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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면 '어라? 이건 또 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제목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는 있지만 가격때문에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명품 브랜드가 당당하게, 그것도 2개씩이나 올라가 있다. 거기다 작가는 30년동안이나 패션컨설턴트로 활약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이 책은 '명품'과 '패션'에 관한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거니 지레짐작 할 것이다. 처음엔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는 그런 패션 교양서나 '된장녀'열풍을 타고 나온 책은 아니다. 비록 제목에는 명품 브랜드가 들어가 책의 정체성을 약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이 책은 작가가 30년간 일로서 때로는 사적으로 방문해 온 이탈리아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여행에세이일 거라는 성급한 추측은 하지 말자. 그녀가 이탈리아에 대해 잘 알고, 그녀에게 이탈리아는 '제 2의 고향'으로 부를만큼이나 친숙한 곳이긴 하지만 이 책은 관광객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탈리아라는 국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사람 냄새나는' 이탈리아에 관한 책이다.
30년이라는 긴 세월-강산이 3번은 후다닥 바뀌고도 남을- 동안 학업으로, 공적인 업무로, 그리고 사적인 이유로 이탈리아를 찾았던 작가는 대중들이 이탈리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아닌 진짜 리얼한 이탈리아를 소개한다. 이탈리아 안의 지역감정-우리는 영남과 호남이지만,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 과 이탈리아가 왜 패션으로 유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패션 전문가로서의 의견, 그리고 그녀가 만난 여러 부류의 이탈리아 사람들. 그녀가 비행기에서 만났던 젊은 여성, 승무원 아가씨에게 그랬듯, 마치 수다를 떨듯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읽다보면 어느새 이 아줌마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푸욱 빠지게 된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야기의 구성이 약간 산만한 듯도 하다. 하지만 이 작가가 처음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작가는 진짜 '친구에게 수다 떨듯이'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약간 산만해 보이는 구성도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전문가가 쓴 이야기도 아니고, 또 작가의 본업을 살려 전문적으로 '이탈리아 패션, 명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도 아니다. 그냥 한 명의 여성이 30년간 들여다 본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베르사체니 아르마니니 하는 명품으로 대변되는 이탈리아가 아닌 나와 비슷한 사람이 사는 생활로서의 이탈리아를 알 수 있는 즐거운 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