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아이들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나름 가출아닌 가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아마도 내 기억에는 2~3학년 무렵이었던 듯 싶은데, 아무튼 무슨일로 밤 늦게 어머니께 크게 혼이나고 집에서 쫓겨났다. 언니와 나는 손을 잡고 그길로 아직 입주를 마치지 않는 옆집의 지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귀가했다. 8살,10살 무렵의 여자아이 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경찰이 집으로 찾아오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아무튼 그 기억에 그 때가 어느 계절이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날 밤은 유난히 추웠고, 무서웠다. 불도 안들어오는, 갓 공사를 마친 남의 집 지하에서 꼬마아이 둘이 무릎을 꼬옥 끌어안고 잠이 들었던 그날을 나는 잊을 수 없을것 같다.

 

주민등록증, 혹은 성인임을 인증해 줄 수 있는 그 무슨 "쯩"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한 나이를 '미성년'이라고 부른다. 아직은 부모를 위시한 주변 성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미성년'이 가출을 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왜 그들은 부모님(을 비롯한 성인들)의 보살핌을 거부하고 집밖으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집을 나온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집을 나온 아이들은 거의 대다수가 거리의 아이들로 전락한다. 집에서 가져나온 돈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의 돈을 구걸하거나 도둑질을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아이들은 '가출 청소년'혹은 '노숙 청소년'이라 부른다.

[사라지는 아이들]의 링크도 '가출 청소년'이자 '노숙자'인 아이들 중 하나이다. 링크는 어머니와 누나를 가족으로 두고 있지만 그 어디도 그 작은 몸을 의탁할 곳은 없다. 집에서는 어머니의 남자친구가 링크를 죽일듯이 패기만 하고,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사는 누나에게도 링크는 받아들이기 힘든 무거운 짐이다. 그래서 링크는 집을 나와 런던으로 왔다.

 

[사라지는 아이들]은 단순히 요즘 사회적 문제인 '가출청소년'의 문제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부자이지는 않아도 나름 먹고살만한 가정에서 비록 종이 한 장만도 못한 보호를 받을 지라도 '가정'이 있는 청소년과 '가출  청소년'이 대면해야하는 문제는 너무나도 다르다. 저자인 로버트 스윈델스는 바로 이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써내려갔다. [사라지는 아이들]은 과연 집을 나와 '노숙자'가 된 아이들이 거리에서 마주칠 문제는 어떤 것들이고, 그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위협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런던에 넘쳐나는 노숙자들. 그들에게 있어 하룻밤 눈을 붙이고 맘 편히 잘 수 있는 그런 공간은 너무나도 간절하다. 하지만 그런 노숙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경제적으로, 혹은 악의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노숙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링크는 자신에게 '노숙의 비법'을 전수해주던 진저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 썸뜻한 광기는 링크에게도 점점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짧은 이야기이고 너무나도 쉽게 읽히는 이야기이지만, 책을 읽고난 후에 우리는 누구나 '노숙자'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것이다. '노숙자'는 정말 사회의 악이고, 쓰레기일까? 과연 '쉼터'라는 공간은 '노숙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는 것일까? 가정내 폭력은 정말 '가족'만의 문제로 남겨져야 하는 걸일까? 등등.

막상 거리에서 마주치면 경멸하며, 혹은 꺼림칙해 하면서 피해갈 부류의 사람들이긴 하지만 이 세상 누구나가 그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지겠지? [사라지는 아이들]은 그런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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