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앨리스 로버트 지음,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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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

 

 

 

  

 

지은이 : 앨리스 로버츠

옮긴이 : 김명주

펴낸곳 : (주)도서출판 푸른숲

펴낸날 : 2019년 12월 17일 첫판1쇄

도서가 : 25,000원

 

 

  

 

 

"길들임". 왠지 불편한 기분이 들게 하는 뉘앙스의 단어입니다. 저만 그런가 싶어 주변에 물어봤는데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길들이거나 길들여지거나의 관계가 왠지 주종 관계 같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한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입니다. 길들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건데라 하던데요. 같은 말에서도 여러가지 느낌을 들게 해준다는게 좀 신기했죠. 그 분들을 보면 반려견과의 관계가 길들임과 길들여짐의 관계와 유사한 듯 보였습니다. 모든 관계가 다 그런건가 싶기도 하네요.

 

최근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라는 부제를 단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감싸고 있는 띠지에는 "<총,균,쇠>와 <사피엔스>에 이어 인류 역사에 새바람을 일으킬 책"이라 쓰여져 있는데요. 조금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긴 하지만 인간이 유사 이래 참 많은 것들을 길들여 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죠. 책엔 9가지 동식물들이 어떻게 인류와 가까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제와도 잘 들어맞는 내용들이었구요.

 

처음 길들임이란 말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그 부분이 어렴풋하길래 책 찾아 그 부분 다시 찾아보았죠. 그건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 사막에 당도하게 되어 여우를 만나는데 그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것과 같은 말이야. 길들인거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해."라 말한 부분이었습니다. 흐흠.. 이제 보니 길들임이라는게 불편한 것만은 아니란 걸 알게 해주는 명작소설이었네요.^^

 

저자는 생물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인 여성분입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 방송인으로도 맹활약 중인 영국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과학자라고 하네요. 이 분 저서를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몇권의 도서들이 번역 출간되어 있더랍니다.

 

책은 <추천의 말/서문>으로 시작하여 인류가 길들인 9가지 동식물들(개,밀,소,옥수수,감자,닭,쌀,말,사과), 그리고 10번째로 인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고학적 발굴 유물들을 가지고 고생물학과 유전학을 근거로 계통을 추적하여 언제부터 인류와 함께 해 왔는지를 추측하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상식적으로 알던 것과는 좀 다른 연구 가설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발전되어가는 과학기술들을 통해 새로운 증거가 도출되는 경우가 생기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저자는 개의 가축화에 대한 연구는 논란으로 가득하고 개의 고생물학은 이전투구의 세계라고까지 말하고 있어요.

  

각해보면 유사 이래 인류는 지구상의 수많은 것 종들을 길들여 왔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동물은 물론 식물도 그 범주에 들어가구요. 보통 우리들이 농/축/수산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인간들에 의해 길들여진 동식물이라고 보면 맞는거 같습니다. 책에선 동물로는 개,소,닭,말을, 식물로는 밀,옥수수,감자,쌀,사과를 보여주고 있지요. 그런데 마지막 10번째로 설명하고 있는 인류는 무얼 말하려는건지 처음엔 감이 잘 오질 않았습니다. 내용을 보면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와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교잡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저자의 전문분야이기에 그런것이겠지만 다른 동식물에서도 교잡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던데 여기에서도 그랬답니다. 저자는 DNA 분석상으로 보면 현생 인류에는 순혈 사피엔스가 없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현생 인류 모두가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잡종이란 말인데요. 심지어 동아시아인들이 유럽인들보다도 더 많은 네안데르탈인 DNA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처음 듣는 얘기여서 집중해서 읽게 되었죠.~

 

책은 '길들임'이란 단어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생각케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좋게 말해 '길들임의 역사'이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변형되고 조작되어 온 농축산물의 역사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는데 꼭 그렇게만 볼것 만은 아니더랍니다. 그건 첫장인 '개'를 읽을때부터 느꼈지요. 여기에선 '우정'이란 단어가 나오는데요. 전체적으로 그 문단 공감이 갔답니다. 그리고 저자는 길들임이라는게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에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다른 많은 장소에서 여러차례 조금씩 변화되어 간 것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길들이기 과정이 해당 종의 야생 조상에 존재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추려내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생산적인 재배품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인류에 위협이 되는 사례도 있다면서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을 들고 있죠. 이것은 씨와 꽃을 이용한 유성생식 재배법과는 달리 새로운 병원체의 공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씨감자를 통한 무성생식 재배법 때문에 발생한 것이랍니다. 동물도 근친교배의 경우엔 그 후손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죠. 1845년 아일랜드에 감자역병균이 퍼지면서 극심한 감자 흉작으로 인해 불과 3년 사이에 1백만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가축화와 작물화가 일어난 경위와 그 과정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그러한 위협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더불어 번성하는 방법을 찾고 배워나가는 것이 인류의 발전을 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거라고 합니다. 결국 수많은 야생 동식물들과 인간은 서로 상호의존적인 관계이기에 공존공생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생태계에도 이로울 것이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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