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 - 3.1운동부터 임시정부까지 그 길을 걸은 사람들 표석 시리즈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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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

- 독립운동 표석으로 백년 전 혁명의 현장을 목격하다! -

 

 

 

  

 

지은이 : 전국역사지도사모임

펴낸곳 : 유씨북스

펴낸날 : 2019년 4월 30일 1판1쇄

도서가 : 17,800원

 

 

유씨북스에서 그간 출간해왔던 표석 시리즈 도서가 얼마전 세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번에는 조선의 도읍지의 시대별 구분이었던 경성과 한성을 주제로 하였는데 이번에는 대한제국과 일제치하 당시의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요.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 출간된 책들과는 그 내용과 집필 형식에 많은 변화가 눈에 띱니다. 

책의 지은이는 전국역사지도사모임이란 단체라 되어 있습니다만 책의 맨 뒷 부분에서 주요 집필진 8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소개내용을 보니 집필진 8분이 각각 본문 8장을 집필한 거 같습니다. 대부분 문화유산 해설사 또는 교육사, 지도사로 활동하시는 분들이구요.

 

 

책은 도입부인 <책 머리에. 대한민국 백 년의 시작>으로 시작되어 본문부 2부 8장, 부록인 <표석 찾아보기>와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문부는 <1장. 그해 독립선언은 세 번이었다>, <2장. 민족 대표 33인과 이종교의 연합>, <3장. 무너진 나라, 다시 세워진 나라>, <4장. 하나 된 임시정부, 민국을 꿈꾸다>, <5장. 죽기를 각오하고 일제에 맞서다>, <6장. 우리가 몰랐던 여성 독립운동가>, <7장. 독립운동을 도운 대한외국인>, <8장. 조선 귀족의 친일과 반일 그리고 항일>로 되어 있는데 장의 첫부분에 나오는 표석지도 외에는 표석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질 않습니다. 그간 발행한 표석 시리즈 책 내용과는 사뭇 다른 형식인지라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죠..

 

 

  

 

표석은 책 마지막 부록 부분의 표석 찾아보기와 각 장의 두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표석을 표시한 지도가 전부입니다. 본문에서 설명하는 여러가지 내용들과 표석을 연관지어 살펴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본문부의 내용은 독립운동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주요 내용은 익히 알려졌지만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세부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치 잘 짜여진 촬영 콘티나 역사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정도로 자세하고 세밀하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느껴진 것은 영화의 내용을 많이 예로 들고 있다는 점인데요. '암살', '밀정', '박열', '항거:유관순이야기' 등 일제시대 독립운동과 관련된 최근에 제작된 영화라면 거의 다 언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언급하는 영화의 그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읽어가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더군요.^^

 

<1부. 민주공화제의 탄생>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행되어 가는 과정,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에 이르는 그 과정을 중점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제가 '제국에서 민국으로'인데요. 기막힌 네이밍이라 생각됩니다.^^

 

1장의 내용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던 1919년 3·1운동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3·1 독립선언과 도쿄에서 재일유학생들이 실행했던 2·8 독립선언은 너무나 잘 알려졌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이 하나 더 있다는군요. 그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선언인 '무오독립선언'이랍니다. 이것은 '대한독립선언'이라고도 하는데 1919년 2월 1일(음력 1월 1일)에 독립운동가 39명의 명의로 발표되었다네요. 그런데 교육계에서는 왜 이러한 내용을 가르치질 않을까요?? 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2장은 3·1 독립선언서에 서명,참여한 민족대표 33인(불교 2, 천도교 15, 기독교 16)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연합하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의문스러웠던 내용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그 의문점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참 좋았지요. 그 의문사항은 민족대표 33인 중에는 왜 유교와 천주교에선 참여하지 않았을까 입니다.

유교는 영남 유림을 이끌던 분이 독립선언에 참여하고자 상경하려 했지만 어머니 병환으로 독립선언문 인쇄가 끝난 뒤에나 상경하게 되어서 선언서에 서명할 수가 없었다 합니다. 실제로 선언서에 서명은 했지만 3월 1일 태화관에서 독립선언 공표 당시 참여하지 못했던 분이 4명이나 있었고 나중에 친일로 변절한 자도 3명이나 있었다는군요..

천주교는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여 독립운동을 포함한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기로 해 3·1 독립선언에 참여하지 않았다 합니다. 의외인건 당시 우리나라 천주교단을 주도하던 프랑스 주교들이 무의미한 희생을 자초한다는 이유로 교인들에게 만세운동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시켰다는 건데요. 게다가 광복 후 대한천주교회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지지까지 했다고 하네요..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결성되면서부터 비로소 우리나라 사회문제에 참여하기 시작했답니다..

 

 

3장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행되어 가는 과정에 있었던 정치적 사건들과 그 내용을 설명하는 장입니다. 이야기는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시작되어 동학농민혁명, 청일전쟁, 을미사변, 아관파천, 대한제국 수립, 한일의정서, 을사조약, 한일신협약(정미7조약), 기유각서, 한일병합조약, 3·1(혁명)독립선언,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은 김구의 '나의 소원'으로 글은 마쳐집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쉽고 뼈아쁘며 숨가빴던 우리 역사의 암흑기이자 격동기이었기에 눈망울 부르르 떨리는게 울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으로 망한 나라, 대한으로 다시 흥해 보자(신석우)"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임시정부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결정되었다는데요. 국호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그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구나란 느낌이 들었죠.

