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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제인 오스틴. 몇 해전 이 여인의 작품이 앞다투어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되는 제목도 그녀를 연상시키는 영화까지 제작이 되었다. 노생거 사원/ 맨스필드 파크/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그녀가 생전에 세상에 내보낸 작품들은 시간이 흘렀어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국가와 시대를 바꿔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세상에 선보여지고 있다. 그 덕에 나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오만과 편견이 어떤 이야기인지, 미스트 다아시가 얼마나 매력넘치는 차도남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더더욱이나 그녀의 작품을 읽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았었다. 제인 오스틴이 엮어낸 이야기들이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하다면 영국에서 제작된 동명의 tv 드라마를 찾아보면 되고, 드라마가 너무 길다 싶으면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를 찾아보면 되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클릭 한번에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그녀의 소설은 내 집 tv 브라운관에, 컴퓨터 모니터 창에서 형형색색의 동영상으로 되살아났다. 그렇게 내게는 제인 오스틴은 작가라기 보다는 원소스 멀티유즈, 뛰어난 스토리텔러 로만 인식이 되었다.
그랬던 내가 최근에 읽게된 그녀의 작품은 <설득>이었다. 우연찮게도 내가 처음 접하는 그녀의 작품은 그녀가 세상에 이별을 고하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 아마도 감성적으로나 글쓰는 방법이랑까 표현력이랄까... 무수한 작품의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니까 여러모로 원숙한 작품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설득>은 그녀의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위는 있으나 경제적 여건이 그를 따라주지 못하는 한 가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변하는 현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준남작'이라는 작위에 연연해하며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철없는 엘리엇 경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27살 노처녀 둘째딸 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버지와 언니에게 가려져 조용히 자신을 내보이지 않고 살아가는데에 익숙한 앤과 십여년 전 그녀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던 웬트워스대령의 재회는 이 소설의 주된 갈등요소로 작용한다.
모든 여자는 자신의 옛사랑을 길거리에서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이별 당시보다 예뻐지고 멋있어져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앤은 비극적이게도 예전보다 나이들고, 초라해졌으며, 집안 마저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그를 거절했던 과거탓에 당당히 나서지도 못하고 그저 그에게 열렬히 애정을 갈구하는 좀더 어리고 예쁘며 사랑이 넘쳐나는 여자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는 없다. 오호 통제라.... 이건 이별 후의 여자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몇가지 상황 중 하나일 것이다. 제인 오스틴은 그러한 여성의 감성을 시대적 배경과 상황에 적절히,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옛날 이야기여서 어쩌면 고루하고 따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남녀상열지사라는 소재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어서였는지 제인오스틴의 표현력이 뛰어나서 였는지,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