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고대에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산수화와 풍경화를 나란히 놓고 살펴보고 있어요. 책 첫머리에 연대표를 배치하여 선사시대부터 중화인민공화국과 후기인상주의까지의 시대까지 중 대표적인 화가와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대표에 작품과 함께 나오는 화가는 저자가 선정한 동서양 미술사에 있어서 탁월한 업적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 동양 중국 산수화가 7명(이성, 동원, 이당, 항공망, 오진, 예찬, 왕몽)과 서양 유럽 풍경화가 7명(얀 반 에이크, 요하힘 파티니르,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존 컨스터블, J.M.W. 터너,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으로 본문에서 그들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1장과 2장은 선사시대와 고대시대의 내용으로 산수화나 풍경화의 기틀이 아직은 많이 부족한 시기였기에 그 근원이 될만한 것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은 고대의 신선사상에서 태동한 곤륜산의 이미지가 산수화에 영향을 미쳤고 서양에서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신화와 중세 기독교 교회의 필요에 의해 그려진 그림들이 점차 자연을 묘사하는 방법에 발전이 이어져 왔답니다.
3장에서부터 5장까지 본격적인 산수화와 풍경화에 대한 여러가지 설명과 해설들이 나오고 이어집니다. 중국은 산수화를 그리고 감상하는 일이 정신을 해방시킨하고 한 종병의 등장으로 새로운 이론이 나오게 되면서 새로운 기법들이 등장하게 되었답니다. 책에는 사대부 등 문인화가와 화원에 속한 직업화가 등 수많은 화가들이 나오는데 그 변천과 진화 과정이 꽤 흥미롭네요. 일곱 고전의 완성은 오대와 북송 초의 동원과 이성, 남송의 이당, 원의 황공망, 오진, 예찬, 그리고 왕몽을 끝으로 완성되었다는군요. 거의 대부분이 처음 알게 된 화가들이었고 처음 본 작품들이었습니다..
서양의 경우엔 시도서와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등장한 종교화에 배경으로 산이 그려지면서 풍경화의 시초가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이후 전경, 중경, 원경의 색조를 달리하는 색채 원근법과 소실점으로 집중되어 깊이감을 주는 선 원근법 등 다양한 풍경 표현법이 개발되면서 르네상스 시대에는 사실적인 풍경화로 발전하게 되었다네요. 유럽에서 유행하였던 시도서, 특히 그중 월력도는 공간의 통일감이 중요했었기에 풍경 묘사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답니다. 얀 반 에이크의 토리노-밀라노 시도서에 그려진 세례 요한의 탄생은 빛을 활용해 공간 묘사 기법을 한단계 끌어 올린 작품이랍니다. 화가에 의해 재편집된 공간을 그린 풍경화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합니다.이후 여러 화가들에 의해 여러가지 표현법이 개발되어 오다가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에 의해 매우 사실적인 풍경화에까지 이르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코로가 수면에 반사되는 빛의 분위기를 연구하고 그려내자 이게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네요. 이후 사실적인 풍경화는 점차 쇠퇴해가고 큐비즘과 야수파, 인상파에 이르러서는 풍경화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답니다.. 서양 미술쪽은 그나마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들이 꽤 있어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한 한두번 정도 읽어서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책 같습니다. 저 역시 그간 여러 미술 관련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처럼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를 각각 회화기법 변천 등 여러가지를 비교하면서 설명하는 책은 처음 접했네요. 중국 산수화에 대해선 거의 전부가 처음 본 내용이기에 아직도 내용 헷갈리고 기억도 거의 나질 않는데 서양 풍경화는 그에 비함 많이 기억납니다. 그러고 보니까 그간 읽었단 미술 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서양미술 분야 책인거 같구요. 이 책은 동서양 회화 비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나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를 이해하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