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 - 세기의 핵담판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박수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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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1962(One Minute to Midnight)'

- 세기의 핵담판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 -

 

 

 

  

 

지은이 : 마이클 돕스

옮긴이 : 박수민

펴낸곳 : 모던아카이브

발행일 : 2019년 6월 29일 초판1쇄

도서가 : 32,000원

 

 

  

 

 

최근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국내 사드 배치로 중국의 한국관광 제한조치에서 시작하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핵실험으로 촉발된 미국과 북한과의 분쟁, 최근에는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강제징용자들에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로 무역 규제를 강화하는 등 마치 구한말 시대처럼 주변 국가와의 분쟁들이 우후죽순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에 핵미사일을 배치하여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한다는 카더라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예전 미국과 소련의 쿠바 미사일 위기처럼 진행되지 않을까 싶은, 매우 심히 엄청 우려스러운 일이지요. 쿠바는 그 사건 이후로 경제가 거의 파탄나 버렸으니 말이죠.

 

이번 쓰려는 도서후기는 이 쿠바 미사일 위기와 관련된 책입니다. 미국의 베테랑 기자 출신이자 논픽션 작가가 집필한 <1962>란 책인데요. 기밀해제된 수많은 보안서류들과 관련자들의 회고록들을 검토하고 분석하였으며 수많은 현지 조사와 백여명이 넘는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의 전모를 파헤쳐 당사의 상황을 재구성하였다는 책입니다. 원제는 <0시 1분전(One Minute to Midnight)>이고 부제가 <세기의 핵담판 쿠바 미사일 위기의 13일(On the Brink of Nuclear War)>인데 이러한 제목에서도 그 당시 얼마나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는지를 느낄 수가 있지요.

 

 

  

 

 

저자는 자신을 냉전의 자식이라 칭할 정도로 냉전과 인연이 깊다는 베테랑 기자 출신의 미국 논픽션 작가입니다. 1950년생인 저자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제사와 사회사를 전공하였답니다. 졸업후에는 워싱턴포스트에서 기자로 근무했는데 해외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국 천안문 사태와 소련 해체를 가져온 8월 쿠데타 등 많은 사건을 취재했다고 하구요. 그는 '냉전 3부작'이라 불리는 책으로 유명하다는데요. 그것은 <1945(Six Months in 1945)>, <1962(One Minute to Midnight)>, <1991(Down with Big Brother)>을 말하는 것으로 '1945'는 냉전의 기원이 되었다는 얄타회담과 포츠담회담에서 세계대전 종전까지의 내용을 다뤘다 하고, '1991'은 舊소련(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던 그 과정과 순간들을 다룬 책이라 합니다. '1962'는 앞서 말한대로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룬 것이구요.

 

 

  

 

 

책은 서문과 총 14장의 본문, 그리고 후기와 자료 출처, 주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부터 제14장까지는 1962년 10월 16일 화요일부터 10월 28일 일요일까지 13일간에 걸쳐 발생했었던 긴박한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6백여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자세하고 현장감 넘치는 그 순간 순간들을 세부적으로 담고 있었죠.

 

 

  

 

 

​실제 사건을 다룬 내용이기에 당연히 철저한 사실 확인을 거쳤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당시 고위층과 실무자들이 너무나 어이없게 판단하고 행동했던 모습들이 다반사라는게 실망스럽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미국에서는 추앙받는다는 존 F 케네디. 미 역사상 위대한 인물에 항상 손꼽히는 인물이라지만 제 보기엔 미국이 만들어 낸 우상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흐루쇼프도 별다르진 않은 것 같구요. 미국이나 소련 군인들도 그 못지 않은 단순하고 엉성한 모습 수없이 보여주고 있는데요. 물론 날카롭고 정확한 정세판단과 명쾌한 의사결정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만 단순무식한 수많은 모습들에 가려지더랍니다. 왠만하면 공습으로 때려부수자는 미국 장관들과 군장성들이라니.. 지금의 미국은 그때와는 다를까요??

