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톤먼트]와 [연을 쫓는 아이]

  몇 달 전, 서울의 한 극장에서 나는 영화 한편을 보았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키아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어톤먼트]. 한 어린소녀의 실수가 한 연인의 운명을 180도 바꿔버린 그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일생을 다해 걸은 속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 [어톤먼트]를 떠올렸다. 어린시절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버리고, 그 운명은 대를 이어 어린 소년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된 아마르는 성인이 되서야 어린시절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비극을 늦게나마 속죄하려고 한다. 아마르.. 그는 다른 얼굴의 브라이오니였다.

평생을 지고가야할 원죄, 평생을 함께해야 할 속죄
 
   [연을 쫓는 아이]는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아마르에게 파키스탄에서 라힘 칸이 걸어온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한다. 그 전화는 아마르에게 과거을 일을 환기시킨다. 

 아직 어렸던 그때, 아마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조금은 부유한 삶을 살았다. 집안일을 봐주는 하인과 비록 언청이이긴 하지만 충실한 놀이친구였던 하산. 아마르는 자신을 충견처럼 따르는 하산과 함께 새총을 쏘거나 연을 날리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날, 여느때처럼 연줄이 끊겨 날아간 아마르의 연을 쫓아간 하산에게 일어난 불행한 일은 아마르에게 커다란 불편함과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사건 이후로 아마르는 하산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라며 자신을 보며 웃었던 하산을 아마르는 누명을 씌워 집에서 쫓아낸다. 

 하지만, 하산을 그렇게 집에서 쫓아낸 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해 미국에서 거주하는 동안도 사실 하산은 아마르에게 있어 평생을 지고가야할 원죄가 되었다. 그랬기에 아마르는 라힘 칸의 전화 한 통에 지옥과도 같은 전쟁을 치루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다. 그리고 만난 하산의 아들, 소랍. 이 무슨 신의 장난인지... 소랍은 하산의 고통을 대를 이어 받고 있었다.

 아마르는 어린시절에는 차마 할 수 없었고, 가질 수도 없었던 용기를 내어 소랍을 그 지옥에서 건저낸다. 그리고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미국에 온 소랍은 행복하지 않았다. 말을 잃고 서서리 자신의 안으로 잠겨가는 소랍을 아마르는 묵묵히 지켜낸다. 그리고 공원에서 연을 날리며 처음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보인 소랍을 보며 아마르는 "천번 이라도 너를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기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성인이 될때까지 온 일생을 받쳐애 했던 하나의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써내려갔다. 어린시절 한 소년의 외면과 거짓이 불러온 한 부자의 고통스런 이야기와 그를 속죄하기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뒤어든 한 남자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 관심은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는데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내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알게 된 것은 영화덕분이었다. 아마르와 하산의 운명을 바꿔버린 그 사건을 영상으로 담은 후 아역배우들의 가족들이 신변보호와 외국 이주를 촬영진에게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한 영화잡지에서 먼저 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렇게 [연을 쫓는 아이]를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평생을 하산의 존재를 숨겨왔던 바바와 하산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준 아마르. 이들 부자는 하산과 그의 아들 소랍에게 평생 죄책감을 가져야하는 것이 마땅했다. 주변 사람들의 냉정한 심판의 눈이었든, 신체적으로 안겨질 폭력이라는 위협이었든, 바바와 아마르는 자신들이 정히 이루고 행해야했을 책임과 윤리를 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들의 이러한 행동은 하산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소랍에게 대물림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서른이 훌쩍 넘은 아마르가 공원에서 연을 쫓아가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바로잡기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고, 위협적인 존재에게 항거하고, 비록 하산은 없지만 소랍을 위해 '천번이고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하산에게 행했던 원죄에 대한 죄씻김을 하고 앞으로도 평생 소랍을 돌보며 속죄를 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아마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연을 쫓는 아이]와 아프가니스탄
 

어린시절 , 하늘을 높히 나는 연을 쳐다보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두 어린아이의 모습은 마치 현재 아프가니스탄이 나아가야 할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신분의 차이도, 누구의 잘잘못을 가르지 않고 서로를 향해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는 두 아이의 모습은 아직도 혼돈에서 허우적대는 아프가니스탄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아마르가 낮은신분인 소랍을 양자로 들이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자신의 아들임에도 천한 신분의 어미에게서 얻은 탓에 하산을 외면했던 바바의 모습과 대립각을 이룬다. 어쩌면 바바가 하산을 외면하지 않았더라면, 바바와 아마르의 일생을 괴롭힌 그 고통스러운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아프가니스탄이 같은 국민이 혈족으로 편이 나누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않았더라면,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아마르와 하산이 연을 날리면 뛰놀던 그때처럼 행복하고 안전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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