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후기] '한반도를
달리다'
- 분단 이래 최초의 남북한
종단 여행기 -

지은이 : 개러스 모건,
조앤 모건
옮긴이 : 이은별,
이은샘
펴낸곳 :
(주)넥서스
발행일 : 2018년 6월
5일 2판1쇄
도서가 :
13,500원
2017년도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및
고도화로 인해 한반도에는 암울한 긴장의 분위기가 한동안 지배했었습니다. 이러다가 전쟁나는거 아니냐, 다 죽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었죠.
하지만 얼마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 북한의 핵폐기 약속과 함께 긴장 완화의 물결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미군유해 송환을
시작하였고 미국 역시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단계적 경제제재 완화를 진행하기 시작했구요. 불과 몇달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가는 분위기 반전을 접하게
되니까 이게 과연 그들의 진정한 의도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한반도에 통일이 가까와지고 있단 얘기 참 많이 하는 것
같은데요. 정말 그렇게 흘러가게 될까요? 글쎄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이번 읽은 도서는 한반도가 분단된 이래
처음으로 북한과 남한을 종단한 외국인의 여행기입니다. <한반도를 달리다>라는 책으로 뉴질랜드인 부부와 그들의 친구 3명이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한반도를 종주한 여정을 책으로 낸 것이죠. 책 처음 보았을 때 영화 'Easy Rider'가 떠올랐습니다.
1969년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 두 젊은이가 바이크를 타고 미국 횡단 여행을 한다는 영화 스토리죠. 그 내용이 이 책의 제목과 오버랩되어
그런거 같습니다. Steppen Wolf의 'Born To Be Wild'의 스트레이트한 노래도 참 좋았던 영화죠. 잠시 딴데로 샜는데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공저자 중 남편 개러스 모건은
1954년생으로 금융투자 자문가로 은퇴한 경제학자이자 시사평론가랍니다. 아내인 조앤 모건은 사회복지, 환경보호운동에 열성적이라 하구요. 그들
부부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는데요. 그들이 거쳐간 여정지를 세계지도로 보니 엄청난 거리이더군요. 은퇴하였다니 연세도 꽤
들었을텐데 말입니다.. 참으로 열정적인 인생을 사시는 분들 같습니다. 저도 그래야 할텐데요.. 쩝.. 그런데 이들이 사용하는 바이크가
할리데이비슨이 아니라니 의외였습니다.(Suzuki라네요..)
책은 <프롤로그>,
<Part 1. 블라디보스토크에 서서 한반도를 바라보다>, <Part 2. 모터사이클을 북한행 기차에 싣다>,
<Part 3. 평양의 하루는 오차가 없다>, <Part 4. 남과 북은 DMZ를 사이에 두고 훈련을 한다>,
<Part 5. 서울의 방송국은 여행자를 따라 다닌다>, <에필로그>, <모터사이클로 세계를>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한반도 종단 여정을 간략하게 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를 타고 2013년 8월 16일 북한에 입국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진, 백두산, 원산, 금강산, 평양, 묘향산을 거쳐 판문점으로 이동합니다. 2013년 8월 29일 판문점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하여 남한으로
넘어왔고 이후 서울과 속초, 완도, 제주, 부산을 거쳐 2013년 9월 17일 비행기로 귀국하였다 합니다. 총 33일간, 약 한달간에 걸친
한반도 종주 여정이네요.
그들이 한반도 종주를 생각한 것은
2010년 브라질과 2011년 중남미 여행을 하면서였답니다. 바이크로 여행한 영역을 표시한 세계지도를 보다가 아직 달리지 못한 많은 여백들이
자신들을 조롱하는 느낌을 받았다는군요. 그러면서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에 계획을 짜기 시작했답니다. 책은 북한 입국하는데 사전에 있었던
내용들과 과정들을 두개의 파트에 걸쳐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종단이라는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자면 입국전 내용 분량이 좀 많은 편이죠. 하지만
그만큼 북한 입국에서부터 남한으로 넘어가기까지 넘어야 할 험준하고도 험악한 산들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책에는 별에 별 에피소드가 다
나오죠.
그들은 어렵게 북한 입국을 허가받아
러시아에서 기차를 타고 두만강을 건너게 됩니다.(바이크를 몰고 건넌게 아닙니다. 그것도 다 사연이 있더군요.) 그들이 모터사이클을 몰고 북한의
도로를 달릴 때에는 북한측에서 나온 수행원들이 그들의 앞 뒤를 에워싸고 달렸다는군요.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는데
묘사된 것들을 종합해보면 호위라기 보다는 사진촬영에 대한 감시와 북한주민들과의 격리가 맞는 말 같습니다. 다섯명의 키위(뉴질랜드인들을 일컫는
단어)들의 눈에도 북한의 현실은 명령과 제어, 통제로 점철된 사회란게 여실히 드러나 보였었나 봅니다. 책에선 그 부분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북한을 풍자한 만화만 보고 북한을 상상했던 우리에게 그러한 북한에 대한 묘사가 그저 약간 과장한 정도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저자는 북한은 미국 주도하의
침략에 대한 두려움에 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쓰고 있으며, 북한을
바라보는 서양의 태도가 매우 불공평하다고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것 같단 인상을 받았답니다. 북의 정권은 서양의 기나긴 경제제재와 고립을
견뎌오면서 외부의 편견으로부터 북한주민들을 보호하는 수호자로 생각하고 있다는군요. 그러면서 세계 어딘가에서 북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답니다.
저자 시각에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사실이란게
하나 나오는데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한반도의 위기에 대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남과 북. 둘 다 자주통일을
가장 염원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란 말이죠. 양측 정권과 양측 주민들 모두 말하는 표현은 똑같지만 그 목적과 속내용이 다르다는 걸 키위들은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남측으로 넘어온 뒤의 내용은 많이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봐도 남북한 현지 여정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고 주로 5인의 바이커들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표현되고 있는
글들에서 외국인이 바라 보는 북한과 남한의 모습을 알 수가 있었죠.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점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을때 남한의
기자들이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그런 뉴스를 본 기억이 없었기에 웹에서 검색해 보았죠. 2013년 8월 29일자 뉴스에 남북종단
뉴질랜드 5명 DMZ 넘어 입국했다고 검색되더군요. 그들이 바이크를 몰고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넘어 오는 사진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한 첫 사례라면서요.
분단이후 최초로 한반도를 종주한 외국인
여행자, 그것도 모터사이클을 이용해서라니 여러모로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한 책입니다. 처음 출간된 시기가 2015년이던데 2판째 출간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팔리는 도서인 것 같구요. 환갑을 넘긴 노년임에도 열정적인 삶을 사는 저자들을 보니 저도 좀 더 분발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