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7년만이다. 7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퇴마록>의 그가 <바이퍼케이션>을 들고 돌아왔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이모네 책장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퇴마록>은 판타지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허무랭랑한 설정과 허술한 플롯, 인터넷에 아마추어가 연재한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이었다. 하지만 국내편, 세계편, 말세편, 혼세편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는 긴 밤, 졸음을 확 날려버릴만큼 흡입력이 있는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소설이었다.




  그리고 <바이퍼케이션>. 이 <바이퍼케이션>은 내가 그 이후 처음으로 읽은 이우혁의 작품이다. <치우천왕기>, <왜란종결자> 등.. <퇴마록>이후에도 작가는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7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장편소설 <바이퍼케이션>이 나에게 왔다.




  <바이퍼케이션>은 그 외양만을 보면, 잔혹한 살인행각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살인마와 그를 잡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의 이야기이다. 또한 사건해결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에이들의 존재는 그러한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쁜 놈과 그 나쁜 놈을 미치도록 잡고 싶어 하는 정의의 히어로에 관한 이야기는 많고도 많다. <바이퍼케이션>은 비단 그에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외피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빌려와 근사하게 덧발라냈다.




  헤라클레스와 12과업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의 미국 어느 도시로 옮겨와 연쇄살인과 흡혈행위, 그리고 원인불명의 사고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사내가 미치광이 전기톱 살인자가 되고, 여성들을 납치에 흡혈하고 끝내 죽음으로 이끄는 ‘뱀파이어’사건을 모방하여 자기의 욕망을 실현하는 평범한 남자.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과 유산, 그리고 이어 다리마저 못쓰게 된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미망인. 이렇게 각기 상관없이 보이는 사건과 인물들이 FBI의 프로파일러 에이들(왠지 Criminal minds의 닥터 리드를 떠올리게 한다.)과 베테랑 형사 가르시아의 활약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단단히 묶여진다.




  오랜만에 이렇게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약간의 검색을 해보니 간만의 이우혁의 작품에 나처럼 열광하는 사람도 있었고, 결말이 개운치 않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 개운치 못한 결말 덕에 왠지 뒷 이야기가 계속될지도 모르겠다는 은근한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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