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언급되는 국가는 프랑스로 <1장. 낭만의 나라에 숨겨진 전쟁이야기>가 제목입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서유럽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수많은 전쟁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그러기에 책에서도 가장 먼저 배치되어 있고 이어서 독일이 나옵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프랑스의 전쟁 관련 건축물로 에펠탑과 에투알개선문, 루브르박물관, 앨발리드, 베르사유궁전, 알부예성, 마지노선이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마지노선이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마지노선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독일과의 국경지대에 설치한 방어시설 요새를 말합니다.
지금도 최후의 방어선이란 의미로 마지노선이란 말을 흔하게 쓰이고 있습니다만 그 내막을 알면 그리 쓰기 부담스러울 듯 하네요.
마지노 요새는 그야 말로 당시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기술들을 총동원하여 대규모 병력이 상주할 수 있는 지하시설과 통신설비, 전기장치, 대전차 방어시설 등 방어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춘 요새였답니다.
가장 얇은 벽두께가 3.5m나 될 정도로 무지막지한 이 시설로 완공 후엔 히틀러도 한동안 넘보지 못한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었다 하는데요.
하지만 그 난공불락의 마지노 요새도 단 하나의 빈틈, 아르덴 숲을 치고 들어온 독일의 기갑부대의 낫질작전에 의해 6주만에 파리가 함락되고 요새에 갇혀버리게 된 프랑스군 80만명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항복하면서 요새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죠.
그 수많은 마지노 요새중 독일군에 의해 뚫린 곳은 단 하나 뿐이었을 정도로 방어만큼은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었던 시설은 맞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국가는 독일로 프랑스와 함께 많은 전쟁을 치루고 세계대전을 두차례나 일으킨 나라 이야기이죠.
제목은 <2장,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로 여기에는 베를린전승기념탑과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노이에 바헤 추모기념관, 브란덴부르크문, 하이델베르크성, 드레스덴 성모교회가 수록되어 있었는데 여기에선 브란덴부르크문부터 먼저 읽었습니다.
브란덴부르크문은 레이건 미대통령이 문 앞의 베를린 장벽에서 연설하던 걸 뉴스를 통해 보았을때 저런다고 공산당이 사라지나 생각 했었는데 불과 2년 뒤인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브란덴부르크문으로 동독시민들이 넘어오며 동서독이 통일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던 기억 때문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책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우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구요.
브란덴부르크문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가 선왕의 업적을 과시하고 평화를 상징하고자 건립을 명하여 3년 뒤인 1791년에 완공되었답니다. 문 위에 설치된 조각은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와 그녀가 끄는 쿼드리가(Quadriga : 고대 로마시대에 전차 경주 때 사용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두 바퀴의 전차)로 전쟁을 거치면서 그 방향이 여러번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문으로 승전한 프로이센군이나 독일군 개선행진 당연히 많이 있었지만 1806년에는 나폴레옹 군대가 이 문을 지나 베를린 궁전까지 행진했었고 히틀러도 전쟁에서 승리할 때 마다 이 문을 통해 군대를 행진시켰답니다.
브란덴부르크 문이 프랑스의 그 유명한 개선문(에투알개선문)과 같은 역할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지는 국가는 영국으로 <3장. 끊임없이 전쟁터가 되어 온 섬나라>이 제목입니다.
책에는 런던탑과 웨스트민스터사원, 대영박물관, 윈저성, 칼라일성, 도버성, 에든버러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영국 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은 중세시대 영국섬내 4개국간 일어났던 전쟁이 전부입니다.
심지어 전쟁을 도발하고는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로부터 전리품으로 강탈해 간 유물들이 대부분이라는 대영박물관 이야기도 나오죠.
반환을 요구하는 세계 각국의 목소리들을 영국정부는 지금도 묵살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과는 섬나라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것 같군요.
윈저성 사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봤는데 제국주의와 식민지배란 시스템을 전세계에 퍼트린 결정적인 국가였다는 과거 때문에 그간 찾아 본 적이 없었나 봅니다.
다음으로는 <4장. 유구한 역사만큼 긴 전쟁의 역사>란 제목으로 이탈리아 건축물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그 대상으로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개선문, 티투스개선문, 산마르코대성당, 몬테카시노수도원이 나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로 대변되는 고대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천년제국 로마가 자리했던 이탈리아는 지금도 그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죠.
지구상에 처음으로 제국주의 사상을 확립시킨 로마제국은 천년이라는 기간 동안 잘나가든 못나가든 유럽 역사의 많은 부분을 장식해 왔습니다.
책에서 눈여겨 본 것은 티투스개선문이었습니다.
그건 "티투스개선문은 승자와 패자간 역사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멘트 때문이었는데 이 말은 티투스개선문은 승전한 로마인들에게는 영광이요 자랑이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유대인들에게는 이 개선문 존재 자체가 치욕이란 말이더군요.
티투스개선문 안 아치 천장에는 4각 패널들이 있는데 이중 남쪽패널에는 예루살렘을 정복한 로마군들이 유대교를 상징한다는 7개 가지의 황금촛대(메노라)와 제단에서 가져 온 부삽, 성찬대, 황금트럼펫을 부는 개선 행진 모습이 부조로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는군요.
이는 유대인에게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금도 유대인들은 이 문을 통과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로마에는 황제가 거둔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졌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본보기가 티투스개선문이라고 합니다.
로마제국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을 승리로 이끈 친형지자 전임 황제였던 티투스 황제를 기리기 위해 82년에 세운 가장 오래된 개선문으로 파리의 에투알개선문 등 수많은 개선문의 모태가 되었다네요.
마지막 다섯번째는 동토의 왕국 러시아로 <5장. 동토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이 제목입니다.
5장은 유독 분량이 적었는데 크렘린궁전과 예르미타시박물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까지 단 3개만 30여페이지에 걸쳐 나옵니다.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이야 붉은 광장과 함께 소비에트연방 시절부터 익히 알려진 명소이지만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처음 알게 되었어요.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러시아 표트르 대제가 1703년 새로운 수도로 삼고자 건설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에 최초로 세워진 건축물이라 합니다.
지금은 토끼동상이 요새 곳곳에 있기에 토끼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는 도시 방어의 용도로 건립되었지만 감옥으로 악명을 떨친 곳이라 하네요.
이 요새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수비대의 주둔지와 정치범 감옥소로 사용되었는데 대문호 도스토엡스키도 이곳에 수감되었다는군요.
요새 안에는 석조 성당이 있는데 여기에는 표토르 대제부터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까지 러시아의 모든 차르가 안장되어 있다 하구요.
특이한 건 이 요새가 정작 전투에는 쓰이지 못했고 러시아 혁명이후인 1924년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답니다.
생각해 보면 전쟁으로 인해 출현한 것들로 인해 인류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사한 사례도 있긴 합니다.
물론 전쟁이 벌어져서라기 보다는 전쟁을 준비하다 보니 만들어진 것들이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한 것이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텐데요.
인터넷이나 GPS와 같이 비록 전쟁물자에서 시작되었지만 발명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현대문명은 절대 이루어 질 수 없었을 거라는 많은 것들이 바로 전쟁을 매개체로 생겨난 것들이죠.
정치인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여하튼 전쟁은 인간을 더욱 비참하고 참혹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루살렘, 발칸반도 등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워 지는 지역도 점차 늘어만 가고 있네요.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저 역시 세계 평화를 바랄 뿐입니다...
도서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느낌 그대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