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피넛 2
애덤 로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그의 아내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뒤돌아 다시 한 번 바라볼 정도로 뚱뚱하다. 하지만 아내의 뚱뚱하고 육중한 외모는 그에게 있어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는 육중한 아내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꿈꾸고, 소설까지 쓴다. 그런던 어느 날, 남자의 아내가 죽어버린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 일찍이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그녀가 너무나 어이없게 땅콩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경찰은 자살이 아닌 타살을 의심하고, 결국 남자는 용의자가 된다.

 

 처음 <미스터 피넛>을 읽었을 때는 아내를 너무 사랑하다 못해 결국에 죽여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너무 육중해서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헛돈을 쓰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오히려 배로 요요가 와서 결국에는 다이어트를 하느니 못한 아내와 그런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그녀의 불어나는 살마저도 사랑으로 감싸안는 남자의 이야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요즘 여기저기 추천사를 남발한다는 소리를 듣는 스티븐 킹이기는 하지만, 명불허전! 그가 괜히 장르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이겠는가! 처음에는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궁금증을 더해갔다. 앨리스의 육중한 몸도 사랑했던 데이비드가 왜 앨리스를 죽이고 싶어졌는지, 설마 데이비드가? 그럴리가 했던 내 생각이 청부살인업자 뫼비우스의 등장으로 산산히 깨어졌다. 그리고 앨리스 사건을 조사하는 두 형사의 개별적인 이야기도 결코 무난하지 않았다.

 

 능력을 인정받는 게임 프로그래머 데이비드 피핀과 그의 아내 앨리스, 어느 날 방에 들어가서 나오기를 거부하는 한나와 그녀의 남편 워드형사, 유망한 외과의사였다가 형사가 된 샘 형사와 살해당한 그의 아내 마릴린. 용의자와 경찰이라는 불쾌한 인연으로 만난 데이비드와 샘, 워드는 모두 아내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와 결론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영화 2편이 생각났다. 하나는 박중훈과 최진실이 주연한 <마누라 죽이기>이고 다른 하나는 엄정화와 감우성이 주연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 장르도 주연한 인물들도 다른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결혼을 신성하고 행복한 '사랑이 충만한 두 사람의 결합'으로 그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미스터 피넛>을 읽으면서 두 영화를 떠올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티븐 킹은 <미스터 피넛>에 '결혼의 어두운 측면을 가장 매혹적인 방식으로 조명한 소설'이라는 추천사를 날렸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헤어지기 아쉬워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꿀과 같이 단 신혼이 곧 지나고 사랑으로 뛰던 가슴이 내성으로 무덤덤해져 버리면 결혼은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된다. 그 일상에서 부부는 서로를 미워하고 이해할 수 없어하기도 하며 때로는 증오하기도 한다. 스티븐 킹의 말대로  <미스터 피넛>은 그런 일상이 되어버린 결혼생활의 어두운 부분을 세상에 까발린 소설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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