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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없이 떠나는 오리엔트 여행 - 보헤미안 이혜승, 낯선 길 위에서 자유와 포옹하다
이혜승 글.사진 / 청년정신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래도 지금에 비해서 훨씬 한층 더 여행 관련 책에 불타는 애정을 가졌던 적이 있다.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읽고나서 그런 열병이 한 층 더 심해졌었던 것 같다. 그리스와 터키, 그리고 이탈리아 로마.. 세계사의 한귀퉁이? 아니 몇 바닥 정도는 화끈하게 채색했던 역사를 가진 그 곳에 머물면서 살았던 하루키의 기록에 질투섞인 외경심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이후 꽤나 많은 여행책들을 읽었고, 꽤나 많은 여행책들을 사기도 했다. 물론 내가 사모은 책들은 [론리 플래닛] 류의 책 보다는 에세이가 주를 이루었다. 제목만으로 책을 고르다 보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책도 있었고, 기대 이상으로 나를 충족시켜준 책 도 있었다. [지도 없이 떠나는 오리엔트 여행]은 잘 쓰여졌다와 못쓰여졌다로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할 듯 하다.
터키와 모로코등의 무슬림의 국가와 베르베르 족이 터전을 일구고 사는 중앙 아시아 초원, 그리고 앙코르와트 사원이 있는 캄보디아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찾아간 나라는 많다. 단 한번 머무는 기억으로 남은 나라도 있었지만 몇 번째 다시 찾아간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나라들은 모두 곧고 평탄한 길을 가지지 못한 나라들이었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도로라고 이름붙이기에도 부끄러운 조금 넓은 길로 사람들이 왕래하고 차들이 위험하게 질주하는 나라들. 그녀가 찾아간 나라는 하나같이 잘산다고 할 수는 없는 나라들이었다. 하지만 평탄하지 않고 고단하기까지한 그 여행길에서 작가는 몇 사람의 인연과 몇 가지의 이야기를 만났다. 그리고 돌아와 남긴 기록이 바로 [지도 없이 떠나는 오리엔트 여행], 이 책이었다.
솔직히 평하자면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책이었다. 모로코면 모로코, 이스탄불이면 이스탄불, 이렇게 국가별로 스토리가 정리되지 않고 '처음 경험하는 낯선 문화', '잊을 수 없는 사람들', '특별한 기억을 남겨준 그 길' 과 같은 주제아래 여러곳에서 각기 다른 때만난 사람과의 이야기와 경험, 그리고 감상들을 한데 모아놓은 책이기에 나와는 맞지 않았다. 뭐랄까 그냥 냉장고를 열어 있는 반찬 죄다 꺼내 비벼낸 비빔밥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맛이 없지는 않은데 무언가 허전한 그런 느낌. 뭔가 아쉬운 그런 느낌이 계속해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