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어찌보면 신선하고 발랄해보이기까지 한 표지의 여자는 서점안의 그 많은 책중에서 단연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거기에 "어쩌면 후르츠 캔디"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은 표지와 함께 나의 머리에 깊숙이 각인되었다. "어쩌면 후르츠 캔디"라니... 어쩌다 보면 후르츠캔디가 되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일까? 아니면 "어쩌면 후르츠 캔디"를 먹을지도 모른다는 것일까? "어쩌면 후르츠 캔디"라는 제목뒤에 삭제되어버린 문장의 뒷부분은 나의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제목에 관심이 생겨서 책을 읽어보기도 오랜만인것 같았다. 과연, "어쩌면 후르츠 캔디"가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것일까?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너무나 운이 좋게 바라던 회사에 덜커덩 붙어버린 젊은 사회초년병 여성의 좌충우돌 사회적응기이다. 그녀는 잘난 미모도 날씬한 몸매도, 거기에 적절한 대학의 네임밸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가진거라고는 일단 입사원서를 넣고보는 배짱과 면접장에서 "되고송"을 적절하게 개사해서 부를수 있는 뻔뻔함, 그리고 학창시절부터 가져왔던 '광고','카피'에 대한 열정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어이없게-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믿을 수 없게- 단박에 입사허가를 받게 되고, 한국에서 제일 크고 잘나가기로 1,2위를 다툰다는 광고회사에 입사하게된다.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꽤나 인생을 쉽게 풀어낸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덜커덕 붙어 입사를 하게되고, 사람들이 "로얄패밀리"로 오해한 덕분에 신입생활이 조금은 덜 고단하다. 거기다가 외모되고, 능력좋은 남자가 은근히 대시를 해오기도 하고, 본인도 그게 싫지 않다. 어휴~ 이렇게 쉬운 인생이라니... 그녀에게 있어서 고난은 고작 진짜 "로얄패밀리"가 돌아와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고, 그 "로얄패밀리"에게 관심가는 남자를 빼앗기는 정도이다. 휴우.. 나도 살고 싶다. 이런 쉬운 인생...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요즘 많이 출간되는 "칙릿소설"이다. 한국소설은 그동안 너무 무겁고 지루하며 너무 진지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래서 많은 독자층을 가벼운 일본소설에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출간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가쉽걸"등의 칙릿소설이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한국소설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점에서 "어쩌면 후르츠 캔디"는 한국소설이 무겁고 칙칙하다는 이유로 멀리해온 20대 여성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다. 가볍고 빠르게 읽히며 거기다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후르츠 캔디"안에는 내가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그 어떤 특별함도 독특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표지와 제목만큼이나 톡톡튀는 발랄한 이야기를 꿈꿨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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