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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지음 / 창해 / 2020년 7월
평점 :
[서평후기]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한양 옛길 12경에서 600년 역사문화도시를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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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외 30명
펴낸곳 : 도서출판 창해
발행일 : 2020년 7월 21일 초판
도서가 : 18,000원
조선이 건국된 1392년 이래 630여 년간 수도 자리를 지켜 온 서울은 정치경제의 중심지로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서울(한양)이 조선의 도읍지로 선택되기까지에서도 많은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요. 하지만 조선시대 이전을 살펴보면 서울의 또 다른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암사동 선사시대 유적지로 상징되는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송파구 한강유역에서 고대인이 거주했었다는 것과 고대국가 형성기 무렵 백제가 첫 도읍지로 위례성(지금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일대)으로 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수도 서울의 역사가 단지 육백년이라고 하기엔 좀 어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삼국시대 이래 고구려의 남하정책으로 인해 백제는 웅진성(공주)으로 천도를 하게 되고 이후 서울 일대는 삼국간 치열한 분쟁이 발발하는 지역이 되었고 후삼국과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 건국 때까지 역사 무대에서 잠시 사라졌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예전 피맛골 재개발사업으로 공사를 하다가 옛 한양의 도시유적들이 무더기로 발굴되었던 적이 있죠. 지금은 궁평동 도시유적이라 하여 빌딩건물 중 지하층을 유적지 전시관으로 조성해 놓고 있지요. 그 도시 유적들 살펴 보다가 당시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서평후기는 그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란 책으로 마치 교과서나 학습교재 같은 느낌이 드는 도서입니다. 책에는 한양도성 안에 흐르던 청계천으로 합수되는 개천 열개와 두개의 고개길을 설명하면서 그 주변의 명소들까지 같이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었어요.
이 책은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소속 30인이 공동으로 작업하여 출간된 책이라 합니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의 제2차 민간연계시민대학 운영사업인 '서울 옛길 문화콘텐츠 발굴과 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역사인문 지식공유 활동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은 나라사랑, 국토사랑, 역사사랑을 표어로 청소년과 시민이 참여하는 세계유산 등재추진 자원봉사와 역사문화표석 발굴 및 홍보운동, 청소년 역사교실 및 기자학교, 문화유산 현장 답사와 해외역사 탐방, 전통놀이 전승활동과 민간지도사 자격증 양성과정을 활기차게 실천하고 있는 서울시 등록 민간공익단체라 하구요.
책은 <머리말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로 시작하여 서울, 옛 한양도성 안에 흘렀던 개천길과 고개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 크기도 그렇지만 종이 재질과 인쇄 상태가 마치 중고교 교보재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겉표지만 보았기에 내부가 어떤지는 전혀 몰랐는데 책을 펼쳐보니 교과서 같은 용지에 사진들은 해상도가 좀 낮은 상태로 흑백으로 인쇄되어 있는게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책 형태는 그러했지만 수록된 내용이 충실하고 유용한데다가 참고하기에도 좋아서 참으로 다행스러웠구요. 각 장마다 작업(집필?)한 사람이 다 달랐는데요. 그 분들이 직접 그린 듯한 천변길 지도와 고개길 지도는 그 장의 내용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줄 정도로 간략하지만 요긴한 것이었어요. 실제 이 약도 보면서 안동교회를 찾아가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서평후기에선 물길과 고갯길들에 대해서만 요약 남기렵니다. 명소까지 쓰기엔 분량이 너무 방대하여 명소들만큼은 책을 통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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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에선 책에서 다루는 서울 옛길 12경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고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자료를 찾고, 현장을 답사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내용을 구성하여 결과물이 도출될 때 무한 열정과 피와 땀이 서려있다는데요.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집단지성의 힘으로 이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라 하면 딱 들어맞을 듯 합니다.^^
장마다 내용 구성은 동일한 형태였는데 옛길의 유래로 시작하여 그 옛길을 따라 가면서 살펴볼 수 있는 유적과 문화재 등 명소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옛길이다 보니 아무래도 옛 지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고지도는 그렇다쳐도 현재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이 낮은 해상도에 흑백이고 거기에 작은 크기다 보니 노안 있는 분에겐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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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은 한양도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약술로 채워져 있고 2장은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과 외사산 중 내사산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사산(內四山)은 인왕산(仁王山 - 西), 북악산(北岳山,백악산 - 北), 낙산(駱山 - 東), 남산(南山,목멱산 - 南)을 말하고, 외사산(外四山)은 덕양산(德陽山 - 西), 북한산(北漢山 - 北), 용마산(龍馬山 - 東), 관악산(冠岳山 - 南)을 말한답니다. 덕양산은 좀 낯설었는데 행주산성이 있는 바로 그 산줄기를 말한다는군요.