 

게다가 저자는 '영원한 혁명가'로 일컬어지는 체 게바라에 대해서도 한마디 합니다. 그는 쿠바 미사일 위기 기간에 당시 신문 사설에서 인류에 단 두 개의 미래가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는데요. 그것은 바로 "사회주의의 결정적 승리, 또는 제국주의자가 핵공격으로 승리하는 퇴보"로서 "수백만명이 핵무기의 희생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해방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흐흠.. 느낌상 인간의 존엄성을 개쓰레기 취급하는 사람이라는 듯한 어감이었는데.. 글쎄요.. 여튼 이 말만 그대로 본다면 체 게바라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나 히틀러, 스탈린과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제35대 대통령인 존 피츠제랄드 케네디는 소련(소비에트연방)의 서기장인 흐루쇼프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냉전의 양 극단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였습니다. 물론 독단적인 결정을 할 수 있었던건 아니지만 직책상 그런 위치였단 말이죠.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좀 복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간단한거 같습니다. 미국은 소련과 군비경쟁을 하면서 소련 영토 대부분을 사거리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를 터키에 배치를 합니다. 얼마후 미국 플로리다에서 불과 140㎞ 떨어진 쿠바에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사회주의 국가가 성립되어 농지개혁과 산업의 국유화가 진행됩니다. 그 결과 미국인 소유 기업과 자산들이 몰수되게 되자 미국 정부는 쿠바 혁명정부를 전복시키려 피그만 침공사건(1961)을 일으키지만 실패합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쿠바 혁명군은 미국과의 군사적 균형이 필요했던 소련과 무기원조협정을 체결하여 자국에 핵미사일 기지를 배치하게 하는데요. 미국이 낌새를 채고 핵전쟁의 공포를 담보로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되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흐루쇼프와 케네디는 마지막에 서로 쿠바와 터키의 미사일 시설을 철수시켜서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종결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죠.

 

 

  

 

 

2차세계대전 종전을 앞당기고자 사용된 원자폭탄은 그 가공할 살상력과 파괴력에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미국과 소련은 무한 군비경쟁을 벌이게 되는데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여 여기에 핵탄두를 얹어 발사하면 언제 어디서든 상대편을 전멸시킬 수 있게 됩니다. 냉전의 양축인 미국과 소련은 이러한 핵미사일들을 전세계 곳곳에 있는 그들의 위성국가에 미사일 기지를 세우고 전술핵 배치를 하구요. 지구상에 배치된 핵무기만으로도 지구를 수십번도 더 멸망시킬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죠. 그 와중에 쿠바 미사일 사태가 발발하게 되면서 전세계는 핵전쟁으로 지구 멸망이 임박했다는 공포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것이 지구상 최초로 핵전쟁에 가장 근접했던 사건이라고들 하죠. 당시 쿠바에 배치되었다는 미사일 기지의 배치도를 봄 미국이 심각하게 느낄만 한데요. 미국 전국토의 대부분을 사거리에 두는 핵미사일을 배치한 기지였다니까요.

 

 

  

 

 

책에는 긴박했던 당시의 순간과 상황들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수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측에서 U-2기를 이용한 고공 촬영은 물론 RF-8 크루세이더로 저공 비행하면서 쿠바 미사일 기지현장들을 촬영했었다는데요. 촬영 임무로 출격한 비행기 중 돌아오지 못하고 격추된 것도 적지 않다는군요. 이들 대부분은 미 공군이 아닌 CIA에서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합니다.  

 

 

  

 

 

당시 긴박했던 일촉즉발의 핵전쟁 위험이 어찌되었든 해소되었지만 이로 인해 핵전쟁으로 지구 멸망이 될 수 있겠단 위기감에 재발을 막기 위하여 크렘린과 백악관 사이에 직통전화(Hot-Line)이 개설되었고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이 체결되었답니다. 이후 10여년간 미소간 평화공존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죠. 지금 한반도의 정세도 어찌 보면 이에 못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기의 수준은 쿠바 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지만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 사용 승인을 하는 인간들 수준은 별 변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퇴보된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 시작되는 그 기제는 똑같은거 같구요. 한번 시작된 전쟁은 수많은 인명의 살상과 막대한 피해를 남길 뿐이기에 전쟁으로 치닫기 전에 전세계 모든 이들이 그러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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