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법의학이란 학문을, 법의과학자라는 직업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몇 해전에야 알았다. 이미 한번 한국을 열풀으로 휩쓸고 간 CSI라는 미국국적의 드라마. 이 드라마는 우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군에 법의과학자라는 직업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살인사건등이 일어나면 바바리 자락을 휘날리며 폴리스라인을 멋드러지게 넘어서는 형사와 경찰도 있지만, 방사선오염도 견뎌 낼듯 중무장을 한, 등에는 "FORENSIC" 또는 "CSI"라는 문구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한 손에는 꼭 메이크업 박스같은 것을 들고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CSI라는 드라마에서 길 그리섬이라는 인물에 홀라당~ 반하고 말았다.

 

길 그리섬은 농아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 청력에 문제가 있으며 자신의 일에는 언제나 열정적인, 하지만 페이퍼 워크 보다는 자신이 하고싶은 일-논문과 연구-에만 집중하는 그런 인물이며, 또한 엄청난 지적 수준을 자랑하는 귀여운 곰돌이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런 길 그리섬의 캐릭터가 유독 돋보였던 에피소드가 몇몇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돼지 시체"를 이용하여 파리의 번식과정을 추적하여 살인사건에 대한 평결을 뒤집는 것이었다. 흐음...

 

그렇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체는 가족들보다도 더 먼저 곤충의 방문을 맞게된다. 꼭 죽음의 향기를 맡고 그 곁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양 말이다. 그리고 사체의 부패정도에 따라 찾아오는 곤충도, 떠나가는 곤충도 생긴다. 우리는 이런 곤충의 생태를 파악하여 사체가 죽은 장소와 사후 경과시간등을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일들이 바로 법의곤충학자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일이 바로 길 그리섬의 일이기도 하다.

 

13세기 중국에서 집필된 [세원집록]에서 우리는 곤충을 사건해결의 도구로 사용한 인류 최초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오래전부터 곤충의 생태를 통해 살인사건을 해결해왔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혹은 이런 일을 하는 직업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된 것은 근래가 처음이지 않을가 싶다. 길 그리섬, 혹은 CSI라는 드라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법의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또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런 관심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읽을때는 CSI에서 처럼 즐거움과 스릴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살인자의 프로파일을 읽어내는 것같은 긴장감과 조작된 스릴과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 이 모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드라마틱한 픽션이 아니다. 이 책은 법의과학 분야에서 법의곤충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솔직히 재미를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보기좋게 배신당했다.  이 책은 재미보다는 진실전달에 중점을 주고 있다. 때문에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가 없는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는 없지만, CSI에서 길그리섬이 했던 일련의 행동들-가령 시체에서 나온 벌레를 곱게 담아 적당한 먹이를 주어 번식시킨다던가, 아니면 동물의 피를 냉장고에 보관한다던가-을 이해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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