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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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욕망의 충족에 미쳐 있는 바벨의 시민들 -

 

 

  

 

 

지은이 : 강준만

펴낸곳 : 인물과사상사

발행일 : 2019년 2월 11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언제부터인가 '헬조선'이란 단어가 쓰여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일반화된 단어 같습니다. 누구에게는 천국이지만 누구에겐 지옥이라는 대한민국! 삼포세대에서 이제는 N포세대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암담한 미래 밖에 준게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라 여겨집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겐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연애,결혼,출산,취업,내집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려운게 대부분의 현실이라고 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번에 쓰고자 하는 건 한국이 어찌하여 헬조선이란 말이 일상화가 되었는지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고찰하고 분석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는 <바벨탑 공화국>이란 도서의 후기입니다. 입맛이 써질 수 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왜 우리나라가 이러한 사회현상을 불러왔는지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이 수긍되던 내용이지요.

 

저자는 한국 사회의 이슈들을 나름대로의 시각과 통찰을 바탕으로 공론화해 온 분이랍니다. 현재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저자는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기반으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들에 대해 저술 활동을 해왔고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의미 있는 반향을 불러 온 지식인이라는군요. 저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책들을 저술해 왔다는 것은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알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책은 <머리말. 왜 한국은 '바벨탑 공화국'인가?>, <제1장.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 초집중화>, <제2장. 왜 '지주들의 소작농 수탈'은 여전히 건재한가? - 부드러운 약탈>, <제3자. 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 젠트리피케이션>, <제4장. 왜 '사회'는 업속 '내 집'만 있는가? - 게이티드 커뮤니티>, <제5장. 왜 '휴거'라는 말이 생겨났는가? - 소셜 믹스>, <제6장.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 전위된 공격>, <제7장. 왜 '무릎 끓리기'라는 '엽기 만행'이 유행하는가? - 학습된 무력감>, <제8장.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 소용돌이 정치>, <제9장. 왜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파멸'인가? - 지방 소멸론>, <제10장. 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치는가? - 기방분권의 함정>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차만 보더라도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대충 감 잡을 수 있지만 읽어보니 전혀 다르게 생각한 내용들이 많더군요.

 

 

 

 

 

 

머리말에는 바벨탑 공화국이란 말에 대해 저자가 생각하는 의미가 나옵니다. 그것은 인간들 사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해 각자도생형 투쟁을 하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발행하는 탐욕스런 서열 사회의 심성과 행태, 그리고 서열이 소통을 대체하여 불통 사회로 변화한 현 세태를 가리키는 은유이자 상징이라는군요. 바벨탑이라고 하니까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초고층 빌딩들을 얘기하나 싶었는데 읽어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것도 있긴 하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더 많은 심각한 내용들이 줄줄이 이어져 나옵니다..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발행하는 문제들의 원인에는 서울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것 때문이라 보는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모든 파트의 근본 원인에는 모두 서울 초집중화가 바탕에 깔려 있어 보이기 때문이죠.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란 질문에 대한 원인분석을 보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일자리로 인해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들이 임시적인 주거지로 이용하는게 그 원인이랍니다. 모대학 건축학부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3.3㎡(1평)의 월세는 11만6천원인데 동일 규모의 고시원 월세는 13만6천원이고, 고시원의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있다는데요. 이것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소요되는 다양한 자원들이 모두 서울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서울로 집중되는 자원들로 대학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초집중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서울의 대학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면서 지방으로의 이전을 유도하는 정책이 있답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한 대학 정원 감축을 보면 75%가 지방대에서 이루어졌고 입학정원 3천명 이상의 서울의 대학 9곳은 2013년 대비 2018년 365명(1.1%) 감축되었답니다. 오히려 SKYE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의과대학 전환으로 정원이 늘었다 하구요. 그런데 희한한건 이러한 조치에 대해 지방에서 큰 반발이 나오지 않더라는겁니다. 그것은 '내 자식은 서울로 보내면 된다'는 생각 때문일거라 하구요.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대 중 선택하라고 하면 누구나 서울에 있는 대학을 선택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논리라 여겨집니다. 하긴 정부기관,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 하니까 퇴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다는 뉴스에서도 이와 유사한 심리가 엿보입니다. 서울에 있어야지 밀려나면 안된다라는 심리말이죠..

 

1960년대만 해도 전신전화취급소 조차 하나 없었던 '강남'은 1976년 시작된 명문고들의 강남 이전으로 그 열풍이 시작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답니다. 강북의 많은 명문고들이 정부의 강권 혹은 자발적으로 강남 8학군으로 이전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대학입시 전쟁의 선봉으로 떠오르게 되었다는게죠. 강남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합니다. 부동산 투기는 19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는데 올림픽 직후인 1988~89년이 정점이었다는군요. 1989년에는 무려 32%나 올랐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서울의 이야기이지 지방에는 해당없는 이야기라는게 중요하다네요. 이로 인해 비수도권의 소득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었답니다. 이것을 저자는 '부드러운 약탈'이라 칭하고 있구요.

 

책에는 이외에도 생존권과 주거권, 미래성장동력을 파괴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외부와 단절시키는 폐쇄적 아파트 단지(게이티드 커뮤니티), '개천에서 용난다'로 상징되는 왜곡된 능력주의와 갑질문화, 서울 초집중화로 파생된 지방 소멸론, 강남구 독립 시위 사건으로 대변되는 지방분권의 함정 등 많은 서울 초집중화로 야기되는 바벨탑 공화국의 수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왜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수많은 요인 중 일부라도 알아보고픈 분들에게는 권독할 만한 책이라 여겨집니다. 제 경험으로는 읽다 보면 의문점도 생기지만 수긍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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