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 무너지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영화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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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나면 영화관을 찾는다. 혼자도 좋고, 여럿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침에 혼자서 보는 영화가 가장 좋다. 여유롭게 조조영화를 봤던 것은 대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조조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사치였고, 영화를 보러가기도 힘이 들어졌다. 그래서 나는 올해가 시작되면서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하나 했다. 바로 한 달에 한 번은 꼭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이다. 친구와 약속을 잡던, 아니면 혼자서라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2011년 한 해의 소박한 계획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소박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계획을 지키기가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스케쥴이 많았던 3월에는 영화관을 찾지 못했고 4월이 되었다. 4월이 되어서 본 영화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온 <라스트 나잇>. 행복한 중산층 부부가 서로에 대한 믿음이 힘들리고, 타인의 유혹을 받게 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면서 분노하며 배신감을 느끼던 '조안나'가 자신을 찾아온 옛사랑에 흔들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불륜과 유혹에 흔들리는 인간의 솔직한 욕망. 이것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갑남을녀의 이야기, 보통의 이야기다. 영화는 결국 특별한 것이 아닌 '보통'사람의 '보통'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의 예술이다.

 

 내가 처음 영화관에서 본 영화는 멜 깁슨이 주연한 <랜섬>이라는 영화였다. 딸을 납치당한 부호가 오히려 그 납치일당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맞서는 액션 스릴러 영화였다. 자식의 안전을 위해 몸값을 지불하는 대신에 대담하게 현상금을 거는 일생일대의 배팅을 하는 남자. 나는 영화를 보면서 멜 깁슨의 액션보다는 멜 깁슨이 연기한 남자의 심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한 저 남자는 어떤 생각으로 그 선택을 실행으로 옮겼을까? 만일 잘못해서 자녀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진다면 저 남자는 어쩌려고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다. 결국에 영화는 멜 깁슨이 나쁜 놈들과 싸워서 이기고, 자녀도 안전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영화를 생각하면 그 남자 주인공의 선택에 의문이 생긴다. 그것은 무엇을 담보로 한 배짱이었을까?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의 스토리보다 영화 주인공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화끈한 액션물이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멜로 드라마건, 그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주인공 자체에 관심을 가졌던 영화는 러셀 크로우의 <뷰티풀 마인드>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천재가 시대를 잘 못 만나서 점점 미쳐가는 과정과 그 장애를 극복해 내고, 결국에는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인간 승리의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천재성을 가진 남자가 신이 주신 그 재능이 무색하게 미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인 압박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주의깊게 보았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광증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는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가 총 27편의 영화를 보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해 보는 책이다. 작가가 본 영화 중에는 <뷰티풀 마인드>를 비롯해 <굿 윌 헌팅>과 <사랑의 레시피>등 내가 직접 본 영화도 꽤 포함이 되어 있었다. 물론 <뷰티풀 마인드>처럼 영화 관람 내내 인물을 주시하면서 본 영화도 있었지만, 내용만을 즐겼던 영화가 더 많았던 나에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인물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제법 신서한 영화 해석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면, 심리학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영화 속 주인공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주인공과 혼연일체가 되어서 웃고 울고하는 카타르시스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너무 거창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유흥적이고 오락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기 치유의 측면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연인과 이별을 한 사람은 <노트북>같은 슬픈 멜로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일에 치여서 어깨가 축 늘어진 사람은 평범하다 못해 루저로 보여지는 수사가 좌충우돌 영웅으로 거듭나는 <나초 니브레>같은 영화를 보면서 폭소를 터뜨리고, 결국에는 복잡한 감정을 해소하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린다. 영화는 그렇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내 자신과 다르지 않은 영화 주인공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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