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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떠나기란 참 쉽지 않다. 나는 여행을 다니는 사람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그저 '꿈만 꾸는 몽상가'이다. 나에게는 여행을 떠날 결단력이 없다. 하지만 여행을 동경한다. 때문에 여행에세이에 탐닉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지상이라는 이 여행작가, 나는 왠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지만 꽤나 이 쪽에서는 유명한 사람인듯 하다. 사실 자신이 의도했던 아니면 타의에 의해서던, 그도 저도 아니어도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여행과 관련된 글을 쓰고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 사람은 이 쪽으로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은 이지상이라는 여행작가가 쓴 여행과 관련한 산문집이다.
처음 이 책을 구매할 때만 하더라도, 당연히 여행에세이려니 싶었다. 워낙에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지라 이 책을 구매할 때에는 어느 나라에 관한 에세이인지도 보지않고 그냥 덥석 집어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책장 구석에 얌전히 모셔두기만 했었다. 그리고 몇달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책이 여행에세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도 뭐.. 좋았다. 과연 '여행작가'가 쓴 여행에 관한 글은 어떤 느낌이고 어떤 울림이 있을까? 궁금했다.
작가는 여행의 시작과 여행의 끝, 말 그대로 여행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여행이란 무엇이며, 왜 사람들은 '여행'이란 단어와 행위에 매력을 느끼는지, 그리고 왜 '여행'을 꿈꾸면서 쉬이 행동으로 옮기는지 못하는지, 작가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떠남을 결심하고나서 전혀 어색하고 다른 공기로 가득한 그 곳의 그 길위에서 과연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생각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선배 여행자' 로서 자신의 경험을 약간씩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 공간안에서의 소중한 만남, 하지만 일부러 연을 만들려고 하지않는 자유로운 만남도 추억한다.
그리고 '떠남과 동시에 예정되어 있었던' 돌아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한껏 자유로움을 느끼며, 어쩌면 자유로움에 지칠때쯤 되돌아와 마주해야 할 현실의 답답함. 작가는 그런 '돌아옴'의 두려움에 대해서, 그리고 마주해야할 현실의 장벽-경제적인 문제, 직장, 그리고 나이등 잡다하지만 절대로 만만히 무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의 조언으로 현실로 다가오는 압박감에 꾸렸던 여행가방을 푸르는 심약한 여행자 지망생이 있을지도 모른다(일견 나와 닮아있는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이 땅을 떠났다 돌아옴을 반복했던 작가에게도 첫 '떠남'과 '돌아옴'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어코 결단을 내리고 떠났고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생각을 하고 방랑을 하고 돌아왔을때 그는 스스로가 떠나기 전과 많이 달라져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비록 떠나기 전의 현실은 돌아온 뒤에도 변하지 않았지만, 돌아온 자신은 떠나기 전 보다 많이 성장하였으니 용기를 내어보라고 살며시 유혹한다.
작가는 여행을 '삶'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때문에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의 영어부제도 'Life is a Journey'이다.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것을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것,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그이기에 '여행'이 현실에 정체되어있는 누군가의 '삶'에 어떠한 계기가 되길 바라는 듯도 하다. 때문에 작가는 단순히 여행을 '여행'이 아닌 '삶'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그 '계기'나 '변화의 포인트'를 놓치지 말라고 권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여러번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유일무이한 기회. '여행'. 작가에게는 그 기회에 대한 '매력'이 여행으로 먹고사는 '밥벌이의 지겨움'보다도 훨씬 큰 듯하다. 때문에 그는 마지막 장을 '돌아옴'이 아니라 '다시 떠나며'라고 정한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 그대로, 오늘도 '다시 떠나는'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