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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끝이라고 생각됐다. 잘 나가는 유명 광고회사의 중역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고, 부인과는 이혼했다. 이혼 후 스스로 집을 나와 변두리 조그맣고 낡은 방 한 칸에 몸을 의탁하며, 잘나가던 연줄에 기대 새사업을 시작해보나 했지만, 돈있고 잘 나가던 시절의 인연들은 하나, 둘씩 멀어져 갔다. 인생 최고의 정점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끝이 없어 보였다. 잘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미 꿈같은 이야기가 됐고, 이제는 자식들의 건강보험을 해지해야 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내 몸속에 조그만 종양이 자라나고 있단다. 정말 최악이다. 신 이시여!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저를 극한으로 내모는 것입니까!
그 날도 퇴직 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스타벅스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라떼를 한 잔 시켰다. 울리지도 않을 핸드폰을 서류 가방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고, 혹시나 나를 찾는 고객이 전화를 걸면 놓치지 않고 늦지 않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초라해진 자신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가, 그것도 젊은 흑인 여자가 나에게 다가와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당장에 반가운 것은 일자리 보다 그녀의 회사'스타벅스'가 나에게 보장해주겠다는 의료보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재차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고, 매일 특급열차를 타고 브로드웨이의 스타벅스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스타벅스로의 출근은 내 아이들 또래의 젊은 아이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 잘 나가던 시절의 고액연봉을 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화장실에 끼인 때를 벗기며 안도와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하내 잘나갔던 나는 그때는 몰랐던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게 되었다.
[땡큐!스타벅스]는 꽤나 흥미진진한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낸 책이다. 날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저택에서 사는 것을 당연스레 생각하며 자라왔다. 유명하고 능력있는 부모님 덕분에 케네디 전 대통령 부부와 영국 여왕 부처, 그리고 헤밍웨이에 이르기까지 정말 대단한 사람들과 만남도 해왔다. 하지만 풍족했던 시간은 그가 평생을 몸바쳤던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게되면서 모두 끝나버린다. 허름한 헬스 클럽에서 만난 여성과의 외도로 늦둥이 막내 아들을 얻게 되었고 대신에 부인과는 이혼을 하게 되었다. 장성해버린 자식들도 아버지에게 약간의 거리감을 느낀다. 뭔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어느날 커피를 마시다 그의 인생을 수렁에서 건져줄 인생의 은인을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은 그를 변화시킨다.
상명하복과 철저함, 클라이언트를 우선으로 하는,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기꺼이 웃음거리로 전락시킬 수 있어야 했던 그곳에서와는 달리 그는 스타벅스에서 '파트너'들간의 존중과 고객과의 눈맞춤을 몸으로 배우고 알아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새로운 공부를 해 나가는 재미도 얻게된다. 때문에 그는 'JWT' 시절과 '스파벅스'에서의 현실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유명세와 많은 돈은 있었지만 진정스러운 동료는 얻을 수 없었던 그곳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는 현실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었음을 깨닫는다.
[땡큐! 스타벅스]는 그런 책이다. 우연한 만남으로 삶을 변화시키게 되었던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 이다. 화려한 것만을 쫓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화려한 것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한 개인이 평생을 가지고 있었던 인종에 대한 편견을 깨우쳐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높은 곳에 있던 그렇지 않은 곳에 있던 사람은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인생이야 말로 행운이 있는 행복한 인생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땡큐! 스타벅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