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헝가리는 지금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헝가리 사람들이 자살을 '서글픈 전통'이라 자조적으로 말 할 정도이다...."

-이정흠作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 중에서-

 

자살. 태어난 것은 비록 나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내 삶은 나의 선택으로 마감할 수 있다. 나의 선택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그 마지막 순간이 운명처럼 다가오기 전에, 이 삶을 끝내버리는 것을 내 마음으로, 나의 선택으로 택할수 있다는 것은, 과연 행운일까 불행일까?

단언컨데 나는 살아오면서 단 한순간도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본성이 심각하지 못하게 태어나서인지, 아니면 죽여주는 운명론자인 탓인지는 나도 모른다. 'let it be' 또는 '될데로 되라'정도의 정신으로 가볍게 무장을 하고 삶을 사는 나이기에 '자살'에 대해서 깊이있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자살에 대해 짧은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국사에서 가장 싫었던 부분이 일제강점기 부분이었다. 왜 이렇게 힘이 없는 나라여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짜증이 머리 끝으로 솟구쳐 올랐고 시험을 보기위해 그냥 설렁설렁-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그저 지식을 습득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 십년이 지나 '강압'과 '억제', 혹은 '지배'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는 삶으로 세상을 살고 있던 나에게도 그렇게나 답답하고 짜증나고 열받는 그 시대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살기 싫었던!' 시대였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일본 강점기'라는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신문물이 엄청난 속도로 밀고 쏟아져 들어온 그 시대가 '구'시대적인 사상과 '신'시대적인 사고의 충돌로 엄청나게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과 남에 의해 지배받는 나라의 국민이 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목숨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다.

 

[경성 자살 클럽]은 그 혼란스럽고 짜증났던 시대를 살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십여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던진 지극한 로맨티스트였고, 누군가는 조국을 위해 과감히 목숨을 내건 애국열사였다. 사랑과 조국, 꽤나 거리가 있어보이는 이러한 주제들 사이에는 그들을 둘러싼 삶이 녹록치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놓고 자신의 사랑을 말하기에는 아직은 보수적인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 존재했고, 내 나라 내 조국을 입밖으로 내어 외치는 데에는 목숨을 걸만큼 위험했다.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그들의 고통스러웠던 시대, 그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내던졌다.

 

[오후 5시 동유럽의 골목을 걷다]라는 책을 읽다보면 유난히 높은 헝가리의 자살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왜 헝가리의 자살률이 그다지도 높은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헝가리 특유의 그 우울함 때문이 아닐까?하고 작가는 생각한다. 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 문구를 읽었을때 [경성 자살 클럽]을 자연스레 떠올렷다.

수 십 년 전 그 시대를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날 정도로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그 시대의 그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을 못견디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들은 삶을 스스로 종료시켰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헝가리 사람들은 자살을 '서글픈 전통'이라 말한다고 한다. 비단 헝가리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곳곳에서 그 '서글픈 전통'은 계속되고 있다. 그 '서글픈 전통'이 그 지긋지긋한 전통의 끝을 볼 날이 이 세상에 오기는 할 것일까? 아마도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비록 시대가 바뀌고 삶의 방식도,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변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살을 꿈꾸고, 시도한다. 여전히 이 시대도 사람들이 살아가기 수월한 시대는 아닌 것이다. 아니, 그 어느 한 순간이라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싶어하는- 모두가 살아갈 맛이 나는 순간이 있었나? 아마도 그 전통은 계속될 것이다. 그 전통을 조금이라도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은 더 강해지는 수 밖에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희망적이고 조금은 더 낙천적인 그런 사람이 이세상에 좀 더 늘어났으면, 아니 이세상에 외로운 사람이 조금 줄어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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