 차원의 관리를 받는게 매우 필요할 듯 합니다. 실제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을 보존하고 있는 사찰에 가보면 그 문화재 주변에는 꽤 많은 CCTV들이 설치되어 있고 심지어는 소방용수시설까지 구비되어 있더군요.



그 유명한 김명국의 '달마도'나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역시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작품들은 세계적으로도 극찬을 받고 인정받는 세계유산급의 문화재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관계로 비지정 문화재라는군요. 책을 읽고 보니 이러한 수준급의 문화재들이 비지정 문화재로 전해지고 있는건지, 대체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건지 감 조차 잡히질 않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지정문화재라고 유물로서의 격이 떨어지거나 가치가 감소하는건 아니니까 비지정이라 해서 좋지 않은거라 볼 수만도 없을거 같긴 합니다. 소중한 문화재를 안전하게 유지, 보관하여 후손들에게 전해주는게 더 중요한 것일테니까요.










책을 읽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국에는 왕실 전용 사찰이 몇개나 있었을까'란 질문이었죠. 책에 따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를 조사했는데 95개가 있었다는데 능침사찰 71개, 태실사찰, 11개, 원찰 13개로 파악되었다는군요. 그간 여기에 해당하는 사찰들 여러 곳을 방문했었으면서도 능침사찰과 원찰의 구분법도 모르고 있었네요.. 불교와 사찰에 별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의미없는 사소한 내용이겠지만 저처럼 사찰과 불교문화재에 관심많은 이에겐 매우 유용한 지식이지요. 이처럼 귀한 지식도 알려주고 있으니 참 고마운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이 책을 읽다가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주말이나 공휴일에 사찰 탐방 다시 재개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집중근무제라는 희한한 제도를 시행하여 주중 내내 회사일로 피곤함에 찌들어 주말에는 내내 잠만 자는 통에 사찰 순례 가지 못하게 된지도 몇달이 되었네요.. 그리고 하나 더 언급하자면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재들 다시 살펴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대여섯번은 찾아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구요. 이처럼 이 책은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불교와 사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욱 좋은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라 여겨지네요.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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