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아사다 지로의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은 너무나도 직설적인 이야기 이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이란 명패를 내 건 한 권의 책 안에는 책의 제목만큼이나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7가지의 이야기가 옹기종기 모여 세를 내고있다. 이 7편의 이야기는 너무나 신비롭기 그지없다.

세상과의 모든 연이 끊어져 외롭고 외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한 여인의 팔에 묶여있던 붉은 끈, 실패한 가장의 가족에 대한 미안한과 책임감이 만들어낸 도플갱어, 죽은 영혼을 맞이하는 마중불과 한 남자의 과거…….

 7편 모두 슬픔과 공포, 그리고 아련함의 경계가 모호하다. 연인을 먼저 보내야하는 여인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그녀가 죽음을 기다리며 참아야하는 고통은 무섭다. 그리고 전쟁통에 자신이 죽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두고 온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혼령은 무서우면서도 아련하다.

 죽음과 미스터리함이 뒤섞인 이 이야기들은 무섭지만 끔찍하게 무섭지도 않고, 슬프지만 지독하게 슬프지도 않다. 마치 소금간이 덜 된 국을 맛보는 것처럼 밍밍한 듯 하지만 그렇다고 무미(無味)는 아닌 그런 아련함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약간은 무섭고 약간은 슬프면서 또 아련한 이야기들은 아사다지로의 능청스러운 이야기 서술 능력과 만나 좀더 신비로운 색채를 띄게되었다.

 

여름의 무더운 밤, 낮 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아스팔트가 간간히 부는 밤바람에도 식지 않고 잠은 오지 않는 그런 밤, 그런 밤에는 기분을 시원하게해 줄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물론 머리채를 한껏 흐트러트린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도 좋고 한 맺힌 여인이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하는 이야기도 좋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가 내려갈 그런 이야기가 열대야가 극심한 여름밤에는 그저 그립다. 아사다 지로의 신작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은 그런 날 밤에 읽으면 좋을 소설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묘한 이야기]라는 일본의 연작드라마가 생각났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이 드라마는 매회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준다. 캔에서 나온 미녀라던가 중세시대 에도에 떨어진 휴대전화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소재로 한 편의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아마도 이 [기묘한 이야기]라는 드라마도 일본의 전통적인 ’기이한 이야기-기담’에서 그 양분을 얻은 것은 아닐까? 아사다 지로의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또한 그러한 일본의 전통의 테두리 안에 조심스레 발을 담그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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