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 / 책들의정원 / 2018년 9월
평점 :
[서평후기]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한국인의 밥상을 차려낸 조선일보 인기칼럼 <아하! 이 음식>의 확장판 -


글쓴이 : 박현진
그린이 : 오현숙
펴낸곳 : 책들의정원
발행일 : 2018년 9월 25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욕구에는 다섯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전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매슬로우의 5단계설인데요. 이외에도 에리히 프롬 등 이론들이 있다고 하지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근원적인 욕구는 생존욕구라 합니다. 옛날에는 먹는 것이 생존을 좌우했겠지만 현대에 는 먹는게 생존의 첫째 조건은 아닌거 같습니다. 음식을 깨끗하게 비우면 수준 떨어진다 보는 사람들 많은 것도 그렇고 그렇게 음식을 남겨서 쓰레기로 버려지는게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죠. 지금도 아사하는 지역이 존재하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치부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읽은 도서는 식품공학을 전공한 분이 우리나라의 음식들에 대해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과 지리적 환경, 역사와 문화를 곁들여 집필한 도서로 2015년부터 조선일보의 칼럼 <아하! 이 음식>에서 연재되었던 내용들 중 일부랍니다. 저자 이름 옆에는 '쓰다', '그리다'란 말이 쓰여있는데요. 처음엔 일본사람인가 싶었죠.ㅎㅎ

책은 <프롤로그. 역사를 듬뿍 얹어 한 숟갈 입에 담다>, <1장. 기다림의 미학>, <2장. 바다가 건넨 선물>, <3장. 혼자여도 다채롭다>, <4장. 한국의 전통 음식을 찾아서>, <5장. 식품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6장.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롤로그는 저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음식과 관련한 생각, 책에 대한 소회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스시, 소바, 낫토가 한국에서 전래되었다고 한다는 점이죠. 본문에도 이에 대해 설명되고 있긴 한데 그 근거 설명이 좀 부족해 보입니다.


책에 수록된 내용들이 모두 흥미로운 것들입니다. 잘 알려진 내용도 있지만 이게 이랬던 거였나 싶은 내용들도 꽤 있습니다. 책에서 제일 처음 나오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와 묵은지 이야기 중 일본의 기무치가 그러했는데요. 우리의 김치는 엄청난 양의 유산균이 들어 있는 발효식품이지만 일본이 모방한 기무치는 발효식품이 아니랍니다. 일종의 김치 겉절이와 같은 형태랍니다. 흐흠.. 전 세계적으로 김치와 유사한 발효식품으로는 독일의 양배추로 만든 사우어크라우트, 네팔의 군드록, 일본의 쓰케보노 등이 있다는데 우리의 김치는 이들과는 다르게 고추 등의 향신료를 이용하여 만들었다는 점이 다르답니다.

1장의 마지막 이야기에 나오는 프랜치 패러독스란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 했었는데요. 그건 건강식을 많이 하는 미국인보다 고지방과 고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치즈, 버터, 계란들을 많이 먹는 프랑스인이 심장질환 발병률이 적다는 역설을 말한답니다. 그 이유가 다량의 항산화물질인 페놀화합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적포도주를 많이 마시기 때문이라죠. 그런데 우리가 즐겨 마시는 막걸리에는 항암물질인 파네솔이 적포도주보다 25배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답니다. 누룩의 의학적 장점은 많이 알려져 있죠. 우리의 막걸리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기록이 있기에 오랜기간 전승되어 온 술이라 할 수 있답니다. 그러한 막걸리가 2001년에 들어서 막걸리 공급지역 제한제도가 폐지되어 품질 무한경쟁체제에 들어섰답니다. 2008년에는 해외에서도 막걸리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하구요. 그러기에 머지않아 프랜치 패러독스를 뛰어 넘는 코리안 패러독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것이 있습니다. 김치가 가장 대표적이고 불고기와 비빔밥도 그에 못지 않다죠. 그 비빔밥에 대해서는 건강식으로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낸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지역별로 전래되어 온 비빔밥들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요. 그렇게나 많은 지역에서 비빔밥이 전승되어 왔다는 것에 좀 놀라웠습니다. 익힌 콩나물이 들어간 전주비빔밥이나 육회를 넣은 진주비빔밥만 알고 있었는데 볶은 쇠고기를 넣은 평양비빔밥, 볶은 밥에 닭고기를 넣은 해주비빔밥, 생미역이나 톳, 방품나물 등을 고명으로 얹어 비벼 먹는 통영비빔밥, 제사 음식을 활용한 안동헛제사밥, 삶은 닭고기를 찢어 풋고추 등과 양념 콩나물을 비벼 먹는 함경도 닭비빔밥, 멍게를 숙성시켜 고추장 없이 참기름과 김가루로 비벼 먹는 거제 멍게젓갈비빔밥, 스님들이 산사에서 각종 야채들로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 각종 생산회를 나물과 초고추장과 비벼 먹는 회덮밥, 돕돌솥에 각종 재료를 넣고 뜨끈하게 먹는 돌솥비빔밥 등 다양한 비빔밥이 있답니다. 비빔밥은 최초로 한식을 세계화한 것으로 일본의 스시, 베트남의 쌀국수 등과 같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책은 우리나라 음식의 많은 것들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사실 중에는 근거가 좀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보인다는게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읽는데 이상하다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할 정도는 아닙니다. 나름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죠. 식품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쓴 글이기에 영양학 측면에서의 내용은 몇몇 군데 샘플로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어김없는 사실이었구요. 음식에 흥미 많은 분이 가볍게 읽기에 좋은 도서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