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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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색다른 작품을 만나보니,

 

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다행히 자애로우신 이모님 부부에게 의탁하여 살아온 오토네. 누구에게나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고, 그저 좋은 인연이 나타나 부부의 연을 맺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곱게 자란 꽃 한 송이에게 어느날 커다란 일이 생긴다.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종조부의 엄청난 유산, 그리고 그 유산을 상속하는 대가는 정해진 정혼자와의 혼인. 그저 조용하게 살아오던 한 요조숙녀, 금지옥엽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 버릴 이 사건은 곧 더 커다란 사건으로 이어진다.

 

  백부의 생일날, 한 명도 아닌 세 명씩이나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곧 그들 중 한 사내가 오토네의 정혼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급작스런 정혼자의 죽음과 그 직전 의문의 한 사내와의 짧지만 강렬한 마주침. 오토네는 급거의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버리고 만다. 거기에 정혼자의 죽음으로 상속의 조건이 바뀌면서, 오토네는 있는지도 몰랐던 혈족들과 마주하게 된다. 하나같이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혈족들과의 만남에서, 누군가 죽으면 자신에게 배당되는 상속액이 더 늘어난다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상속조건의 이면을 확인한다. '너의 죽음이 바로 내 이익이다'라는 약육강식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 오토네는 자신을 강렬한 시선으로 사로잡아 유린한 그 사내와 함께 사건의 한 중간에 빠져든다.  어제까지 한 떨기 꽃으로 애지중지 보호를 받던 금지옥엽 규중 처녀가 오늘은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자신의 오명을 벗고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도망을 친다. 믿을 것이라고는 자신을 농락한 사내뿐, 하지만 이 사내또한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고 오토네를 떠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내가 이 모든 사건을 벌인 범인일지도 모른다. 오토네는 혼돈속에서 그저 '삼수탑'을 찾아 떠난다.

 

  [삼수탑]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타 작품과는 다르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것은 살인범으로 의심받지만 결백한 것이 확실한 오토네이다. 시대가 시대이기에 힘도 없고 순결이 목숨인 고리타분한 여성화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지금가지와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답답하고 읽다보면 약간의 짜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작품이 쓰여진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 부분은 어쩔수 없겠지만, '나는 연약해요.', '나는 순결을 잃었으니 천박한 여자가 되어버렸어요.'라고 시종일관 구석기적인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오토네는 그리 바람직한 주인공은 아닌듯 한다. 하지만 신출귀몰한 사내의 정체와 이야기들 속에 숨어있는 예기치 못했던 반전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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