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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ㅣ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도서후기]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광복이후 근대도시에서 현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 풍경
전국역사지도사모임 / 유씨북스 / 30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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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전국역사지도사모임
펴낸곳 : 유씨북스
펴낸날 : 2021년 10월 20일 1판1쇄
도서가 : 15,800원
5천만 대한민국 인구중 1천만명이 거주하는 수도 서울은 조선왕조가 개창되면서부터 한반도의 수도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고려시대에도 남경이라 하여 중요 도시 중 하나였긴 했지만 명실상부한 수도로서의 위상을 확립한건 조선의 수도 한양이 그 시작이었지요. 그러한 서울을 표석을 통해 살펴보는 시리즈 책자 중 하나로 얼마전 네번째 도서가 출간되었는데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란 책입니다. 한마디로 표석을 통해 20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살펴보는 책이지요.
시리즈로 이전에 출간되었던 세권의 책은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2016)>,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2018)>,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2019)>으로 이중 두권('한성', '제국에서 민국'편)을 이미 읽어보았는데 매우 흥미롭고 인상적인 책이었는데요. 이번 출간된 '서울'은 어떤 내용일런지 기대가 컸었는데 읽어보니 역시나 그 기대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전국역사지도사모임으로 되어 있지만 목차를 보면 각 장별로 집필한 10분의 이름이 보입니다. 이 모임은 모두 문화해설사 또는 교육지도사로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시는 회원들의 모임으로 '살아 있는 역사 교육'으로 역사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학습 자료를 개발하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문화유적지나 문화재, 고궁이나 사찰 등 역사 문화가 살아 숨쉬는 현장을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는 유용한 콘텐츠를 만드신다니 여행길이 풍성해질 것도 같습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준비한 만큼 느낄 수 있다고 하니까요.
책은 그간 출간된 시리즈 책자와 동일하게 본문이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 머리에 - 한성, 경성 그리고 서울>로 시작되고 이어지는 1부에는 "근대적 도시화의 시작"이란 주제로 6개의 장이 있는데 <종로 길 - 모더니스트를 만나다(손은희)>, <명동 길 - 문화 예술의 산실, 다시 꿈꾸다(강선애)>, <용산 길 - 금단의 땅, 문이 열리다(김형기)>, <영등포 길 - 군사비행장에서 한국 경제의 상징으로(김미숙)>, <마포 길 - 서울 성장 발자취, 한강의 기적(김홍렬)>, <동대문 길 - 가난이 만들어낸 끈질긴 생명력(한이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광복 이후 서울이 근대적 도시로 변모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장입니다.
2부는 "현대적 대도시의 건설"을 주제로 4개의 장, <은평 길 - 서울의 경계점이 아닌 내일의 시작점(정순희)>, <구로 길 - 수출산업의 메카 구로공단 이야기(손안나)>, <강남 길 - 정권이 만든 아파트공화국(김태휘)>, <잠실 길 - 올림픽을 치른 서울의 시그니처(임정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서울의 도시 확장과 현대적 대도시를 건설해가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는 장인데 각장의 제목들을 보면 내용이 대충 짐작이 가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표석 찾아보기>와 <참고 문헌>, <집필진 소개>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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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다음에는 구한말 한성에서부터 1970년대 서울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 지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시대별로 색깔을 통해 구분하여 어떻게 서울이 확장되어 갔는지 그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지요.
구한말 당시의 한성은 4대문 내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1910년대 경성은 동쪽으로는 동대문 너머 신설동까지, 남쪽으로는 남산 너머 용산까지 확장되었고, 1930년대의 경성은 2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확장되었으며, 50년대와 70년대의 서울은 그 2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지속적인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확대되어 왔음을 알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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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장은 종로 길로 시작됩니다. 이곳은 조선이 건국되면서 조성된 상업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 근대에 이 길을 따라 전차 노선이 부설되면서 서울의 중요한 교통로가 되었고 이는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80년대까지 이어왔습니다. 학교,시장,극장 등이 있어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던 종로 길에는 종각 바로 옆에 위치한 종로서적이 있었죠. 2002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서점의 역할은 물론 만남의 광장으로 많은 이들이 애용하던 곳이었습니다.
1장의 타이틀은 "모더니스트를 만나다"로 20세기 초 무렵 활동하던 작가들과 관련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종로 길 주변에는 의외로 작가들 집터와 작가가 운영하던 책방, 가게들이 꽤 있더군요. 광화문 교보빌딩 주차장 터에는 <목마와 숙녀>로 유명한 박인환의 집터가 있고 종로3가 낙원동에는 박인환이 열었던 서점 <마리서사>가 있었으며 탑골공원 건너편에는 김수영 집터였었답니다. 책에서는 박인환과 김수영간 복잡미묘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좀 뜻밖이었어요.
