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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19년 8월
평점 :
[도서리뷰]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
- 동학의 현장을 찾아 30여 년간 걸어 다닌 역사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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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정일
펴낸곳 : 푸른영토
발행일 : 2019년 8월 20일 초판1쇄
도서가 : 14,800원
19세기말 동학교도들과 농민들이 합세하여 고부군수의 탐학에 반발하여 발생된 반봉건·반외세 운동의 상징인 동학농민혁명의 현장들을 답사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란 책으로 저자가 직접 30여 년에 걸쳐 농민혁명이 발발하였던 곳들을 두발로 답사하고 역사와 그 흔적들, 그리고 저자의 소회를 기록한 답사기이죠. 책의 형식들이 마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는 것 같았는데요. 내용에 있어서는 여느 답사기나 탐방기와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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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이자 문화사학자이며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라는 단체의 이사장인 분입니다. 이 분으로 인해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관통하는 <해파랑길>이 개발될 수 있었다는데요. '소백산 자락길', '변산 마실길', '전주 천년고도 옛길' 등이 만들어지는데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답니다. 1989년부터는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외된 지역문화 연구와 함께 숨은 옛길 복원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도 하구요. 이 분이 쓰신 시리즈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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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7곳 지역의 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 17개의 산들은 모두 동학농민혁명과 밀접한 관련이 얽혀져 있는 곳으로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와 관련된 경주의 구미산 한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라도와 충청도에 산재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먼저 책에 수록된 차례대로 그 목차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차 분량이 많고 길어서 별도의 문단으로 해서 남겨 봅니다. 참고로 이 책은 2014년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갑오동학농민혁명 답사기 ; 신정일의 우리땅 걷기>를 증보 발행한 책인 듯 보입니다.
<머릿말. 그때도 갑오년이고 지금도 갑오년이다>
<고부 두승산 - 동학농민혁명의 봉화를 올린 산 ; 동학농민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고창 소요산 - 녹두장군 태어난 당촌마을 뒷산 ; 천석꾼아 만석꾼아 주먹밥 썩 내놔라!>
<고창 문수산 - 황토현 승전 낳은 무장기포의 목격자 ;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
<영광 불갑산 - 동학농민군 남진을 지켜본 영광의 진산 ; 영광에 무혈 입성한 동학농민군>
<나주 금성산 - 녹두장군과 나주목사의 담판을 지켜본 나주의 진산 ; 나주의 선비문화가 혁명의 걸림돌 되다>
<완주 모악산 - 동학농민혁명의 처음과 마지막을 증언하는 어머니 산 ; 남녀 평등시대를 예언한 강증산>
<전주 고덕산 - 전주 입성과 전주화약을 바라본 전주의 큰 산 ; 청·일 각축장으로 변한 조선>
<남원 교룡산 - 호남좌도 호령하던 김개남의 산 ; 처음부터 끝까지 혁명가였던 김개남>
<완주 서방산 - 동학농민군의 2차 기병을 바라본 서방정토의 산 ; 일본의 청일전쟁 승리, 외환 내우의 시대>
<여산 천호산 - 동학농민군의 한양 진격을 바라본 하늘이 보호하는 산 ; 일본군과 싸우자고 격문을 보낸 동학농민군>
<이인 칠봉산 - 공주 대패 앞둔 동학농민군 최후의 승전장 ; 경천벌판에 나부낀 동학농민군 승전의 깃발>
<공주 주미산 - 동학농민군의 죽음과 부활을 바라본 산 ; 쓰러져가는 국운을 살리려는 마지막 전투>
<정읍 입암산 - 패하고 들어간 전봉준을 받아들인 산 ; 갱도를 위해 죽는 것은 조금도 원통하지 않다>
<경주 구미산 -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의 산 ; 사람을 섬기고 모시러 이 세상에 왔다>
<보은 보습산 - 보은집회를 바라본 장안의 뒷산 ; 정면충돌과 해산, 기로에 선 동학농민군>
<지리산 형제봉 - 동학농민군의 섬진강 싸움을 바라본 산 ; 역사의 아픔을 품어준 지리산과 섬진강>
<장흥 억불산 - 석대뜰 싸움을 바라본 이방언의 산 - 역사의 길, 걷고 또 걸어갈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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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기점으로도 제시되는 동학농민운동(혁명)은 한국사를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 사건일 것입니다. 1860년 최제우에 의해 동학이 창시되어 평등사상을 바탕으로 봉건사회를 반대하고 반외세사상을 주장한 동학은 평등주의라는 그 사상적 배경으로 인해 조선말기 위정자들에 의해 탄압을 받게 되지요. 그런데 동학농민운동은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극심한 탐학과 수탈에 반발하여 농민들이 고부관아를 습격(고부민란, 1894)하여 수탈된 수세미를 농민들에게 돌려주면서 시작되었다고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사건이 동학과의 관련성이 애매하다 생각했지만 당시엔 대부분의 농민들이 동학교도들이었기에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라고 보는거라 이해했었죠.