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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평점 :
[도서리뷰] '지폐의 세계사'
- 세계 각국 지폐의 탄생 비화와 42개국 지폐도감 -

지은이 : 셰저칭
옮긴이 : 김경숙
펴낸곳 : 마음서재
발행일 : 2019년 2월 20일 초판1쇄
도서가 : 16,000원

1989년 11월 9일. 이 날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날입니다. 이로부터 1991년 8월 소비에트연합(소련) 해체에 이르기까지 공산주의의 몰락은 시작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공산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자본주의는 지금껏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2007년말 미국의 탐욕스런 금융자본가들에 의해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었지요. 그러한 자본주의의 꽃은 무엇일까요? 혹자는 '기업'이라고도 하고 '주식'이라고도 하던데 제 생각엔 "뭐니뭐니해도 머니"라는 말처럼 '돈(錢, Money)'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폐(貨幣)라고도 일컬어지는 "돈"은 순우리말이라는데요. '돈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민간 어원이 아닐까 추측된다네요. 돈은 형태별로 보면 크게 '주화(鑄貨,Coin)'과 '지폐(紙幣,Banknote,Bill)'가 있는데 주화는 기원전 7세기경 리디아(터키)에서, 지폐는 서기 7세기경 중국에서 처음 사용되었답니다. 이번 도서리뷰는 화폐중 지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42개국의 지폐의 탄생 비화와 그 의미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세계 각국 지폐들의 다양한 도안과 디자인을 보면서 그 이면에 내포된 의미들을 알게 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저자는 영국에서 고고학 및 예술사학을 전공하고 박물관 연구원과 경매소 기획자 등을 근무한 대만인입니다. 유년시절 우연히 얻게 된 외국지폐를 계기로 이후 25년간 97개국을 돌아다니며 세계 각국의 지폐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데요. 60~70세대의 경우엔 보통 우표나 프라모델을 수집했던거 같은데 대만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수집하기 쉽지 않은 대상에 취미를 붙인 거 같습니다.
책은,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총 42개국의 지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차에 나오는 국가들을 헤아려 보니 모두 47개국이더군요. 목차에는 나오지만 지폐 사진이 수록되지 않은 국가는 제외했나 봅니다.


처음 책표지를 넘기면 책갈피처럼 접혀져 있는 페이지가 나오는데요. 그것은 책에서 소개하는 지폐들이 발행된 각 나라들을 세계지도였습니다. 책에 수록된 세계 각국 지폐들의 분포가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남미국가들과 호주, 러시아, 캐나다, 중국이 포함되지 않은게 의외란 생각이 들었죠.

책에 수록된 내용들은 저자가 수집한 세계 각국의 지폐 도안과 디자인에 담긴 의미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하는 내용들 입니다. 그 문장들이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교재들처럼 건조한 느낌이 아닌, 에세이나 여행기처럼 부드럽게 읽혀지면서 그 내용들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선명하게 고품질 인쇄처리된 지폐들의 사진들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책 다 읽고 나니 우리나라 화폐들 도안과 디자인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더군요. 지갑에는 외국화폐도 같이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오네요.^^

지폐의 도안에는 인물, 그림, 자연과 도시, 문화 등 당해 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보통 선정한다고 합니다. 지페 도안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인민들 모습들을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를 보여주고자 선택하는 경우도 꽤 있답니다. 보통 지폐 앞면에는 인물이, 뒷면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도안으로 선택되어 진다네요. 도안으로 하나만 들어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개 여러가지가 중복으로 들어가고 그 도안에는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갖가지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다 하구요.


책엔 북한의 지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여러번 북한에 입국했었다는데요. 저자는 북한주민들이 미소 띤 얼굴로 자기에게 인사를 건네도 '저게 과연 진심일까'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파시즘이나 중앙집권체제를 넘어선 절대왕정을 부활시킨 독재자 국가로 보고 있더군요. 전세계 독재자들은 하나같이 지폐를 통해 자신을 영리하게 드러내면서 교묘하게 숨겨 왔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이게 뭔 의미인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질 않네요..

지폐에는 그 나라의 현재 국력과 상황도 보여준답니다. 인쇄 품질이라던지 종이 품질로 현 국가경제상황을 유추할 수도 있다네요. 그러고보면 선진국일수록 지폐에 사용된 종이가 더 빳빳하고 튼실한 것도 같네요. 지금은 플라스틱 지폐를 발행하는 국가도 있답니다. 자본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한 화폐는 계속 통용될 것 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주화나 지폐가 아닌 IT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로 바뀌겠죠. 한때 비트코인이란 가상화폐 투기 열풍도 있었고, 최근에는 XX페이라는 자동이체 앱이 관심을 끄는 것 보면 점차 가상화폐로 변화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지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통용되는 모든 지폐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 여러 국가들의 많은 지폐들을 한번에 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더 빛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