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위로한다 - 정신과 명의 이홍식 심리치유 에세이
이홍식 지음 / 초록나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전 등에 혹을 단 듯 답답함과 통증을 느꼈다.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통증에 잠을 깨서 진통제를 먹고나서야 겨우 잠을 청했다. 앞으로 엎드리면 갈비께가 아프고, 드러누우면 등이 너무 아파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각종 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았다. 검사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온 날 밤에 다시 통증에 잠에서 깼고, 한의사는 내게 '스트레스로 인한 홧병'이라는 결론을 내주었다. 무엇이 그렇게도 힘이 들어서 화가 쌓여 병이 되었느냐고 묻는 한의사에게 할 말은 없었다. 과연 내 안에 쌓이고 쌓인 그 화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회사와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답을 했다. 하지만 근래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것이 짜증을 불렀고, 답답증을 키웠다. 내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상황이 변해서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것인지... '나는 나를 위로한다'를 읽게 된 것도 그러한 때문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넌 참 재미없게 인생을 사는구나'하고. 나도 가끔은 내 인생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는 답변으로 그 친구의 말에 긍정을 했다. 그래서 나도 나를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에 막연히 '나는 나를 위로한다'를 읽게되었다.
 

 이 책 안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기가막힌 방법이 실려있지 않을까? 그도 아니라면 내 인생을 위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쯤은 실려있지 않을까? 턱도 없고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위로한다'는 대중에게 '자신의 인생을 위로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었다.

 

 정신의학자로서 명망을 얻은 작가가 스스로의 사타구니가 시꺼멏게 멍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스트레스를 스스로 털어내버리기 위해 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에세이 형식으로 담겨진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일본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란 작품을 떠올렸다. 섬단송포증을 가진 야쿠자와 공중그네에서 번번히 떨어지는 공중곡예사 등등 각종 공포증과 그로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치료하던 닥터 이라부. 아, 그리고 또하나 떠오른 사람은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시리즈에 등장하는 닥터 다구치도 떠올랐다. 두 사람 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회복을 돋는 일환으로 끊임없는 한풀이의 대상이 되어준다. 한참을 털어놓고 넋두리를 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에 쌓인 무언가가 해소되면서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한번도 닥터 다구치나 닥터 이라부가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거라는 상상은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실제 현재의 닥터 이라부, 닥터 다구치쯤 되는 작가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환자들의 병환과 병원에서의 일 뿐아니라 일찍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 아들과 치매가 점점 심하게 진행되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가족을 지탱하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그 또한 사람인지라,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때마다 그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타구니께를 꼬집었고, 결국 그 부분은 까맣게 죽어버릴 정도가 되었다.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면서 스트레스를 참아오던 작가는 마침내 자신을 억눌러왔던 스트레스를 털어내기 위해 방법을 찾아나선다.

 

  작가가 찾아낸 방법은 바로 몸을 욺직이는 것이다. 산에 오르고 길을 걸으며, 다소 무모해보이는 마라톤에 도전한다. 쉴 사이없이 몸을 욺직이면서 작가는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결국 그렇게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정신적인 건강뿐 아니라 가족간의 관계도 건강해진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를 위로할 것인가? 책을 다 읽었음에도 나는 아직까지 내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몸을 욺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마라톤이나 등산을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 하지만 그나마 가능한 방법은 걷기가 아닐까 싶다. 그냥 평지를 주욱 걷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작가처럼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막연하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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