 

 

4장은 3·1운동 결과 세워진 상하이임시정부와 4·23 국민대회 결과 세워진 한성임시정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수립된 대한국민의회임시정부(노령임시정부)들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통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입니다. 임시정부로 거론되는 단체가 모두 8개나 되는데 실체가 있는 정부는 위 3개 단체이고 나머지 5개 단체(조선민국임시정부, 대한민간정부, 고려임시정부, 임시대한공화정부, 신한민국임시정부)는 계획단계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답니다.

임시정부 중에서 가장 먼저 수립된 것은 1919년 3월 중순에 수립된 노령임시정부라고도 불리는 대한국민의회 임시정부랍니다. 두번째가 4월 초에 수립된 상하이 임시정부라 하구요. 이후로 여러 임시정부에 관한 전단지가 베포되었다는데요. 4월 9일 서울에서 조선민국임시정부, 4월 17일에는 평양에서 신한민국정부, 4월 23일에는 한성임시정부가 선포되었답니다. 이중 한성임시정부는 4월 2일 천도교, 기독교, 불교, 유교 등 종교게 대표와 13도 지방 대표 등 20명이 인천 만국공원에서 모여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임시정부를 선포하기로 결의하였다 합니다. 하지만 한성임시정부를 임시정부로 보기에는 실체 등 한계가 많아 논란이 많다고 하는군요.

 

 

<​2부. 맞서 싸우거나 야합하거나>는 는 5장에서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립운동가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제 역시 '독립운동의 사람들'이라고 되어 있구요.

 

2부의 시작인 5장의 내용은 독립운동을 실행한 단체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단체는 불교, 천도교(동학), 기독교 같은 종교단체에서부터 좌우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사상단체, 독립운동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들이 그것인데요. 눈에 띄는건 사회(공산)주의 성향 단체에 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우파정권에 의해 숨겨지고 가리워진 좌파 독립운동단체에 대해서는 배운 적도, 들어본 적도 거의 없었던게 그간의 현실이었기에 책에 나오는 그 자세한 내용들이 생소하다 못해 이채롭게까지 느껴졌습니다. 여야 정권교체 이후 교육과 언론계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좌파 독립운동가와 단체에 대해 그간 조금씩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게 훨씬 많은거 같습니다.

 

 

6장은 독립운동에 헌신한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장입니다. 생각해 보면 독립운동가 중에 여성분은 그다지 떠오르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에도 여성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구요. 책에는 이에 대해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2018년 8월 15일 기준으로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이가 15,052명인데 그중 여성은 325명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독립운동에 헌신한 많은 분들이 활동 당시의 객관적인 입증자료가 부족하다 하여 독립유공자로 서운을 받지 못한다는데요. 유독 여성의 경우 더 많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7장은 독립운동을 도운 외국인들을 소개하는 장입니다. 익히 잘 알려진 베델, 헐버터, 테일러, 스코필드, 쇼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루이 마랭 같은 이도 나오고 있습니다. 테일러 이야기를 읽다가 한밤중에 그들 부부가 살았었다는 딜쿠샤를 찾아 가기도 했었죠. 가보니 2020년 7월까지 원형 복원공사 진행 중이라며 비계로 가려져 있어 건물은 보지도 못했더랍니다.. 이 장에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은 일본인 중에 공훈을 인정받아 독립유공자로 예우를 받는 이가 두명 있다는 것입니다. 한명은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는데 헌신한 평화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지와 박열의 아내인 가네코 후미코라는군요. 영화 '박열'을 관람했었는데도 이런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8장에는 조선 왕실과 고관대작들이 어떻게 일제의 귀족이 되었는지, 누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일병합이 된 후 일제는 자신들의 화족(귀족)제도를 본 따 '조선귀족령'을 도입했답니다. 조선황실은 제후격인 '이왕가'로 격하시키고 왕족과 공족의 지위를 부여했고 고관대작들과 에게는 귀족 지위를 부여했답니다. 유럽의 귀족 형식을 빌어온 일본 화족제도는 등급순으로 봄 후작, 백작, 남작, 자작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귀족작위를 받은 이는 모두 76명에 달한답니다. 물론 작위를 받으면서 막대한 은사금을 받았다 하구요. 그런데 이 분들 전부가 매국한 것은 아니랍니다. 작위 부여를 거부하고 음독자결하거나 자결을 시도한 분도 있고 해외로 망명하여 작위를 받지 않은 이도 있답니다. 책에는 관련된 자세한 내용들 참 많이 나오는데요. 가관인 내용 참 많더랍니다..

 

 

  

 

이처럼 책은 일제침탈 시기 우리나라 독립운동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실들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근현대사의 주요 내용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관련되는건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고등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읽으면 꽤 좋을 것 같습니다. 고교생 딸과 중학생 아들에게 한번 읽어보라 권해볼까 하는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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