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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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읽는 브라우티건.
맨 처음 읽은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가 아직까지는 최고지만,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기 전이라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워터멜론 슈가에서>는 김성곤님 옮김이 아니라서 그런가 느낌이 달라 살짝 아쉬웠는데,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는 역시 같은 작가의 책이란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지만, 브라우티건 특유의 문장이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세계가 마음에 든다.
아직 안 읽은 브라우티건 책이 세 권이나 더 있어 든든하다~^^

겨울폭풍이 집을 뒤흔드는 동안, 새 라디오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들으며 나는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밤을 맞고 있었다. 매 프로그램이 갓 잘라낸 다이아몬드 같았다. 시스코 키드의 말발굽 소리는 반지처럼 번쩍거렸다.
난 이제 여기 앉아 있다. '수년후대머리뚱보중년'이 되어 폭풍우의 그림자가 집을 뒤흔드는 동안 두 번째 새 라디오로 토크쇼를 듣고 있다. P.99 토크쇼 中

캐머론은 현관방에 안락의자를 놓았는데, 모직 담요로 덮여 있었다. 그가 언제나 거기 앉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도 그 의자에 앉지 않았다. 그의 정신이 그 의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늙은이들은 자기가 앉아서 생을 마감하는 가구를 지배하는 법이다. P.109 44-40 中

 1965년 노동절이었다. 나는 태평양의 시에라 해변을 바라보며 몬터레이의 외곽에 있는 철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곳의 바다는 언제 보아도 시에라 강과 얼마나 닮았는지 경탄할 수밖에 없다. 화강암 해변, 투명한 물, 산에서 흐르는 물처럼 바위 사이로 흐르는 샹들리에 거품처럼 빛나는 녹색과 푸른색의 파도. P.113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中

  그 방은 천장이 높은 빅토리아풍이었고 대리석으로 만든 벽난로가 있었으며 창문에는 아보카도 나무가 있었고, 그녀는 내 옆에서 멋진 금발의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잠이 들었다. 9월의 새벽이었다.

 1964년.

 그러자 갑자기 아무런 경고도 없이 그녀가 일어나서 즉시 나를 꺠우더니 일어나 나갔다. 그녀는 아주 진지했다.

 " 왜 그래?" 내가 물었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 일어나려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눈은 몽유병자처럼 파랬다.

 " 침대로 돌아와." 내가 말했다.

 " 왜?" 그녀가 말했다. 금발의 한쪽 발을 마루에 발을 디디고 반쯤은 침대에 있는 채로.

 " 왜냐면 당신은 아직도 자고 있으니까."

 " 오오오, 좋아." 그녀가 말했다. 내 말이 맞았기 때문에, 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이불을 끌어다 덮고 내 옆에 바싹 다가와 누웠다. 그러고는 한 마니 말도 없었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방황을 마치고 깊은 잠에 빠졌고, 나는 이제 막 방황이 시작되었다.

 나는 수년 동안 이 단순한 사건에 대해 생각해오고 있다. 그건 마치 희미하고 흐릿한 영화처럼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P. 125-126 희미하고 흐릿한 영화 전문

 

 그녀는 호텔 방을 싫어했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아침의 불빛이었다. 그녀는 그런 불빛에 둘러싸여 깨어나는 게 싫었다.

 호텔 방의 아침 불빛은 인공적이었고, 마치 여자 청소부가 하녀 쥐처럼 조용히 들어와 마술적 분위기 속에서 이상한 침대보로 요술침대를 정리해놓은 것처럼 너무나 깨끗했다.

 그녀는 청소부가 아침 빛을 접어 팔에 걸고 들어오는 것을 잡으려고 잠든 척 침대에 누워 있기도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P.131  서로를 잘 알기 中

 

 나무들은 한때 공동묘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낮의 울음과 슬픔의 일부였으며 바람이 불 때를 제외하고 밤의 정적의 일부였다. P.176 소녀의 추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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