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문명의 기반이 된 '철'부터 미래를 이끌 '메타물질'까지!
사토 겐타로 지음, 송은애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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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문명의 기반이 된 '철'부터 미래를 이끌 '메타물질'까지! -

 

 

 

  

 

지은이 : 사토 겐타로

옮긴이 : 송은애

발행처 : 북라이프

발행일 : 2019년 6월 25일 1판 1쇄

도서가 : 16,000원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공기나 물과 같이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에서부터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의식주나 기타 여러 시설 및 도구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것들이 필요하지요. 인류사를 살펴보면 여러가지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하고, 도구를 기준으로 하면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분류하지요. 이것은 돌과 청동, 철이라는 재료를 이용한 도구들이 인류사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와 혁명을 가져온 것이기에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겠죠. 그럼 지금은 어떤 시대에 속할까요? 최근 읽었던 책에서 그 답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라는 책인데요. 책에 따름 지금도 철기시대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책의 저자는 세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신소재로 12가지를 선정하였습니다. 그것은 금, 도자기, 콜라겐, 철, 종이, 탄산칼슘, 비단, 고무, 자석, 알루미늄, 플라스틱, 실리콘인데요. 처음엔 콜라겐과 탄산칼슘, 비단이 왜 세상에 혁명을 가져왔나 의아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왜 이것을 선정하였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저자는 이 12가지 신소재들로 인해 사회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는 걸 그 배경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이해되는게 당연할 수 밖에요.ㅎㅎ

 

 

  

 

저자는 일본의 학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유기합성화학을 공부한 일본인으로 현재는 과학 전문 프리랜서이자 칼럼 연재, 강연 활동 중인 블로거이랍니다. 경력이 중간에 붕 뜨는 것 같이 보이는데 그 이유는 유기과학 관련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과학 블로거로 이름을 알리면서 회사를 그만 두고 저술과 강연 등 프리랜서로 변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눈에 띠는 것은 인터넷 상에서 화학 지식을 널리 알린 공으로 화학 커뮤니케이션 상을 받았다는 것인데요. 우리로 치자면 화학분야 파워블로거로 인정 받았다는 것 같아 보입니다. 전에 읽었던 이 저자의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을 다시 한번 들춰 봤는데요. 형식 많이 유사하더군요. 그런데 출판사가 다르기에 비교해보니 일본의 원 출판사 자체가 다르더군요.

 

 

책은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12가지 신소재를 각 장으로 하고 있고 추가로 재료과학의 미래를 마지막장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책의 절반은 이해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타이틀 입니다.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 새로운 재료가 역사를 움직인다>, <제1장. 인류사를 움직인 찬란한 빛 >, <제2장. 만년을 견딘 재료 도자기>, <제3장. 동물이 만든 최고의 걸작 콜라겐>, <제4장. 문명을 이룩한 재료의 왕 >, <제5장. 문화를 전파한 대중매체의 왕 종이(셀룰로스)>, <제6장.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천생 배우 탄산칼슘>, <제7장. 제국을 자아낸 재료 비단(피브로인)>, <제8장. 세계를 축소한 물질 고무(폴리아이소프렌)>, <제9장. 혁신을 가속한 재료 자석>, <제10장. '가벼운 금속'의 기적 알루미늄>, <제11장. 자유롭게 변화하는 만능 재료 플라스틱>, <제12장. 무기물 세계의 선두 주자 실리콘>, <마지막 장. AI가 좌우하는 '재료과학' 경쟁의 미래>,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참고문헌>으로 마쳐집니다.

