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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핑크색 뇌를 가진 라틴계 한국인, 그가 본 일본이라는 나라
박경하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4월
평점 :
[도서후기]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
- 20년 이상 맨발로 건져낸 생생한 일본 문화 본모습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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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박경하
발행처 :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발행일 : 2019년 4월 15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요즈음 들어 일본과 관련된 도서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일본 근대화의 기반이 되었던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에서부터 일본의 기묘한 풍속이야기, 동학농민혁명과 연관된 사적지 답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읽었었죠. 이번에는 일본에서 이십여년 간 학창생활과 사회생활을 지내면서 체득한 일본 문화에 대해 서술한 도서를 접하게 되어 그 도서 후기를 남기려 합니다. <일본! 작게 보고 크게 보고>란 책으로 부산에 소재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으로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였다가 사직하고 일본으로 도일, 마케팅 전공으로 일본의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 일본 굴지의 제과회사 책임자까지 역임한 분이 쓴 책입니다. 저자의 경력만 놓고 본다면 책 내용이 왠지 근엄하고 학구풍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의외였답니다. 놀라울 정도였어요...
1960년생인 저자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1989년부터 일본 소재의 대학원에 들어가 1991년 석사과정을 마친 분입니다. 이후 일본 '트랜스코스모스'의 사업본부 부본부장을 거쳐 한국 자회사의 COO(사업총괄대표)까지 역임하였고 현재는 '글리코해태'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답니다. '글리코해태'라면 오사카 도톤보리의 명물 광고판으로도 유명한 글리코社의 한국 합작법인으로 빼빼로의 원조라는 '포키(Pocky)'를 제조판매하는 회사죠. 근래 일본정계의 엄한 짓 때문에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실적 부진이 심각할 것 같은데 염려스럽네요..
책은 <추천사> 2건으로 시작하여, <제1장. 역사>, <제2장. 문화>, <제3장. 사회생활>, <제4장. 전략>, <제5장. 일본 삶과 나>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출판사 대표의 <출간후기>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삽화들을 보니 본문엔 일본의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죠. 역사와 문화 파트의 내용들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듯한 내용들이 많았지만 사회생활과 전략, 일본 삶과 나 파트는 경영자로서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한 저자의 생생한 체험담들이 글 안에 녹아져 많이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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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부는 역사파트로 시작됩니다.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깊이도 꽤 있다고 느껴졌고 이어지는 문화파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저자 소개에서 상상했었던 그런 글들이었는데 사회생활파트부터는 그 느낌이 좀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채팅에서나 볼 수 있는 글자나 특수기호들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글 내용은 체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러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한 좋은 내용들인데 그 표현법이 좀 아이들 장난같더란 느낌이 듭니다. <출간후기>에 쓰여있는 "저자의 일본 이야기는 예리하되 유연하며, 유머러스하되 사실적인 통찰력을 담고 있다"란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군요. 유머러스는 모르겠지만 예리하고 유연하며 사실적인 통찰력을 담고 있다 말은 맞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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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직장 문화와는 좀 다른 일본의 직장 문화도 흥미롭습니다. 일본에는 직장 뿐만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할 관계가 있다는데요. 그것은 <보케와 쯔꼬미>라는 겁니다. 이것은 서로가 보좌해주고 돌봐주는 일본적 특성을 반영한 것 같다는데 항상 짝을 이루어 움진인다는 것이랍니다. '보케와 쯔꼬미'를 만담가 코미디 장르를 예로써 설명하고 있는데 보케는 바보스러운 짓을 하는 역할이고 쯔꼬미는 그것을 지적하는 역할이랍니다. 일본인과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그들의 이러한 역할관계를 잘 파악해야 하고 한쪽만 일방적으로 만나거나 한다면 거래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네요. 항상 짝을 이루어 행동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둘 다 아우러야 일이 잘 진행된다고 합니다.
20여년간 일본에서 학창/사회생활을 보낸 저자는 그 과정들이 어떠했는지는 구체적으론 안 나오지만 내용들 보면 주로 책임자급으로 있을 때의 이야기들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직장인들이라면 공감가는 인상적인 말들이 꽤 나오죠. 그 중 하나가 무언가를 살리기 위해서 그 무언가부터 버려야 한다는 말이었는데요. 개혁과 혁신을 꾀할려면 기존의 안정적인 것까지 버린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렵다는 말로 이해되는데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공감가는 말이긴 합니다. 일본인들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약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보기엔 일본인들은 개선과 개량엔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개혁과 혁신에는 미숙하다 보여진답니다. 사실 개선이나 개량에 비해서 혁신이란게 성과내긴 힘들면서도 여러가지로 피곤하게 하는 일이긴 하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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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일본에서의 살았던 수십년의 삶을 얘기하고 있는 일본 삶과 나 파트에서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중 저자의 가치관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장이 있었어요.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국론 분열의 상태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조선을 쉽게 침략한 것은 그 당시 조선 조정이 분열되어 있어서 그런거라 하면서 지금 역시 그때와 다를게 없다고 하는군요. 심지어는 이순신장군을 끌어 내리려 모함했던 원균파들과 지금의 무슨 연대나 조합들의 단체와 다를게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선 저자가 경영자여서 그런지 조합이나 단체에 거부감이 있는것 같이 느껴졌어요.. 여하튼, 저자는 자기네들 이권만을 위해 여론 조장하는 거짓 애국자들의 모함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나라 망치게 선동하는 얼굴들을 찾고 보아야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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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편집이 잘못 된 듯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각 파트별 첫 페이지 부분인데요. 제1장에서 제5장까지 각 장의 첫 페이지가 동일하지가 않은 점인데 제1장과 제5장에는 있는 첫 페이지(간지?)가 제2~4장에는 없고 백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새로운 장으로 들어간 지도 모르고 책 읽다가 제5장에 들어가면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었어요.. 제가 입수한 책에만 그런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부분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책은 일본에서 수십여 년간 생활해 온 한국인이 그간 체험하고 체득한 일본의 문화와 생활의 지혜들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 내용중 좀 방정맞은 부분들이 아쉽긴 하지만 저자 특유의 유머와 관점으로 녹여낸 것이라 이해하면 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지요. 젊은이들에겐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특히나 일본회사와 한국회사를 모두 운영해 본 경영인으로서 체득한 내용들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구요. 전공서적 열독하듯이 읽을 도서는 아니지만 일본을 이해하는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