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의 유년시절이 어땠냐고 물어온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나는 나의 유년시절하면 다락방과 책이 떠오른다. 어느 동네에 사는 누구누구처럼 어린시절 "데미안"에 심취하여 천재성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대여섯살 무렵의 나는 계몽사에서 나온 백과사전의 탄생석 챕터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디즈니 명작 동화 시리즈"에 꽤나 심취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책에 대한 일방적인(?) 나의 사랑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유년시절"하면 불량식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구는 100원을 들고 향했던 오락실의 두근거림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구나의 유년시절은 즐겁고 향수어린 것이다.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유년시절은 남들보다 조금 더 유쾌하다.

 

사실 나는 빌 브라이슨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와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여러 권의 책을 쓰고, 그 중 몇 권은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는 꽤나 유명한 작가이지만 약간의 편식적 습관을 지닌 나의 독서이력을 살펴볼 때 그를 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가 어떤 작가인지도 모르면서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스티븐 킹 덕분이었다.

물론 스티븐 킹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와 나의 손을 꼬옥 잡고 이 책을 권해준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뒤 나는 '작가'라는 생업을 가진 사람들의 유년시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빌 브라이슨이 쓴 책은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단순히 '작가'의 유년시절에 관한 에세이라는 설명만을 듣고서 용감하게 책을 손에 넣었다.

 

겁도 없이 엄청난 즐거움을 기대하며 훔쳐보게 된 빌 브라이슨의 유년시절은 정말 유쾌하기 그지 없었다. 스스로를 "썬더볼트 키드"라고 믿으며, 세상만사를 즐겁게 살아가는 빌 브라이슨. 그런 그의 유년시절을 따라가는 것은 읽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즐겁고 흥에 겨웠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에,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공간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유년시절을 보낸 그의 추억은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그는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느 장난꾸러기 꼬마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흥겨웠던 것은, 꽤나 성공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과거를 너무나 적나라하고 용기있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여자친구의 가슴을 만지고 싶었다던지, 스트립 쇼를 보기 위해 졸지에 뇌종양에 걸린 환자가 되어버린 에피소드는 웃음을 절로 유발시킨다.

 

겁도 없이 집어 든 책이 너무나도 즐거워, 나는 빌 브라이슨의 다른 작품도 주의깊게 살펴보게 되었다. 아마도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이렇게 즐겁지 않을까 싶다. "캐리"가 스티븐 킹에 대한 보증수표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재밌는 세상" 역시 나에게 있어 빌 브라이슨의 다른 작품에 대한 보증수표가 되어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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