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이자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도서후기]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세월을 이기고 수백 년간 사랑받는 노포의 비밀 -

 

 

 

  

 

지은이 : 무라야마 도시오

옮긴이 : 이자영

펴낸곳 : (주)북이십일21세기북스

발행일 : 2019년 3월 6일 1판1쇄

도서가 : 15,000원

 

 

일본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석기시대에서 조몬시대라 일컬어 지는 신석기시대를 거쳐 부족국가가 출현하기 시작한 야요이시대, 그리고 4세기경 호족들의 연합정권인 야마토 정권의 고훈시대까지를 보통 고대시기라 합니다.

7세기경 시작된 아스카시대와 8세기에 성립된 나라시대들 거쳐 8세기말에 헤이안(平安, 지금의 교토)으로 천도하게 되면서 들어선  헤이안시대로 이어지고 12세기 가마쿠라막부가 들어서게 되는데 이때까지를 일본의 중세시기라 한답니다.

14세기경 성립된 무로마치막부와 15세기 각 지방마다 다이묘들이 난립한 센코쿠시대를 거쳐 16세기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쇼쿠호시대, 17세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막부시대를 거쳐 19세기말 메이지유신이 성립될 때까지를 근세시기라 하구요. 

794년 간무일왕 때 교토(京都)로 천도하면서 성립된 헤이안시대는 이후 1968년 메이지 유신과 함께 도쿄(東京)로 천도할 때까지 천이백여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일본의 수도 역할을 했답니다. 그래서 교토를 천년수도라 불리우게 되었다지요. 지금은 우리의 경주(慶州)와 같이 수많은 문화재와 고풍스런 유적들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관광도시로 유명하답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러한 교토에 있는 노포(老鋪)들을 소개하는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라는 도서 후기입니다. 수록된 가게들의 이야기들을 보면 일본의 문화는 물론 그들의 가치관도 엿볼 수가 있는데요. 프롤로그에 저자가 말하는 것과 같이 대를 거듭하면서 이어져 온 오래된 가게들을 통해 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또다른 얼굴을 만나보는 것도 꽤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관심이 많아 1986년말 서울로 어학연수를 왔던 1953년생 일본인입니다. 한국에 오기전에는 1974년 대학을 중퇴하고 공장에 취업했었다는데요. 님 웨일즈가 조선 독립운동가 김산(본명:장지락)을 중국인터뷰하고 저술한 전기 '아리랑'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답니다. 말로만 많이 듣던 님 웨일즈의 <아리랑>을 여기서 또 접하게 되네요. 언젠가는 꼭 읽어보려고 하는 도서들 중 한권입니다.^^

 

책은 <교토 노포 지도>와 <추천의 글>, <프롤로그_교토의 또 다른 얼굴, '노포'를 만나는 여행>으로 시작되어 <1.이즈우>, <2.니키시유>, <3.마쓰이 주조회사>, <4.토카사이칸>, <5.도나미 츠메쇼>, <6.프랑수아 찻집>, <7.미나토야>, <8.다마루인보텐>, <9.마루젠>, <10.혼케오와리야>까지 10개의 노포들을 소개한 다음 <에필로그_교토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로 마무리됩니다. '추천의 글'과 '프롤로그'에서는 이 책을 읽어 나가는데 먼저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 노포를 선정한 기준이나 노포와 교토 역사와의 관련성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고, '에필로그'에서는 이 책이 일본인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한국인들이 교토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을 알 수 있게 저자가 집필하였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교토에는 노포자원이 풍부하여 백년 이상 된 가게만 골라도 충분히 책을 쓰고도 남을 정도랍니다. 하지만 책에는 저자가 나름대로 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정한 교토의 10개 가게가 수록되어 있죠. 이들 가게의 살펴보면 가장 오래된 곳이 1465년 창업한 소바집 '혼케오와리야'이고 1945년 창업한 베이징요리점 '토카사이칸'이 가장 최근으로 창업한지 1백년도 안되는 가게가 4개나 됩니다. 책 부제에 쓰여진 '수백년간 사랑받는 노포'과는 좀 안맞는 듯 보였는데요.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말한 노포의 선정기준과 그 이유를 생각함 수긍이 갑니다.

 

노포 선정기준은 '교토에서 적어도 3대 이상 걸쳐서 이어져 온 가게'랍니다. 그 이유는 쿄토엔 1백년 이상된 가게들이 거의 대부분 포목이나 화과, 주조와 같은 전통산업 업종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들만으로는 교토 노포의 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네요. 책에 수록된 가게들을 보면 초밥집, 목욕탕, 술도가, 중국요리점, 전통 숙박업소(츠메쇼), 카페, 사탕가게, 도장가게, 서점, 소바가게인데요. 의외인건 3대가 이어진 노포에 목욕탕, 카페, 서점, 도장가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러한 업종의 가게들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는게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책은 수록된 노포들을 표시한​ 지도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가게들이 어느 한 구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어 보이길래 그곳이 번화가인가 싶어서 지도 찾아보니 가보았던 기요미즈데라(淸水寺)에서 가깝더군요. 언젠가 다시 한번 교토를 찾아가게 된다면 최소 한번쯤은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정보 자료라 여겨졌습니다.^^

 

일본에는 대를 계속 이어가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 전통 기업이 많이 남아 있답니다. 그 이유에는 일본 왕실의 혈통이 단 한번도 끊이지 않았다는 만세일계라는 일본의 사상과 무사가 가문의 존속을 제일 중요시해왔다는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저자는 가게를 이어 온 힘의 원천은 경영자들의 노력에 있다고 본답니다. 그것은 가게나 기업을 이어온 경영자가 흔히 말한다는 "내 대에서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는데요.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 말을 들어면 그 이면에 내포된 계승자의 진지한 자세와 필사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흐흠... 그럼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진지한 자세와 필사의 의지가 없어서 노포가 별로 없는건가 싶었죠.ㅎㅎ

 

 

 

 

책에 소개된 노포들을 모두 소개하긴 그렇고 가장 인상적인 곳 하나만 소개하렵니다. 그 가게의 업종은 뭐랄까.. 찾아보니 시설서비스업이라고 나오는데 바로 '니시키유(錦湯)'라는 대중목욕탕입니다. 책에 묘사된 목욕탕 정경을 보면 제 어렸을 적 당시의 목욕탕 모습과 매우 흡사해 보였습니다. 물론 포렴과 같은 일본 특유의 모습들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교토도 역시 대중목욕탕이 감소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주인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여 지역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이제는 전국, 전세계에서 이곳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포털에서 니시키유를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몇몇 분들이 후기를 남겼더군요.

 

 

  

 

책은 교토에서 최소 3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해 온 노포들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각 노포들의 현 계승자와 인터뷰를 한 이야기 내용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구요. 가업을 어떻게 승계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터뷰 내용 중에는 데릴사위로 들어와 이어받은 경우도 나옵니다. 성까지 처가쪽 성으로 변경하였다는 대목에선 좀 놀랍기까지 했는데요. 일본에는 그런 관습이 있었기에 오랜 세대를 거쳐 가업을 이어올 수 있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작금의 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기술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것들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라지게 되고 있지요. 디지털 사회로의 진화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주는 것들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것에 끌리는 편이구요.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목욕탕과 명절때면 가래떡 뽑으러 갔었던 방앗간, 학창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음반가게들, 지금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우리에게도 오래된 노포들이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경제적 측면으로 볼 때 과연 가능할까 싶네요. 일본의 사례를 보니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갔던데 우리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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