 

 

  

 

책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신소재, 유기합성화학을 전공한 사람의 책답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글을 보니까 인류사에 있어서 저자가 선정한 12가지 재료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재료들을 통해 인류문명이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아직 출현하지 않은 새로운 신소재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이란 의미로 다가와 집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한에 가까운 재료의 우주에서

극히 일부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프롤로그에는 생소한 단어가 하나 등장합니다. 그것은 '속도결정단계(Rate-determining step)'란 단어로 생화학 용어라고 합니다. 이 말은 한 반응이 연속된 일련의 일단계 반응을 거쳐 일어날 때 전체 반응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반응 단계로서 연속된 흐름에서 사장 화학반응 속도가 느린 단계를 가리킨답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이 문명이 한 단계 위로 나아가려면 수많은 요소가 필요한데 그중에서 훌륭한 신소재는 다른 요인보다 출현하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에 "시대가 원하는 재료의 등장이 바로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속도결정단계"라는게 저자가 세운 가설이랍니다. 누가 화학 전공자 아니랄까봐 일반인들 보기에 참 어렵게 표현하였습니다.^^ 여튼, 그 예로 LP레코드판을 들고 있는데요. 레코드판이 처음 나왔을때는 '셸락'이란 수지로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이 소재가 무르고 쉽게 마모되어 이를 재료로 만든 레코드판은 잘 팔리지 않고 대중화되지 못했었다네요. 하지만 1950년대 튼튼하고 가벼우며 보존성 뛰어난 폴리염화비닐이 등장하면서 이를 재료로 제작한 레코드판들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단숨에 팝뮤직이란 거대시장이 형성되었답니다. 이처럼 뛰어난 신소재가 출현하면 그 이전과 이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인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죠.

 

 

과연 이게 세계사를 바꾼 신소재 맞는지가 개인적으로 의문스러웠던 것은 콜라겐과 탄산칼슘, 비단이라고 앞에서 말했었습니다. 콜라겐은 누구나 다 잘 알다시피 피부미용 재료로 많이 알려졌죠. 전 술안주인 돼지껍데기가 떠오르지만 아무튼, 콜라겐은 동물의 피부와 뼈에 포함되어 있는 섬유 단백질로 체내의 모든 결합조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3분의 1이 바로 이것이라 하네요. 이 얘길 보니까 돼지껍데기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을거라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닌가 봅니다..

 

이러한 콜라겐은 단백질임에도 성질이 매우 특이해서 세포와 세포의 간격을 메꿔 서로 붙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답니다. 기다란 사슬 세 가닥이 하나로 꼬인 삼중 나선 구조이기에 우리 몸을 지탱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죠. 각각의 콜라겐 섬유들은 서로 다리를 놓듯이 연결되고 이어져서 마치 그물처럼 망이 촘촘해지는데 다리 수가 늘어나면 튼튼해지긴 하지만 유연성을 잃게 된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다리가 늘어나면서 피부 유연성이 점차 사라지고 주름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그럼 콜라겐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근거가 뭘까요??

 

저자가 콜라겐을 주요 신소재로 선정한 이유는 이러한 콜라겐이 무기로 응용되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콜라겐이 많이 포함된 뼈와 힘줄로 활과 화살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근력과 속도 등 다른 동물에 비해 뒤떨어지는 인류가 먹이사슬 최상층에 올라갈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 본것이죠. 이 외에도 많은 근거가 책에 제시되고 설명되어 있구요.

 

 

탄산칼슘은 지구상에 매우 흔한 물질 중 하나랍니다. 석회암의 형태로 대량 산출되는 탄산칼슘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염 중에서 가장 많다는데요. 그 형태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석회암, 대리석, 달걀껍데기, 산호, 진주 등으로 존재하는 탄산칼슘은 가공하여 치약이나 지우개와 같은 일상용품에 보강제로 들어가고 도기 재료나 미술 재료로도 사용되며 시멘트의 주원료와 안료와 도료, 제철 및 건축 재료에 각종 중화제로도 사용되는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재료 세계의 천생 배우라 할 만큼 다방면에 이용되어 지는 물질이랍니다. 예전에 카바이트를 물에 넣고 나오는 가스를 태워 조명으로 사용하던 칸델라 같은게 있었는데요. 그 카바이드 역시 탄산칼슘의 한 종류라네요.