3장은 옥류동천길로 옥류동천은 지금의 청운효자동을 가로질러 청계천으로 합류하던 작은 개천이었답니다. 책에 나오는 옛 물길들은 지금은 모두 복개되어 찾아볼 순 없지만 그 위의 복개된 도로가 물길 그대로이기에 조금만 신경쓰면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네요. 옥류동천은 인왕산 동쪽에서 발원한 수성동 물길과 옥류동 물길, 누각동 물길이 합쳐져 흐르다 백운동천과 다시 합쳐져 청계천으로 흘러가는 물길이랍니다. 이 길 주변의 명소, 다른 천변길도 마찬가지였지만 가볼만한 곳들 참 많습니다.
4장은 삼청동천길로 삼청동천은 지금의 삼청동을 가로질러 청계천으로 합수되던 작은 개천을 말하는데 북악산 동쪽 자락에서 발원되어 경복궁 동쪽 담장을 따라 흐르다가 경복궁 내수와 합수되어 중학천이 되고 피맛골과 종로를 거쳐 청계천으로 합수되었다 합니다. 지금의 삼청동은 많은 갤러리들이 각자 독특한 개성으로 운영되어 문화예술과 교류의 장소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이지요. 조선시대에는 삼청동의 빼어난 경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네요. 이 부분 읽다 보니 삼청동길이 왜 그리 구불구불하게 되어 있는지가 이해되더랍니다.^^
5장은 안국동천길로 안국동천은 북악산에서 발원하여 정독도서관을 지나 장통교와 수표교 사이에서 청계천으로 합수하는 개천을 말한답니다. 이 길 주변에는 구한말 당시 역사적 인물들의 집터와 선학원, 경기고등학교, 덕성여고, 풍문여고 등 교육기관들이 많았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퇴근할 때 버스로 환승하기 위해 하차하는 안국역에서 가까운 편인지라 퇴근길 나들이란 미명하에 종종 둘러보다가 귀가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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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은 제생동천길로 제생동천은 중앙고등학교 뒤편에서 발원한 물이 계동과 안국역을 지나 낙원동 탑골공원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종묘 부근으로 흐르다가 운니동에서 시작하는 금위영천과 창덕궁 신선원전에서 발원하는 북영천과 합류하여 종로4가 사거리로 흐르고 다시 창경궁 옥류천과 합쳐져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천이랍니다. 이 하천은 특이하게도 탑골공원에서 동쪽으로 휘어져 세운상가를 지나 광장시장과 배오개다리로 흐른다는데요. 원래는 탑골공원에서 남쪽에 있는 청계천으로 곧바로 흘러 들어갔는데 홍수피해가 자주 발생하여 세종때 종로 북쪽 시전 행랑 뒤편으로 새로운 물길을 만들면서 이와 같이 물길이 바뀌어져 흐르게 되었다 합니다.
7장은 북영천길로 북영천은 북악산 줄기인 응봉에서 발원하여 창덕궁 북동쪽에 자리했던 신선원전 부근의 계곡과 요금문을 지나 창덕궁 안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고 다시 돈화문과 단봉문 사이로 흘러 나와 종로3가 단성사에 이르고 여기서 동쪽으로 꺾어져 흐르다가 창경궁 옥류천과 합류해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북영천은 창덕궁에 흘러 들어갔다 다시 흘러나오는 개천이란 독특함이 있네요.
8장은 흥덕동천길은 흥덕동천은 서울과학고가 자리한 북묘 근처에서 시작되어 대학로와 동대문을 지나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천을 말한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원류로 성균관에서 흘러내려오는 것이 있다는데요. 성균관 서쪽 담장과 창경궁 담장 사이로 난 계곡을 따라 흐르던 서반수와 성균관 동쪽을 따라 내려온 동반수가 성균관 정문 앞에서 합쳐지면서 남쪽으로 흐르다가 동쪽으로 꺾어져 지금의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흥덕동천과 합류된답니다. 이 개천 물길 위에는 열다섯개의 다리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남아 있지 않고 1977년 이후 개천은 모두 복개되었다 합니다.
9장은 정릉동천길로 정릉동천은 성북구 정릉동이 아닌 중구 정동에 흐르던 개천을 말합니다. 이 물길은 러시아공사관 부근에서 발원하여 정동길을 따라 흐르던 물길과 태평관터(현 신한은행 본점부근)에서 발원하여 세종로를 따라 흐르던 두갈래의 물길이 덕수궁 금천에서 합류하여 군기시교를 지나 창동천으로 흘러들어 청계천으로 합류했었답니다. 하지만 이 하천은 1908~15년 사이에 일제에 의해 붉은 벽돌로 만든 지하배수관으로 그 물길의 흔적만 남고 흙으로 덮어져 복개되었는데 지하철 시청역사 시설개선공사 중에 그 지하 배수로 시설이 발굴되었다 합니다.
