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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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지독히 지엽적이다. 말년까지 왕의 신뢰를 받아 몇 번이나 벼슬에서 물러나고자 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충신이었고,  유교사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사상가라는 정도가 내가 '퇴계 이황'선생에 대해서 하는 전부다. 그런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그저 역사책이나 윤리책에서 언급되는 정도로만 우리는 '퇴계 이황'선생을 알고 있다. 그래서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라는 책을 접했을때 왠지 모를 설레임을 느꼈다. 살아있던 당시나 세상을 떠난 후 몇 백년이 지난 후에도 학자로, 충신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위인의 새로운 모습을, 그것도 아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알 수 있다니... 설레임이 이는 것이 당연했다.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는 이황이 첫째 아들 이준에게 보낸 편지 중 162통을 한역하여 옮긴 책이다. 과연 성리학의 거두이자 이름높은 충신은 아들에게 어떤 편지를 썼을까? 성리학의 이론을 논했을까? 아니면 인생의 가르침을 전했을까? 이황선생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한 통 한 통을 읽어보면 우리시대의 아버지와 이황선생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들에게 끊임없이 학문에 정진하고, 과거에 응시할 것을 권유한다. 이황선생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구나 싶다. 또한 장남에게 식솔을 어찌 다스리는 것이 좋은지, 그 해의 수확을 어찌 처분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한다. 한 나라의 재상으로 소소한 가정사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을것 같았던 이황선생이 집에서 부리는 사노비 하나 하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어떻게 처분할지 조언하는 모습에서 그 세심한 모습이 놀랍기까지 하다. 또한 손자와 며느리를 챙기는 자상한 모습과 먼저 세상을 떠난 둘째아들을 기리는 그의 모습에서 필부의 모습이 겹쳐진다.

 

 '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는 성리학자나 관직에 나아간 정치가로서의 이황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이황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자식을 옳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은 성현에게나 평범한 사람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매로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녀를 인정하고, 옳바른 길을 권하며 때로는 강한 어조로 가르침을 내리는 그의 모습에서 옳바른 '자녀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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