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사
정란기 지음 / 본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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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이탈리아 영화사'

- 무성영화부터 1990년대 초까지의 이탈리아 영화 이야기 -

 

 

 

 

 

지은이 : 정란기

펴낸곳 : 본북스

발행일 : 2019년 4월 29일 초판

도서가 : 14,000원

 

 

  

 

 

보통 세계 3대 영화제로 깐느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그리고 베네치아 영화제를 꼽습니다. 이 영화제들은 모두 유럽의 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란 공통점이 있는데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개최된 것은 193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베네치아 영화제(영미식으로는 베니스 영화제)입니다. 두번째는 1946년부터 프랑스 깐느에서 열린 깐느 영화제(영미식으로는 칸 영화제입)이고, 베를린 영화제는 가장 늦은 1951년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되었다죠. 이처럼 이탈리아는 네오리얼리즘이나 스파게티 웨스턴과 같이 세계영화사에 있어서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고 유명한 작품과 감독들도 많은 나라입니다.

 

얼마전 리뷰어스클럽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응모하여 출판사로부터 <이탈리아 영화사>라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관심 많은 애호가이기에 종종 영화 관련 도서를 읽곤 했는데요. 정작 이탈리아 영화세계에 대해선 아직까지 접해보진 못했었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입수한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보다 많은 이해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지요.^^

 

책의 저자는 좀 독특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더랍니다. 학부는 일본어과를 졸업했는데 대학원은 이태리 문학석사를 취득하였더군요. 그리고 공연영상학과 영화이론 박사 과정을 수료했더랍니다. 범상친 않은 경력이라 생각되었죠. 게다가 영화분야에 관해 이탈리아를 알렸다 하여 이탈리아 국가공로순장까지 받았다던데 그럴 수도 있나 싶었어요. 현재는 이탈리어과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영화제를 주최하고 있답니다. 대단한 열정을 가진 분일거란 생각이 들었죠.

 

 

  

 

 

이 책 <이탈리아 영화사>는 2015년 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라 책 첫 페이지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게 뭔 말인가 싶어 일단 한국연구재단부터 알아 보았는데요. 이 단체는 과학과 인문, 사회학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이랍니다. 이런 기관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죠. 그런데 굳이 책에 그걸 표시한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겠죠?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이탈리아 영화계를 <시기별로 살펴보기>로 무성영화 시기, 파시즘 시기, 네오리얼리즘(신사실주의) 시기, 네오리얼리즘 이후 50~70년대 시기, TV로 대표되는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 시기를 각각 영화작품과 감독들을 통해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문체로 쓰여져 있기에 좀 지루한 감이 있는 부분이었죠. 2장은 영화 <장르별로 살펴보기>로 코미디, 정치영화, 웨스터, 호러, 스릴러, 섹시코미디, 범죄영화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3장은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고 흥미로왔던 내용이었는데 영화 작품별로 <영화로 살펴보기>란 장입니다. 이탈리아 영화사에서 유명세를 떨친다는 영화는 대부분 다 나오는 것 같았어요.

 

 

 

 

  

 

 

영화의 시작은 여러 설들이 있지만 보통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1895)>이라고 말합니다. 이탈리아는 바로 그 이듬해인 1896년 <공원을 산책하는 사보이아의 마르게리타와 옴베르토>라는 다소 긴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다는데요. 하지만 극영화는 주변 국가에 비해 좀 늦은 1905년에 제작되었답니다. 그것은 <로마의 점령 1870년 9월 20일>라는 영화로 이 영화의 제작을 계기로 이탈리아 영화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10여년간 이탈리아 무성영화의 3분의 2가 제작될 정도로 황금기를 구가하였다고 합니다.

 