두번째 장인 명동 길의 제목은 "문화 예술의 산실, 다시 꿈꾸다"로 2장의 글 전제적으로 보면 명동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명동은 비가 오면 땅이 질어서 넘기 힘들다 하는 "진고개"라 부를 정도로 구한말까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혼마치(本町)이라 불리던 충무로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게 되면서 명동(明治町) 일대에 상가와 백화점, 극장 명치좌(明治座)가 세워지면서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부각되기 시작했답니다. 이 명치좌가 지금의 명동예술극장으로 1936년에 세워진 것이랍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명동성당 일대와 중국대사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재건하게 되는데 이때 고층 빌딩과 함께 금융기관 본사들과 증권거래소가 들어오고 양장점과 백화점들이 대거 문을 열어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로 거듭났답니다. 1979년 증권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전하고 금융기관들도 따라가면서 명동은 점차 활기가 떨어지고 그 명성은 영동개발사업 결과 눈부시게 발전한 강남으로 넘어가게 되었답니다.
이러한 명동에는 한국전쟁 이후 기라성같은 문화예술가들이 드나들던 다방과 주점들이 즐비했었답니다. 문인들은 '모나리자', 방송인은 '라이뿌룸', 연극인은 '은하수' 등 다방마다 모이는 사람들의 성격이 다르기도 했다네요. 이 모든 사람들과 다 연계되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명동백작 이봉구'란 분으로 '은성의 풍경화', '명동의 산증인', '명동시장' 등 별명도 참 많은 분입니다. 이 분이 주로 가던 단골집은 '은성주점'으로 오죽하면 편지에 '은성주점 이봉구'라 쓰면 배달될 정도라 하네요.
세번째 장은 용산 길로 "금단의 땅, 문이 열리다"가 타이틀입니다. 다들 주지하시다시피 용산은 최근 주한미군이 용산기지로 사용하다가 평택기지로 이전으로 돌려받게 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죠. 용산은 조선시대부터 한강과 연결되는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전국의 조운선들이 몰려드는 포구로 발전했던 곳이랍니다. 하지만 이런 요충지란 점 때문에 고려말 몽고군의 병참기지로 사용되었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이 보급기지를 설치했으며 병자호란 때는 청나라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었답니다. 청일전쟁 때는 일본군이 주둔하다가 을사늑약 이후에는 군사기지화 하여 한반도 무력통치와 대륙 침략의 거점으로 삼았다지요.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들어와 7사단 사령부를 설치했었고 한국전쟁 후에는 주한미8군사령부로 들어와 미군기지로 공여되었죠.. 대한민국 영토임에도 주권이 미치지 못하던 곳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단 사실..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이 책을 통해 새삼 되새겨보게 되었네요.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용산의 역사가 있었는데 용산에는 국내 3대 제과회사(크라운해태제과,오리온제과,롯데제과)가 몰려 있었답니다. 해방 전까지 용산에는 영강제과(남영동), 경성제과(갈월동), 장곡제과(후암동), 대서제과(용문동), 궁본제과(용산경찰서 앞), 기린제과(공덕동), 풍국제과(삼각지), 조선제과 등 8개 제과업체가 있었는데 해방후 일본인들이 경영하던 제과 생산시설들이 한국인들에게 불하되면서 해태제과(前영강제과),오리온(동양)제과(前풍국제과)가 탄생했다는 것이죠. 다만 롯데제과는 1967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진출하면서 용산에 본사를 둔 케이스랍니다.
책은 그러한 용산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관련 표석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너무 매끄러워서 표석 이야기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네번째 장은 영등포 길로 "군사비행장에서 한국 경제의 상징으로"입니다. 처음 목차를 봤을 땐 영등포 길이라 해서 어딘가 싶었는데 본문 읽어보니 여의도가 주 대상이었어요. 물론 여의도 뿐만 아니라 영등포 일대에 대해서만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강 이남 지역 중 서울 행정구역에 포함된 곳은 영등포 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책 처음에 서울 확장을 보여주는 지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새로왔던 것은 60년대말 시작된 강남개발이 처음에는 영동개발이라고 불렀었다는 점인데 영등포(永登浦)의 동(東)쪽이라 영동(永東)이라 한 것이랍니다. 당시엔 강남과 잠실 일대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였고 지금은 분구되어 있지만 그 당시엔 지금의 강서구와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동작구도 영등포구에 속했으니 영동이라 불릴만도 합니다. 그 시원은 1973년 영동출장소가 신설되어 지금의 강남구 일대를 관할하면서부터 생겼다는군요.
이후 다섯번째부터 열번째 장은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리한 내용을 꼭 남겨놓고 싶은데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본문이 마무리되면 그 뒤에는 그간 출간된 시리즈 책자와 마찬가지로 책에서 언급된 표석 사진들이 이어져 나옵니다. 그런데 미설치된 표석이라는 사진도 있었는데 그건 집필진들이 표석이 설치될 만한 곳이라 설명하던 곳들이라 넣어둔거 같네요. 아무튼, 서울 도심과 부도심이 어떻게 확장되고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책은 지역별 길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어요.
책은 구한말 한성에서부터 어떻게 지금의 서울로 변화해갔는지,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사회상황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70~80년 이야기 같은 경우에는 읽다가 가물가물한 옛 기억들을 회상해보느라고 시간 많이 잡아 먹게 되더군요. 읽으면서 감회가 새롭단 말이 수시로 나오더랍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70년대 이전 출생하신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전 이 시리즈 책자의 영향으로 길 가다가 표석이 보이면 유심히 그 내용 살펴보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