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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도서리뷰] '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舊소련에서 출판된 고조선 관련 전문 역사, 고고학 학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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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Бутин Юрий Михайлович)
번역자 : 이병두 // 해제자 : 유정희
발행처 : 아이네아스
발행일 : 2019년 8월 1일 초판 1쇄
도서가 : 19,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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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국사시간에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세워졌다고 배웠지만 단군신화라면서 확실한 건 아니라며 흐지부지 넘어가던 것 역시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고조선의 영토는 어디까지이고 그 구성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지금까지도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다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민족 역사상 최초로 성립된 국가라는 것이죠. 이는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한 고조선에 대해 러시아 역사학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하여 출간한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 서평이벤트 때문이었는데요. 조금 긴 제목의 도서 <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라는 책이었습니다. 전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어 볼 수가 있었는데요. 고조선에 대해 상세한 내용들로 채워진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예전 <18세기 프랑스 지식인이 쓴 고조선,고구려의 역사>를 읽었는데 책표지 디자인이 유사한 듯 보여 다시 찾아 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더군요. 두 책을 서로 내용 확인하면서 읽어서 완독하는데 시간 좀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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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931년 소련 치타주 자바이칼군의 집단농장에서 출생하여 2002년 이르쿠츠크에서 사망한 역사학자이자 고고학자이며 경제학자인 분으로 정식 이름은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입니다. 줄여서 '유 엠 부틴'이라고 불린다는데요. 어렸을 때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이주하였고 그곳에서 고려인들과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어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후에 경제학자로 많이 알려지지만 중년에 한국고대사 연구, 특히 고조선 연구에 천착하기로 결심하였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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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출판사 서문>과 <추천의 글>, <머리말>, <참고지도>로 구성된 서두부분과 핵심부분인 <제1장. 영토와 인종 구성>, <제2장. 문헌 자료에 나타난 고조선>, <제3장. 남만주와 한국 북부의 초기 철기 시대>, <제4장. 사회 경제 구성>, 그리고 <질문&답변>과 해제자가 쓴 <책을 마치며>로 마무리됩니다. 4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에 고조선에 대한 내용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죠. 그 추론과 검증 내용들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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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출판사 서문과 추천의 글에 나오는데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롭더군요. 당시 시대상황을 돌이켜보게 해주었죠. 요약하면 다음과 같답니다. 부틴은 70년대 후반부터 진행한 고조선에 대해 연구하였고 그 연구 결과 '고조선 연구(1982)를 발표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당시 냉전시대 상황으로 인해 국내 출판 승인 받기가 어려워 출판은 보류되었다는군요. 1986년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이 책을 번역하였지만 학계와 일반에 공개되진 않았다고 하구요. 그러다가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식되던 1990년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할 수가 있었답니다. 하지만 초판은 곧 절판되어 지금은 몇몇 대학도서관에만 소장되어 있었다네요. 그러한 책을 이번에 다시 원 번역자(이병두)와 함께 교정과 교열, 복원을 거쳐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 합니다. 내용의 방대함과 그 전문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더랍니다.
고조선의 영토에 대해서 여러 설들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책에선 머리말에서 이에 대해 요약하여 설명하고 이어서 참고지도에서 대표적인 설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기원전이라는 그 당시에 국경이란 개념이란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명확치는 않았어도 어디까지가 우리 구역이라고는 정했을거 같고 인지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기까지가 내(우리) 땅이라고 경계지려는 사람들은 있었을테니까요. 책에는 참고지도로 다섯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북한 사학계에서 민족주체적 사관을 펼치는 리지린의 설, 남한 실증주의 사학의 개척자이자 친일 경력의 역사학자 이병도의 설, 한국고대사 연구에 집중하는 남한의 민족사학자 계열의 윤내현의 설, 이 책의 저자 유 엠 부틴의 설, 그리고 프랑스 지식인 레지신부의 설이 그것이죠. 지도를 놓고 보면 이병도의 주장을 제외하고는 고조선 영역에 요동반도와 요서(요수의 서쪽)가 편입되어 있지요. 이러한 설들과 함께 저자는 전해지는 고문헌 자료들의 분석을 통한 지리적 고찰과 기록에 나오는 당시 그 지역들 거주민들에 대한 분석, 심지어는 조선(朝鮮)이라는 말의 기원까지 분석하는 내용들을 통해 고조선의 영역을 분석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이것이 제1장에 나오는 내용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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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은 문헌 자료에 나오는 고조선을 시대별로 분석한 내용입니다. 책은 신화시대라는 단군조선 시대와 전설시대라는 기자조선 시대, 위만조선시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 많은 다양한 문헌자료를 인용하고 그 원문들을 주석과 주기로 표시하고 있던데요. 그 내용들을 다 일일이 쫒아가지를 못하겠더랍니다.. 전문가라면 모를까 저처럼 일반독자들에겐 원문만큼은 쉽지 않은 부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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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3장은 남만주와 한국 북부의 초기 철기 시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혈거, 무덤, 질그릇, 석기와 골기, 청동검 등 발굴된 유물과 유적들을 가지고 고고학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 대부분들이 북한지역에서 출토된 것들이기에 생소하고 처음 보는 것들이 꽤 많았던 장이었습니다. 왜 1980년대 당시 원서를 번역출간하는게 어려웠는지 이해가 되었더랍니다. 거의 대부분 내용이 북한에서 발굴된 유물과 그에 대한 북한의 학자들의 연구 내용들로 채워져 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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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4장에는 고조선의 사회 경제 구성에 대해 분석한 내용입니다. 책에서 차지하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노예제 국가였는지, 봉건제 국가였는지로 시작되는데 대부분 학자들이 고조선이 원시사회였는지 계급사회였는지 명확하지가 않은데 북한의 학자들은 중국의 한(漢)나라에게 멸망한 발달된 형태의 노예제 국가라고 명쾌하게 정의한답니다. 노예제와 계급제가 그리 다른게 아닌 줄 알았던 저로선 갸우뚱한 내용이었죠. 책에는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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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시작하면서 언급한 BC2333년이라 배웠던 고조선의 건국시기. 이에 대해서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질문&답변'에도 나옵니다. 저처럼 궁금해했던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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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책은 전해지는 문헌들과 발굴된 유물들, 그리고 학자들의 연구성과들을 상세하게 비교, 분석하고 저자의 논리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을 도출하여 보여줍니다. 책에 수록된 내용대로라면 고고학적 연구 성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은 듯 하네요. 전문성 높은 내용들이 많아 쉽게 읽히지는 않았기에 고조선에 관심이 많지 않으신 분이라면 읽는데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한민족 최초로 성립된 국가 고조선에 대해 자세히 많은걸 알고 싶어하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죠.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