 

지구에 탄산칼슘이 풍부한 이유는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탄산이 되고 바닷물 속에 풍부한 칼슘이온과 만나 불용성의 탄산칼슘이 되어 침전되기 때문이라는데요. 이러한 자연의 순환 결과로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 지구 온도를 낮춰 주게 되어 지금과 같은 지구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이러한 화학반응이 없었다면 지구는 금성과 같이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뒤덮어 강렬한 온실효과로 인해 4백도 이상의 고온의 환경이 되었을거랍니다.

 

 

비단은 누에가 토해내는 생사를 잿물과 함께 삶아서 만든 명주실로 제작된 직물을 말합니다. 이러한 비단이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한자라 합니다. 참 흥미로운 내용으로 문학시간에 많이 사용되던 한자들이었죠. 서론/본론/결론할 때 쓰는 서(緖)는 누에서 처음으로 뽑아낸 실의 끝부분, 즉 '실마리'를 의미하고, 기/승/전/결에서의 기(起)라는 글자도 실마리를 발견해낸다는 의미에서 출발하여 점차 '순서를 세우다', '조리있게 이야기하다'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갔답니다. 이 외에도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비단의 생사를 의미한 글자였다는 순(純), 물들이지 않은 하얀 명주실을 가리키는 글자였다는 소(素), 생사를 잘 삶아 하얗고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의미했던 연(練)과 같이 명주실과 관련된 의미에서 출발해 점차 그 의미가 확장되어 간 많은 한자어들을 보여줍니다.

 

비단의 주성분은 피브로인이란 이름의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부패하기 쉬운, 분해되어 환원되기 쉬운 물질이지만 명주실, 비단은 여느 단백질과 달리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이나 되는 세월에도 견딘답니다. 그것은 피브로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사슬이 베타시트(베타턴)이라 불리는 접힌 구조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데 누에의 체내에서 걸쭉한 액체 상태인 피브로인이 누에 입에서 토해낼 때 가늘고 길게 당겨져서 베타 시트가 풍부한 구조로 변한다고 추측된답니다. 이러한 명주실로 직조된 비단은 다른 어떤 섬유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윤기와 감촉이 남다르다죠.

 

중국에서 발달한 직조술로 만들어진 비단으로 인해 인류 최초의 교역로 실크로드(비단길)을 생성하게 합니다. 중국과 로마를 이었던 실크로드에는 세갈래 길이 있다고 하죠. 중앙아시아를 지나는 오아시스길과 카자흐스탄 일대의 초원지대를 지나는 초원길, 동중국해에서 인도양을 거쳐 아라비아반도로 향하는 바닷길이 그것입니다. 이 교역로를 통해 동서양간 활발한 교류가 일어났기에 수많은 발명과 문명의 발전을 촉진되었고 그 결과 유럽 문명이 세계를 제패하게 되었다고 혹자는 말했답니다. 

 

 

재료란 '물질 중에서 인간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의 수는 대략 1억4천만개가 넘지만 그중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극소수라네요. 하지만 인류가 재료에 관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창조를 거듭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답니다. 재료의 혁명은 곧 인류 생활의 발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하구요. 재료는 원료를 간단히 구할 수 있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하며, 가공하기 쉬어야 그 가치가 있답니다. 여기에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 부담이 적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요건도 만족해야 한다하구요. 하나의 재료가 세상에 나와 널리 사용되기 까지는 이토록 많은 요건과 난관들을 극복해야만 나올 수 있답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첫장에 나온 문장으로 끝마쳐집니다.~

 

책은 이처럼 저자가 선정한 12개의 신소재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고 세계사를 바꾸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루하지 않고 몰입해서 읽을 정도로 흥미도 있구요. 두루뭉실하게 알았던 상식, 그 폭과 깊이가 좀 더 깊어진 것 같은 뿌듯함도 느꼈지요.^^ 이러한 재미와 상식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이라면 이 책,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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