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이한우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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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

 

 

 


 

 

 

지은이 : 이한우

발행처 : (주)홍익출판미디어그룹

발행일 : 2021년 2월 5일 초판1쇄

도서가 : 16,000원

 

 

 


 

 

 

간신(奸臣, 姦臣). 사전적 의미로는 산사한 신하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주로 임금에게 아첨으로 권력을 얻어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에만 주력하는 신하를 말합니다. 하지만 왕권국가가 사라지고, 물론 입헌군주국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공화국으로 구성된 현대사회에선 신하(臣下)라는 존재가 없기에 좀 다른 의미로 보아야하겠지요. 이익추구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자본주의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에 대해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남을 짓밟고 얻으려 하는 그런 행태, 선량한 시민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비상식적인, 초법/탈법/불법적 방법을 통해 자신에게로 돌리는 그런 것들이 문제일 것입니다.

얼마전 도서카페를 통해 입수한 <간신열전>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는 간신을 7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찬신(簒臣),역신(逆臣),권간(權奸),영신(佞臣),참신(讒臣),유신(諛臣),구신(具臣)인데 이에 대한 내용은 조금 있다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매우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요약하여 풀어볼까 합니다.

 


 

 

 

<간신열전>의 저자는 영문전공 학사를 취득한 뒤 철학 전공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신무사 기자를 역임하신 분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약력을 보니 조선왕조실록과 중국 고대 철학서와 관련된 도서를 집필하고 출간하셨더군요. 이 책은 아마도 이러한 책들을 집필하기 위해 조사연구한 자료들에서 발견하고 인지하게 되어 쓰신게 아닌가 싶네요.
 



 

 

 

책은 앞에서 말한 7가지 간신의 유형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차를 보니까 이름들이 거의 나오지 않기에 읽기 전에 미리 추측하기가 어려웠어요. 주로 고려와 조선, 중국의 사례들로 채워져 있는데 놀라웠던 것은 고려에 대한 내용들이었어요. 그러고보면 조선시대에 대한 내용들은 많이 알려져 있는거 같은데 고려시대 내용은 별로 알려진게 없는거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고려시대 내용도 대부분 고려후기인 것을 보면 고려에 대해 전해지는 기록이 별로 없다는걸 알 수 있지요. 아마도 조선의 사대부들이 고려시대 기록들을 유교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른바 사문난적(斯文亂賊)이란 구실로 멸실시켜 버렸었겠죠.

 


 

 

 

<제1장. 찬신(簒臣)>의 부제는 '나라를 무너뜨린 간신들'로서 임금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를 차지한 신하를 찬신이라고 한답니다. 중국의 한착과 전기와 같이 생소한 인물과 잘 알려진 왕망과 고려의 이자겸이 사례로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자겸은 왕위에 오르진 못했는데 찬신의 범주에 포함되는가 싶었지만 고려왕조를 무너뜨린 인물이기에 여기에 포함시킨 듯 합니다.

처음에 찬(簒)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이 문자는 빼앗는다는 의미이기에 찬탈(簒奪),찬위(簒位),찬역(簒逆)과 같이 임금의 자리를 빼앗다는 용어에 사용된다면서 찬립(簒立), 찬시(簒弑)도 더불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찬립 - 신하가 임금의 자리를 빼앗고 그 왕위에 서는 경우, 찬시 - 신하가 임금의 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죽이는 경우) 알쓸신잡성 내용이란 생각이 살짜악 들었죠.^^

여기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전기(田乞)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제나라 경공을 섬겨 대부가 되었는데 그가 백성들로부터 세금을 받을 때는 작은 말로 받았고 백성들에게 곡식을 내어줄 때는 큰 말로 재는 등 백성들에게 음덕을 베풀어 마음을 얻었답니다. 경공은 이를 금지시키지 못했다 하구요. 경공 사후에 경공의 아들 안유자가 왕위를 승계하는데 전기는 안유자를 살해하고 제나라 정치를 전횡했다 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경공이 전기가 시행하는 일을 금지시키지 못한, '굳세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면서 모름지기 임금은 눈도 밝아야 하지만 굳세지 않으면 안되다 하고 있습니다. 흐흠.. 결과적으론 그렇게 됐지만 음덕을 베풀 당시 그걸 금지시키라 하기엔 쉽지 않을 듯한데..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2장. 역신(逆臣)>의 부제는 '황음에 빠진 임금을 시해한 간신들'로 여기에선 은(상)나라 주왕을 내쫒은 주나라 무왕과 환관에게 독살 당한 당나라 헌종, 고려 공민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이한건 중국 환관과 대비되는 조선의 환관, 연산군에게 참살당한 김처선의 이야기입니다. 이분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역신이 아니라 충간(忠諫)을 하다가 죽게 된 충신인데 시대에 따라 평가되는 모양이 양극을 오가고 있더랍니다.

