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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단청
박일선 지음 / 렛츠북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도서리뷰] '예술로서의 단청'
- 화려하면서 정제되고 통일된 멋을 보여주는 단청의 색채 예술 -
지은이 : 박일선
펴낸곳 : 렛츠북
발행일 : 2019년 3월 10일 초판1쇄
도서가 : 19,000원
우리나라에는 유형에서부터 무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문화재들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로서의 보존가치를 판단하여 국보나 보물, 유무형문화재 등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하여 관리하기도 합니다. 지구상에서 인류문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문화재들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문화,자연,복합),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 관리한다 하구요. 작년 하반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전국 7개의 사찰들을 탐방한 적이 있었습니다. 건축물의 경우 적용된 기술이나 기법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단청에 대해서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더군요. 때 마침 단청과 관련된 책이 출간되어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응모하여 책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예술로서의 단청>라는 제목의 책으로 처음엔 어려운 전문서적이려니 했는데 읽어보니 그런건 아니더군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죠.
저자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1976년부터 한일은행에서 2013년까지 37년간 근무하신 분입니다. 은행 재직 중에 젊은 시절 꿈이었던 그림을 그리고자 미대 도안과에 입학하고 졸업했지만 그림에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는데 2011년 우연히 단청과 인연이 되었고 퇴직후 단청산수화 작업을 시작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합니다. 그런데 단청은 익숙한 단어였지만 단청산수화라는 것은 금시초문이었죠. 그동안 사찰 다니면서 보았던 그 많은 벽면 그림에 배경으로 그려진 산수화들이 바로 단청산수화란걸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 뒤편에는 한국화가와 서양화가 한분씩 소개되고 있는데요. 왜 소개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별다른 언급은 없었어요. 이 책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분들일까요?
책은 <서문>, <제1장. 겸재 정산과 금강산>, <제2장. 단청 단상>, <제3장. 같음과 다름>, <제4장. 한국 단청, 중국 단청, 일본 단청>, <제5장. 동서남북, 단청 산수>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략하게 내용들을 말하자면 제1장은 저자에게 있어서 롤모델이라는 겸재 정선에 대한 소개와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저자가 그린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고, 제2장은 단청에 대한 개념과 단청 제작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법들을 소개하는 장입니다. 제3장에서는 우리의 단청 문양과 서구 국가 건축물에서 사용된 장식의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4장은 한국,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에서의 같은 듯 다른 모양 단청들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5장은 우리나라 동서남북 4방위에 자리한 명소, 독도, 백령도, 제주도, 금강산을 주제로 저자가 그려낸 단청산수화들을 소개하는 장이구요.
단청(丹靑)이란 말은 '단사(丹砂)'와 '청확(靑雘)'이라는 안료를 만드는 광물질의 첫자를 따서 만든 단어랍니다. 단청이란 말은 삼국사기에서도 나온다는데요. 화가 솔거가 황룡사 벽면의 노송 그림을 그렸는데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래자 황룡사의 스님이 단청을 새로 했다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저자는 단청은 오방색을 위주로 한 모든 그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서(書), 회(繪), 화(畵)를 전부 포함하는 개념이었는데 근대로 들어서면서 궁궐이나 사찰 건물의 목부재에 채색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좁아졌다면서 전자를 '광의의 단청', 후자를 '협의의 단청'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확한 내용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단청이란 단어를 찾아 보았는데요. 그 결과 첫번째, '옛날식 집의 벽, 기둥, 천장 따위에 여러가지 빛깔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리는 것. 또는 그 그림이나 무늬'와 두번째로 '채색(여러가지의 고운 빛깔)'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헷갈립니다...
[ 한국 단청의 다양한 문양들 ]
단청은 디자인적이면서 회화적 요소가 가미된 우리의 독특한 전통문화이자 예술이라고 합니다. 어떤 장르의 예술보다 화려하고 장엄한 '극치의 색채 예술'이라고 하는데요. 음양오행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오방색(靑,赤,黃,白,黑)이란 우리 민족 고유의 색채를 통해 미적 표현 요소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까지 추구한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단청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순우리말과 한자어가 병행하여 쓰고 있답니다. 개화기와 식민지시대, 해방과 한국전쟁,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도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죠.
책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단청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모두 사찰과 궁궐에 단청이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주로 사용하는 색채나 기법에 차이가 있어서 느낌은 천차만별이라는군요. 제 보기에도 중국은 푸른색과 황금색이 주로 사용되어 차가운 느낌이 많이 들고, 일본은 주황색 한가지 색 위주로만 채색되어 단조롭게 느껴지구요. 그에 비하면 한국의 단청은 앞에서 말한 그대로 화려하면서도 장엄미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한국과 중국, 일본의 단청 ]
책에는 우리 단청 문양과 유사한 서구의 건축조각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옛날 서로 교류가 있을리 없던 시절에 한국의 단청과 유럽 건출물에서 매우 흡사한 문양이 존재하더라는게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 장에 수록된 저자의 작품들을 보면 이게 과연 단청인가 싶었구요.
[ 알함브라 궁전의 아라베스크 문양과 바티칸의 만자문 ]
[ 좌측 - 독도, 제주도 성산일출봉 / 우측 - 금강산, 백령도 두무진 ]
이외에도 책에는 단청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저처럼 단청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독자의 경우에는 알아서 읽으면서 알아서 내용 정리와 파악을 해야 한다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집필 경험이 많지 않아 그런게 아닌가 생각되었죠. 하지만 책에 사용된 종이는 사진의 색감을 최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고급아트지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국내 고궁과 사찰의 단청들 사진의 품질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구요.. 단청에 대해 궁금하거나 단청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서적이나 지루한 문체로 점철된 번역서와는 그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나름 재미 있어요.^^ 관심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