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나누시 후계자, 진실한 혹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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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국민학생이던 시절, 중국에서 건너온 드라마 한 편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비범치 않은 인물임을 알려주는 이미 한 가운데 자리한 초승달 표식, 바로 포청천. "개작두를 대령하라~"라며 패를 던져 형을 집행하던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요런조런 것에 휙휙 빠져드는 초딩들의 가슴에 금새 열정이라는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포청천이 인기를 얻으면서 옆 방송국에서는 같은 인물과 같은 시대를 그린 [칠협오의]라는 드라마를 방영하며 시청율을 잡기위한 맞불작전을 놓기도 했지만, 역시나 구관이 명관, 원조(?) 포청천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나도 그 포청천에 매력에 매료되었던 초딩 중 한명이었다. 현재까지도 임청하님(!)의 [동방불패]를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손꼽는 나의 무협을 향한 빠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도 같다.

 

아무튼 이 포청천은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 줄기를 가진 드라마였는데, 하나는 황제와 황제의 숙부간의 권력다툼에 얽힌 사건 이야기였고 다른 하나는 선량한 백성들이 당한 사건 이야기였다. 두 소재 모두 카리스마 넘치는 포청천과 겸손한 지략가 공손선생, 그리고 원조 꽃미남 하가경이 분한 전조(오~!!!)와 포공의 한마디면 냉큼 달려가 죄인을 잡아오는 왕조, 마한, 장룡, 조호 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며 때에 따라서는 개작두나 용작두가 대령되고 포청천이 카리스마 넘치게 형집행을 알리는 패를 던지면서 극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난 용작두나 호랑이 작두가 준비되면서 마무리되는 이야기보다는 개작두가 준비되거나 혹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주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쪽이 더 좋았다. 이 이야기를 새삼스레 왜 하냐하면.. 바로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미노스케 사건 해결집]이 그런 이야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의 독특한 지배구조속에 '나누시'라는 촌장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궂이 따지자면 경찰서장? 아무튼 그런 직위가 존재했었는데 이 소설은 그 '나누시'의 이야기도 아닌, 향후 '나누시'가 될 나누시 '후계자'의 이야기이다. 원래는 명성하기로 이름높았으나 왜인지 갑자기 사람이 느슨해졌다는 평을 듣게된,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사람은 좋지만 '나누시'가 되는 것은 쫌.. 이라는 미심쩍은 시선을 두고있는 마노스케. 그과 역시 이웃마을 '나누시'후계자이자 세상이 알아주는 바람둥이 세이주로, 묵직한 뼈속부터 무사인 요시고로. 이 세사람이 자잘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제목이 [나누시 후계자 마노스케 사건해결집]이라고 짐짓 거창한 기운이 넘쳐나지만, 사실 누군가가 엄청나게 끔찍하게 죽거나 하는 혈흔과 음모, 암투가 난무하는 그런 사건은 없다. 이 책속에 담긴 이야기들 중에 가장 사건답다고 생각되는 것은 유괴이야기 정도일까? 아무튼 제목에서 풍기는 암흑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전반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는 표지만큼이나 밝고 명랑하다. 하긴.. 느슨하기로 소문난 마노스케가 사건 해결의 중심인물이니.. 뭐.. 하하...

 

아무튼 이 책에 담긴 6편의 이야기는 아기자기하고 또 윤리적이며, 약간은 두근거리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때문에 꼭 이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한다는 압박감없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비슷한 책을 찾아보자면.. 미야베 미유키의 '기이한 이야기'정도 일까? 아무튼 가볍게 읽을수 있고, 또 즐겁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왠지 엔딩이 탐탁치 않은 것이.. 속편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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