 

<제3장. 권간(權奸)>의 부제는 '임금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른 간신들'인데 1장에서 언급된 이자겸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장입니다. 권간은 권신이라고도 하고 병신(柄臣)이라고도 한다는데 이는 권력을 쥔 칼자루를 의미하기 때문이랍니다. 대표적인 권신으로 중국의 환관 조고를 예로 들고 있는데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 조고는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리석은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뒤 그 뒤에서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죠. 사슴을 말이라 우겼다는 고사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탄생하게 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책에는 이런 잘 알려진 이야기도 나오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제4장. 영신(佞臣)>의 부제는 '임금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간신들'로 책에서 가장 분량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장입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간신이라 하면 여기에 해당되는게 대부분일 듯 한데요. 분량이 많은 만큼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영신은 임금의 눈과 귀를 의도적으로 가리려는 신하라는 의미라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영신들에게 놀아 난 임금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휘하의 간신들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려 의종의 경우엔 아주 생소한 이야기였고 조선 정조 때의 재상 홍국영은 익히 들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도 꽤 많더군요. 

 

<제5장. 참신(讒臣)>의 부제는 '임금의 총애를 믿고 동료를 해치는 간신들'인데 부제를 읽는 본 순간 여러 영화 제목들이 눈앞을 스쳐가더랍니다. '왕의 남자', '간신','쌍화점' 등 인데요.^^ 대부분 연산군(임사홍)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들인데 '쌍화점'만은 고려말의 임금(공민왕을 모티브로 한거라고들 하지요)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게 기억나네요. 아무튼 간에, 책에서는 참신을 보려면 그 연산군 때보다 광해군 때가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이첨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선조 때부터 관직에 나아갔던 이이첨은 소북파를 숙청하고 영창대군 사사와 인목대비 유폐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광해군의 정통성 불안 심리를 흔들고 비위를 맞추어 임금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둘렀기에 참신에 해당한답니다.

 

<제6장. 유신(諛臣)>의 부제는 '아첨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간신들'인데요. 앞에 나온 참신이나 영신과 유사한 듯 보였는데 다른 점은 유신은 임금의 뜻만 맞추려 하고 다른 뜻은 없는,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신하이지만 참신이나 영신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아첨하는 신하라는 차이가 있답니다. 알듯 말듯하지만 아무튼 그렇답니다. 책에 따름 유신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도 않고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하지도 않는답니다. 그들은 그저 임금을 기쁘게 해주는 것에만 온 힘을 다 쏟아 총애를 받는 신하들이라는 것이죠. 마치 영화 '간신'에서 배우 천호진이 연기한 채홍사 임사홍을 연상케 합니다. 그에 비하면 임사홍의 아들 임승재(주지훈)는 참신에 가까운 것 같네요.

 

<제7장. 구신(具臣)>의 부제는 '자리만 지키며 녹봉이나 축내는 간신들'인데 수록된 내용이 처음엔 부제와 연결이 잘 안되었습니다. 읽기 전 제 생각엔 '복지부동'으로 상징되는 공무원과 같은 신하를 보여주는줄 알았는데 아니었단 얘기죠. 하지만 중간쯤부터는 이해가 쏙쏙 되었습니다. 죽과 밥만 축내는 무능한 신하를 의미하는 죽반승(粥飯僧)이라는 용어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데 연산군의 장인 신승선과 명종때 상진이란 인물을 죽반승이라 표현했다네요. 직무에 게으르고 녹만 먹으며 있으나 마나한, 우유부단하고 줏대가 없는 인물이라 평하면서 말입니다. 구신에 대한 내용은 현대에서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 기업체에서도 이런 인물들이 허다하니까 말이죠. 한때 영화제 시상식에서 모 배우가 자신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 책 읽다 보니 그게 좋은 표현이 아니란 생각이 불쑥 듭니다. 남들 고생해서 다 이루어 놓은 결과물에다 슬쩍 손발 밀어넣고 그 영광은 독차지한다는, 말 그대로 파렴치한 같은 의미이니까 말입니다. 근데 그 때는 그게 왜 좋은 표현이라 생각했었을까요???

 

책은 비록 왕조시대의 간신들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금의 현실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대입해서 볼 여지가 참 많은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관공서나 기업과 같은 조직들 역시 왕조시대 정부와 비교해보면 그 구성이 유사하기에 그러하죠. 대표,임원,부서장,부서원의 순서가 왕,신하,공무원,백성으로 치환한다 해도 별 차이 없어 보입니다. <제3장. 권간>편에서 공자가 언급한 간신들이 임금을 옭아매는 7가지 유형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현대인들에게도 자기 주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거 같네요. 이제 한번 일독했지만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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