10장은 남산동천길로 남산동천은 남산 숭의여자대학교 뒤편에서 발원하여 명동역 7번출구 화영빌딩 옆 골목 명동길을 따라 흐르다가 하나은행 명동금융센터 중앙로길로 이어져 삼각동 부근에서 회현동천과 만나 장통교 부근에서 청계천으로 합류하던 개천으로 지금은 복개된 상태랍니다. 이 물길에는 세개의 다리, 동현교, 곡교, 장통교가 있었다는데 동현교와 곡교는 오래전에 사라졌고 장통교는 청계천 복개시 사라졌는데 청계천복원사업 때 다시 새롭게 축조되었다는군요.
11장은 필동천길로 필동천은 남산 아래 필동과 암이문동 두곳에서 발원하여 효경교 서쪽에서 개천 본류와 합류, 남산골한옥마을, 충무로 대한극장, 이순신 생가터를 거쳐 대림상가 서편을 따라 흐르다가 세운교 아래에서 청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천을 말한답니다. 필동천 동쪽에는 한국의 집 부근에서 발원한 생민동천이 있었다는데 이 물길은 충무로역과 명보극장을 지나 대명금속 부근에서 필동천과 합류되었답니다.
12장은 묵사동천길로 묵사동천은 남산 동북쪽 현 구립노인요양병원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과 옛 노인정이 있었다는 골짜기의 물이 합류하여 복쪽으로 흐르다가 마전교 부근에서 청계천과 합류하는 개천이랍니다. 이 물길은 남산동천과 필동천과 함께 진고개길과 구리개길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천 중 하나였다네요. 묵사동은 오정마을 뒤에 먹을 만들어 팔던 먹절 또는 묵사(墨寺)라는 절이 있어서 묵사동이라 불리웠는데 물이 검게 보일 정도로 깊은 우물이 있어서 묵정동이라고도 불리웠답니다.
13장은 진고개길로 진고개는 충무로 2가에 위치한 세종호텔 뒤편으로 남산의 산줄기가 뻗어 내려오면서 형성된 그다지 높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은 작은 고개를 말한답니다. 고갯길 주변지역은 북으로는 청계천, 남으로는 남산을 두고 있어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지형적 특징으로 비가 오면 남산에서 많은 빗물이 흘러 내려와 청계천이 자주 범람했었답니다. 그로 인해 진고개 일대는 늘 질척거리는 상태였고 비가 내리면 흙이 끊어질 정도로 땅이 매우 질어 다니기 불편했기에 진고개란 지명이 유래되었다네요. 이러한 땅이 질은 특성으로 인해 남산골에선 나막신을 신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기에 '남산골 딸깍발이'란 말도 나오게 되었다 하구요. 일제시대에는 진고개(지금의 충무로1~3가)에 많은 일본인들이 들어와 거주하면서 혼마치(本町)라 부르며 중심가로 키웠답니다. 광복후에는 이순신 생가터가 그곳에 있기에 충무로로 개칭하였다 하구요.
남촌에는 동서로 뻗어나간 두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을지로 입구에서 광희문에 이르는 구리개길로 현재의 을지로와 지금의 충무로인 신세계백화점에서 광희문에 이르는 진고갯길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14장은 구리개길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의 을지로 입구에서 광희문에 이르는 길을 말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이 길이 대표적인 약방거리였다 합니다. 지금에야 약재상들 거의 대부분이 경동시장에 모여들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혜민서가 구리개에 있었기에 그 일대가 대표적인 의원과 약방거리였다네요. 지금의 인쇄골목이 충무로 영화산업에 따른 영화홍보물과 간판 작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말이죠. 구리개는 중구 을지로1가와 2가 사이에 있던 나지막한 고개로 구리고개, 동현, 운현, 구름재라고도 불렸답니다. 황토흙으로 된 이 고개 역시 땅이 몹시 질어서 먼 곳에서 보면 마치 구리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기에 구릿빛이 나는 고개라 하여 구리고개, 줄여서 구리개라 불렸다 하네요. 일제시대에는 구리개와 뜻이 통하는 황금정(黃金町)으로 개칭되었다가 광복후 을지문덕장군에서 따와 을지로로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게 되었구요.
이처럼 책은 서울의 주요 옛길, 한양 도성 내의 시내 물길들과 고갯길을 자세히 알려주면서 이를 기반으로 부근의 주요 명소들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 이 책을 읽고 나서 퇴근하던 한밤 중에 안국동천길을 찾아 가보았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렇게 여러번 지나쳤던 안동교회에 그런 역사가 있었던 줄은 전혀 몰랐었네요. 찾아간 김에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SNS에 그 기록과 내용들을 남겼죠.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지나온 역사들을 물길이란 테마를 통해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정보라 생각됩니다. 먼곳에 여행 떠나기 좀 부담되는 분이라면 이 책 들고서 서울 시내 탐방길 나서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