1930년대 무솔리니 독재로 상징되는 파시즘 체제하의 당시 이탈리아 영화계는 정부에서 국책영화 제작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영화제작기관과 실험영화센터가 설립되었답니다. 정부는 독일의 나치와는 달리 예술에 관대한 편이었다지만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열하고 통제하였다는군요. 그러다보니 당시 영화계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중상류 계급의 감상적인 멜로드라마 성격의 영화 제작이 대부분이었다합니다. 하지만 훗날 이탈리아 영화계를 이끌게 될 감독들이 이 때 정부가 설립한 국립영화학교에서 정부의 충분한 지원 아래 교육을 받게 되었고 당시 국책 영화 산업의 토양으로 인해 네오리얼리즘 영화가 탄생하게 될 수 있었다네요. 70~80년대 군사독재시절 당시 우리나라 영화계를 생각하면 이탈리아 영화계도 그 당시 어떤 상황이었을런지 충분히 이해가 되긴 합니다.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신사실주의)은 1942년부터 1952년까지 지속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영화운동을 말한답니다. 이것은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실주의를 지향하는 이탈리아 감독들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그 주요 특징은 전문배우가 아닌 일반인이 연기한다는 것과 현실과 다큐멘터리를 절충해 일반생활을 그려낸다는 것에 있다고 하는데요. 당시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던 시기였기에 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라 어쩔수 없이 세트장이 아닌 거리나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네오리얼리즘의 양식이 된 것이죠. 보통 네오리얼리즘 최초 영화로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1945)>라 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보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강박관념(1942)>이 네오리얼리즘의 시초라 볼 수 있다고 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불만을 느낀 감독의 정서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네요.. 이 영화 '강박관념'은 관람은 커녕 제목 조차 처음 들어본 영화인지라 뭐라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래도 네오리얼리즘의 최초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 영화가 정설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네오리얼리즘이 짧은 기간동안 일어난 영화사조 현상으로 평가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거 였나요? 전 네오리얼리즘이 후대 영화계에 미친 영향이 엄청나다고 생각했었기에 긴 생명력을 가진 영화사조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책에선 이탈리아에서 네오리얼리즘이 퇴조한게 완고한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는 조잡하고 보수적인 이탈리아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어떻게든 성공해 보려는 신사실주의 영화인들의 시도가 이 장르의 영화적 스타일과 정신성을 변색시켜 이 영화운동의 역사적 생명력은 매우 짧았다고 평가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50년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미국 영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네오리얼리즘의 점차 쇠퇴하였고 60년대 들어서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혁신적인 테마나 스타일을 어느정도 공유하는 전후 네오리얼리즘 감독들에 의해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답니다.

 

1970년 들어서는 새로운 매체인 텔레비전의 출현으로 이탈리아 영화계 역시 침체를 맞게 되었답니다. 게다가 SF(공상과학)나 전쟁영화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제작한 미국 헐리우드의 초호화 스펙터클 대작 영화들로 이탈리아 영화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이탈리아 영화계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영화와 실험영화가 출현하게 되었고 영화와 텔레비전 방송과 결합된 텔레비전 영화가 발전하게 되었답니다. 1977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타비아니 형제의 <파드레 파드로네>가 바로 텔레비전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라는군요.   

 

개인적으로 영화 장르 중에 명칭이 참 독특하다 생각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건 '마카로니 웨스턴'인데요.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했었죠. 책에서는 이를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하고 있더군요. 알아보니 미국이나 영국,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부르는데 일본의 한 평론가가 자기네 나라에 이 말을 번역 도입하면서 스파게티는 가늘고 빈약해 보인다는 황당한 이유로 마카로니로 말을 바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했답니다. 당연히 일본 외에는 전혀 통용되지 않는 말이라네요.. 아무튼, 이 '스파게티 웨스턴'은 기존의 정형화된 미국 서부 영화의 틀을 비틀어 1960~70년대에 많이 제작된 이탈리아의 서부영화를 말합니다. 이 장르를 처음 창조한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라는데요. 그런데 재밌게 시청했던 엔조 바르보니 감독, 테렌스 힐 주연의 <내 이름은 튜니티>가 책에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게 이상했습니다. B급영화라 그런가요?

 

영화 소개 내용중에 가장 반가왔던 건 <시네마 천국(Nuovo Cinema paradiso(1988)>이었습니다. 정작 극장에서는 관람해 보질 못하고 Video, Video CD, DVD로만 시청했던 영화죠. 이 영화, 국내 첫 개봉시 중간 부분 왕창 삭제하고 개봉했었죠. 뒤늦게 알게 되어 감독판 DVD 구입했던게 엊그제 같습니다. 어릴적 추억에 잠기게 해주면서 감동까지 주는, 인생 여로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참 좋은 영화입니다.~

  

 

 

책은 시기별, 장르별, 작품별로 이탈리아 영화사에 대해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영화작품들을 말로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영화포스터나 영화씬을 조금이라도 게재하였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죠.. 그리고 읽다가 느낀 점. 이탈리아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이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에 독특하면서도 개성있는 이탈리아의 영화들을 좋아하고 더 알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해 봄직 하단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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