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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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골목 인문학'

- 골목은 도시의 맨 얼굴이며 도시의 정체성이다 -

 

 

 

 

 

지은이 : 임형남, 노은주

펴낸곳 : 인물과사상사

발행일 : 2018년 10월 30일 초판2쇄

도서가 : 17,000원

 

 

 

 

최근 들어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들어선게 일제시대라고 하죠. 예전에 읽은 책에서 보았는데 1932년 지어진 충정로의 유림아파트가 최초이지만 단독건물이고 단지형태의 아파트는 1962년 완공된 마포아파트랍니다. 하지만 아파트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라죠. 잠실지역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되던 시점입니다.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면서부터 마을과 동네에는 많은 변화가 불어 닥칩니다. 단독주택들과 수많은 골목들이 사라지게 되죠. 이번 도서리뷰는 그러한 사라진 골목들에 대한 에세이로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골목 인문학>라는 책입니다. 부제가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º'라는데 이 책의 성격이 어떠한지 잘 보여주는 글귀이죠. 책은 일간신문에 2015년부터 약 2년간 연재했었던 글과 추가적으로 보태어 쓴 글을 엮어서 출간한거랍니다.

 

 

 

 

책은 건축일을 하는 부부가 함께 집필하였답니다. 이 분들은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건축회사를 함께 운영해 오고 있다는데요.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공동대표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니 참으로 보기 드문 부부라 생각되네요. 부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여튼, 이 두분은 건축일을 하다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답니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는군요. 제가 블로그에 글 쓰는 과정들과 흡사하기에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책은 머리말과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머리에>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골목의 정의와 그 존재이유, 어떻게 이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고, 본문부라 할 3부는 <제1부. 골목에 삶을 두고 왔다>, <제2부. 풍경을 굽이굽이 담다>, <제3부. 기억을 오롯이 품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심지어는 체코와 터키의 골목까지 언급되고 있는데 일 관계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계획없이 대충 묵을 곳만 정하고 그 동네를 며칠 배회하는, 그런 여행의 결과물들이랍니다.

 

 

 

 

책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골목은 내 유년의 정원이고 들판이며 스케치북이었다."인데 제1부의 첫번째 이야기의 두번째 문장으로 다시 나옵니다.ㅎㅎ 제가 뛰놀던 어렸을적 그 골목들을 생각해 보니 아파트단지들로 채워지면서 지금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네요..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듭니다..

 

 

 

 

누구에게나 어렸을때 동네친구들과 어울려 뛰놀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겁니다. 그 뛰놀던 곳이 들판일 수도, 개울가일 수도, 학교운동장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겐 그 놀이마당이 바로 골목일 것입니다. 저 역시 주택가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여러가지 놀이를 하면서 뛰놀던 추억 많으니까요. 말뚝박기, 다방구, 구슬치기 등을 하며 어울려 놀다가 머리가 굵어지면서는 축구, 야구, 짬뽕 등으로 진화해 가던 장면들이 글 쓰는 와중에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가네요.ㅎㅎ 

 

 

 

 

책의 첫 이야기도 저자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서울 입정동 골목으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서울 한복판이라 할 을지로 3가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10년간을 살았답니다. 전차가 다니던 기억이 있다니 저자의 연배가 어떤지 짐작이 가는데요. 아무튼, 이 첫 이야기의 내용이 제 어릴적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거 같더군요. 찾아 갔더니 없어지고 다른게 들어서 있더란거, 저도 종종 체감 했었지요. 저자도 느꼈다는 지워진 시간의 흔적이 아쉬웠다는 것. 참 그렇습니다..

 

 

 

 

책의 뒷표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골목의 개인의 역사이자 도시의 기억이다. 골목은 도시의 맨얼굴이며 도시의 정체성이며 삶의 여유를 주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보다 나은 환경으로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재개발과 신도시 건설 등으로 이러한 골목들을 소멸시켜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자랐던 동네를 찾아가면 하나같이 똑같은 얘기를 하죠. "변해도 너무 변했네.." 저자는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포장이 다양한 연상과 감흥을 불러오고 모든 것을 덮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이죠. 사람도 품위와 개성이 살아 있어야 하듯이 도시도 시간과 기억이 담겨야 품위와 개성이 살아 숨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참 가슴 아픈 얘긴인데.. 모든 이가 다 이런 감정을 가지진 않을 것 같긴 하네요.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하시거나 옛것에 흥미가 있으신 분, 흘러간 과거의 모습을 통해 감수성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무척 재밌게 읽은 에세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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