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 시발점이라고도 평가되는 동학농민혁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후세에 사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에야 <동학농민혁명>이란 용어로 정리되었지만 예전에는 '동학난', '동학농민운동', '동학농민봉기', '동학혁명', '갑오농민전쟁' 등 여러가지가 쓰여졌다고 합니다.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이 용어가 국가적으로 인정되었다지만 이 또한 학계에서는 잠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향후 용어가 또 어떻게 변화될런지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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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러한 동학농민혁명이 처음 시작된 고부의 두승산을 답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두승산에는 유선사라는 퇴락한 절이 있는데 신선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의상대사가 나무를 꽂아주면서 절을 지으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사찰이랍니다. 하지만 어디를 보아도 천년고찰의 자취는 보이질 않는다는군요. 두승산 정상에서 전망을 바라보면 모악산이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내장산과 입암산, 방장산이 한눈에 들어온답니다. 서쪽으로는 칠산 바다와 변산이 보이고 호남평야가 눈부시게 펼쳐져 있다네요. 어떤 모습인지 상상은 되지만 실제로 보고 싶어집니다. 이러한 두승산 아래에는 전봉준과 증산교를 창시한 강일순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의외인 것은 전두환 할아버지가 고부 사람이었고 동학당이었다는 것인데요. 현지 주민이 말해주기를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면서 황토현기념관을 크게 짓고 전봉준 동상도 세웠다고 하네요. 저자는 그 주민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를 일이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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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고부군수로 부임한 조병갑은 흉년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세수를 징수하고 만석보를 쌓아 수세를 거둬 들여 착복하는 등 가렴주구와 탐학을 일삼았다 합니다. 이에 수천명의 군민들이 관아에 모여 사정을 호소하였는데 조병갑은 이를 피해 전주로 달아났다 하구요. 이러한 일들이 문제가 되어 조병갑은 1993년 익산군수로 전임되었고 다른 이가 고부군수로 발령났지만 아무도 고부군수에 부임하지 않고 기피하였다는데요. 저자는 그 이유를 영의정을 지낸 조두순의 조카이며 이조판서 심상훈과 사돈 관계에 있는 조병갑의 유임공작 때문이라 하고 있습니다. 조병갑 역시 익산군수에 부임하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에는 고부군수에 다시 부임하게 되었답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 본 농민군은 사발통문을 돌리고 말복장터에 모여 봉기가 발발하게 되었다 하구요. 이것이 동학농민혁명의 시초가 되었다는 고부봉기랍니다. 대강만 알던걸 이 책을 통해 더 세부적으로 잘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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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군 고부면 신증리 주산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는 높이 3m 가량 되는 자그마한 동학혁명모의탑이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이 탑은 1968년 주산마을의 한 주민의 집에서 사발통문이 발견되어 그것을 근거로 동학농민혁명을 모의하고 사발통문을 썼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후손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1969년에 세웠다는데요. 탑 뒷면에는 사발통문에 서명한 20인의 이름이, 좌측면에는 사발통문의 내용이, 우측면에는 비문이 각각 새겨져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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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 내용 중에는 사찰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농민군들이 관군이나 일본군에 비해 군사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전투를 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퇴로 중에 암자에 은신하였다는 부분이 많아 그런 듯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가본 적 없는 사찰들이더군요. 여기에 나오는 사찰들 모두 답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원거리인 관계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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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그 현장들을 직접 답사하면서 그 자취를 기록한 책입니다. 단순히 승리를 기억하기 위한 전적지 답사가 아닌, 그 정신을 기억하고 전승하기 위해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책이죠. 책에 나오는 그 장소들 중엔 지금까지 제가 가본 곳이라곤 나주객사와 나주내아, 전주 경기전과 풍남문, 정림사지, 공산성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기회를 만들어 동학농민혁명과 관련있는 곳들에도 제 발걸음을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 책은, 제 생각엔,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그런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