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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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

 

 

 


 

 

 

지은이 : 김민희

펴낸곳 : (주)위즈덤하우스

발행일 : 2021년 1월 25일 초판1쇄

도서가 : 19,800원

 

 

 


 

 

 

 

신문의 주요 내용중 사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70~80년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신문사설을 많이 읽으라고 강요 권장하던 시절도 있었죠. 사설(社設)은 주필이나 주간, 논설위원을 중심으로 정부나 공공기관, 공직자들의 활동,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논평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죠. 정치적인 내용을 가지고 조직의 입장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설 논설위원으로 이규태와 이어령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분들이 출간한 책 꽤 많은데 그 중 한중일에 대해 사회문화등 다양한 시각으로 비교 분석하고 논평한 것을 많이 읽었었죠. 

이번 서평후기는 그중 전후세대 비평가로 널리 알려진 이어령 교수에 대한 책입니다. 그의 제자가 5년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이어령을 새롭게 탐구한 책으로 이어령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저자는 "내가 니꺼야? 난 누구한테도 갈 수 있어."가 인상적이었던 CF. "사랑은 움직이는거야"란 유행어를 낳았던, 이후 홍O수 감독과의 관계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여배우와 동명이인인 분인데 개인적으론 일일드라마 '달동네'에서 똑순이 역으로 인기를 누렸던 아역배우가 먼저 떠오릅니다.^^ 저자는 인터뷰 전문 잡지의 편집장인 분으로 지금까지 학자와 예술가, 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6백여명을 인터뷰하고 잡지에 연재 중에 있다는데요.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학부와 대학원 시절 은사였던 이어령 교수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이어령 교수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작가이자 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행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신 분으로 20대 학생시절에 <우상의 파괴>라는 비평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신문사 논설위원이 되었으며 30대 초반 나이에 대학교수를 역임하는 등 젊어서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보인 분입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죠.

 


 

 

 

 

책은 <1장. 생각의 탄생>, <2장. 창조의 기록들>, <3장. 통찰을 넘어서>, 총 3파트에 걸쳐 이어령 교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서두에 해당되는 <집필을 시작하며 ; 그의 머릿속이 궁금하다>와 <책머리의 대화 ; 80분에 담은 80년 생각>으로 시작되는데요. 이 부분도 뒤에 이어지는 본문 못지 않게 분량이 상당합니다. '집필을 시작하며'에서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이어령 교수와의 인연, 교수에게서 인상 깊었던 것들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책머리의 대화'는 이 책의 방향성과 어떻게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중 저자가 느꼈던 내용 등을 간략하지만 총괄적으로 보여주고 있구요. 다 읽고 난 뒤 서두 부분 다시 읽어 보니 마치 요약본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어령 교수는 저자가 스승과 제자 관계에 있었고 스스로도 살아 생전 절대 회고록을 쓰지 않겠다 했었기에 이 책에 대해 부담감이 컸었답니다. 하지만 출간에 임박했을 무렵에는 저자에게 책이 언제 나오나 물으면서 빨리 책이 출간되야 죽기 전에 읽어볼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할 정도로 애착이 생긴 듯 합니다. 책은 2016년부터 <주간조선>에 연재한 <이어령의 창조이력서>를 바탕으로 하고 5년간 100시간이 훌쩍 넘는 많은 인터뷰를 기반으로 이어령 교수의 진면목, 그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한국사회에 끼쳤던 여러 활동들에 대해서 자세히 풀어내고 있지요. 책에 따름 이어령 교수는 자신은 천재가 아니고 항상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파고 또 파고 들고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얻어진 것들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어령 교수는 자신을 미화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듯 보입니다. 교수가 그러한 내용으로 언급하는 내용이 상당히 나옵니다. 이어령 교수는 이 책이 자신에 대한 용비어천가와 같은 책이 되면 절대 안된다고 했다는데요.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기에 실수와 잘못이 없을리가 만무할 터인데 그러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칭송받을만한, 대단한 업적들로 가득 차 있죠. 그런데 교수가 직접 언급한 반성문에 가까운 내용이 하나 나옵니다. 그것은 노태우 정권 당시 문화부장관이었던 시절의 에피소드로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정부가 관례에 따라 유엔 가입 기념물을 보내면서 있었던 일이지요. 

당시 이어령 장관은 신라 금관 복제품으로 유엔 가입 기념물을 선정하여 이미 대통령의 재가까지 마친 것을 한국의 문화와 한글의 우수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월인천강지곡 한글 금속활자로 바꾸어야겠다 생각하고는 직접 설득에 나서서 대통령의 윤허까지 얻어냈는데 마지막에 대통령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답니다. "이 장관. 참용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에 대한 답도 바로 들었다는데 이러했다는군요. "'참아라'의 참, '용서하라'의 용, '기다려라'의 기, 이것이 '참용기'지요. 평생 살아오는 동안 내가 좌우명으로 삼은 말입니다." 흐흠.. 노태우대통령의 좌우명이 '참용기'라니까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그걸 듣는 순간 죄 짓다 들킨 사람처럼 뜨끔했었답니다.

아무튼, 이어령교수는 유엔 가입 기념물로 우리의 금속활자를 보내게 된 것에는 후회가 없지만 바꾸려는 과정에서 독선적이고 저돌적으로 행동한 무례에 대해서는 얼굴이 붉어지고 참용기가 아닌 오만과 허세가 깔려있었다고 자평합니다. 스스로를 참을성 없고 남을 용서할 줄 모르며 성미까지 급해 기다릴 줄도 몰랐었다고 하네요.. 이것이 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유일한 그의 실수인 것 같습니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이 있는데 그중 <사진으로 본 이어령의 80년 생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어령 교수의 10대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화해 가는 모습과 그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사진을 통해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죠. 한장의 사진으로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종군기자들이 촬영한 전쟁의 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던 그 사진들을 다시 찾아 보고 싶어졌어요.

 


 

 

 

 

이어령 교수는 20대에는 '우상의 파괴'라는 평론으로 '저항'이라는 키워드를, 30대에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한국의 산업화의 키워드가 된 '신바람 문화'를. 40대에는 '축소 지향의 일본인'에서 보여준 '축소 지향의 문명'을, 50대에는 전세계에 충격과 감동을 준 '벽을 넘어서'의 올림픽 슬로건, 60대에는 '정보화는 앞서가자'와 '새천년의 꿈, 두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를, 70대에는 '생명이 자본이다'와 '디지로그'라는 키워드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비전을 함게 보여주었답니다. 

 


 

 

 

 

마지막 인터뷰 때 저자는 이 교수에게 이 시대에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눈물 한 방울"을 남기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 말의 요지는 한을 풀지 말고 마음 속에 품으라는 뜻으로 그것이 남을 사랑하고 공감하고 감동하는 생각이고 그 생각의 결정체를 <눈물 한방울>로 표현한게 아닌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1933년생으로 올해 89세이신 이어령. 우리 사회에 등대와 같은 말을 많이 남기셨지요. 앞으로도 좋은 말씀 계속 해주실 수 있도록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래야겠어요. 

 

 


 

문화충전 200%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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